전성군 교수
전성군 교수

  지금 농촌은 농가인구가 줄면서 빈집이 늘고, 마을이 사라지고, 읍면이 없어질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 외국 노동자도 돌아가고 없다. 그러다 보니 농사를 지을 사람은 턱없이 부족해서 코로나로 막힌 외국인 노동자가 돌아올 날만을 고대하고 있다.

코로나로 인구감소의 경향이 데드크로스를 넘었다는 통계도 등장하고 있다. 226개의 시군 구 중 166개가 인구감소하고 60개 지역만 증가했다. 지방소멸이 가시화 되었다는 증거다. 지방자치40년을 경험했다. 지방중심 자치행정을 했는데도 인구감소로 소멸위기라면 중앙정부의 정책과 지방행정이 뭔가 문제가 있다는 증거다.

도시도 문제가 있는 건 마찬가지다. 일자리가 부족해서 아우성이다. 집값은 천정부지로 올라서 내 집 마련의 꿈은 점점 멀어지는 느낌이다. 전·월세로 개점한 상점들은 세를 낼 돈도 벌지 못한다. 코로나가 사람의 손과 발을 묶어놓으니 도심은 활력을 잃은 지 오래다.

이 대목에서 도농상생을 주장하고 싶다. 도시에 내 집이 없는 가구가 농촌으로 이주하는 정책, 직장에서 물러나 연금으로 근근이 살아가는 도시인에게 농촌에서 일거리를 마련토록 하는 정책, 텅텅 비어가는 농어촌학교를 노령인구의 공동주택 또는 요양원으로 활용하는 방안, 청년실업자가 농업에서 스마트농장 같은 창업으로 고소득을 일굴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 도시민이 국내농산물을 외국농산물에 우선하여 구매 소비해주는 상생협력 방안 등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농업은 국민의 먹거리를 생산하는 차원을 넘어 멀리 바라봐야한다. 코로나이후는 식량 산업, 바이오, 의약품산업 등은 안보차원에서라도 국가적으로 집중 육성할 당위성이 확보되어야한다. 특히 농수축산업, 바이오산업에 대한 집중적 투자가 이뤄져야한다. 나아가서는 도시 소비자에게 도달하는 유통구조를 개선하는 3차 산업, 농산어촌의 풍광과 인심을 상품화하는 4차 산업, 이들을 아우르는 5차, 6차 산업으로 이끌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도시와 농촌이 상생해야한다.

우리의 것은 옛 것이 좋고, 우리 땅에 나는 농산물이 우리 몸에 가장 좋다는 의미를 가진 '신토불이'란 말이 있다. 복고풍이라 해서 무시해서는 안 된다. 때론 옛 것으로 돌아갈 줄 아는 지혜도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제 농촌도 신토불이 운동을 다시 할 때라고 본다. 농업은 그 지역의 풍토에 의존하는 산업이다. 한국에서는 한국형 농업이 기본이다. 어느 나라와 비교해서는 안 되는 것이 농업이다. 아무리 효율적이라도 미국농업과 비교할 수는 없다.

‘푸드마일리지’라는 말이 있다. 이는 식품이 생산지에서 소비지 식탁에 오르기까지의 거리를 의미한다. 푸드마일리지가 시사하는 농업은 세계무역기구의 자유무역 방향과 다를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국민 1인당 푸드마일리지는 6,700톤km로 세계에서 일본다음으로 높다. 이처럼 식량안보가 불안정하다.

코로나 이후의 농업의 방향은 우리의 풍토에 맞는 농업을 지키고 푸드마일리지를 단축하는 것부터 시작해야한다. 푸드마일리지를 고려한 새로운 영농모델을 창출해야한다. 우리의 각 가정의 푸드마일리지는 얼마인지 계산해 보자. 수입 아스파라거스 1개를 소비할 때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340그램이고 국산을 소비하면 100그램이다. 서울 거주 3인 가족이 연간 식생활에서 배출하는 이산화탄소(CO2)배출량은 100% 국산일 경우 60kg이고, 국산 40%와 수입산 60% 일 경우 360kg이다. 지구촌의 지속가능성을 추구하기 위해 우리의 식탁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보여주는 증거다. 푸드마일리지는 신토불이 식생활의 중요성을 숫자로 표시하는 지표다.

최근 지방소멸이 가시화 되고 있다. 지난해는 수도권인구가 지방인구수를 넘어 섰다. 사망율이 출산율을 앞지른 해이기도 하고, 대졸자가 대입자보다 많아진 해이기도 하다. 올 초 거의 모든 언론에서 이대로 가다가는 ‘벚꽃 피는 순서대로 대학교 망한다’는 기사도 쏟아져 나왔다. 그동안 지방중심 자치행정을 했는데도 인구감소로 소멸위기라면 중앙정부의 정책과 지방행정이 잘 못되었다는 증거다. 예컨대 행정권한은 지방분권을 이루었으나 식생활 분권은 못했기 때문이다. 이제 식생활의 분권 즉 신토불이식 생활이 지방을 살릴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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