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광종합물산

 

COMPANY/동광종합물산

 

상품을 팔기보다 마음을 전하는 약령시장 외길 인생

 

“30여년 제기동 약령시장 주름잡은 비결, 딱 한가지입니다”

우리나라에서 거래되는 한약재의 70%는 제기동 서울약령시장에서 유통된다. 유서 깊은 약령시장에서 유난히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 바로 동광종합물산(대표이사 한재국)이다. 가장 큰 유통시장에서 대형 점포를 오랫동안 운영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한 대표이사에게 물으면 “별 것 있겠습니까. 좋은 물건 저렴하게 드려서 얻는 신뢰죠”라는 대답을 들을 수 있다.

 

 

 

 

 

‘믿음이 없으면 아무 것도 없다’ 단순하고도 어려운 철학

전통 약재시장으로 유명한 제기동 약령시장에서 두터운 도소매 고객층을 확보한 곳으로 ‘동광종합물산’을 든다. 까다로운 안목을 가진 한약재 전문가들도 믿고 들른다는 이곳은 가히 ‘약재상의 약재상’이라는 말을 들을 법하다. 30년이 넘게 한약재 판매에만 한우물을 팠다는 동광종합물산 한재국 대표는 주변의 부러움 섞인 칭찬을 들어도 항상 부족하다고만 말한다. ‘이 정도면 됐다’는 만족 없이 ‘어떻게 하면 더욱 질 좋은 상품을 저렴하게 들여올 수 있을까’라는 고민으로 가득 차 있다. 그는 “이익을 좇으려고 하면 소비자가 눈치를 채기 마련이다. 그렇게 되면 더 이상 이곳을 찾지 않을 테니 그런 마음을 한 톨이라도 들키지 말아야 한다”고 경영 마인드를 밝혔다. 특히 한약재를 상품으로 다룬다면 소비자의 신뢰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건강과 직결된 상품이기에 이익을 보기 위해 단 한마디의 거짓을 뱉었다가는 신뢰를 잃게 된다. 티끌만한 거짓이 섞여도 들키지 않을 거라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신뢰를 잃으면 나만의 손해가 아니라 아버지의 명예, 그리고 직원들의 생계까지도 위협을 받기 에 언제나 정직과 신뢰를 최우선으로 여긴다”는 한 대표는 이 마음을 오랫동안 유지해왔기 때문에 제기동 약령시장을 주름잡는 최고의 약재상이 될 수 있었다. 단순하지만 오랫동안 유지하기 힘든 마인드인데, 어떻게 지금까지 초심을 지속할 수 있었던 걸까. 이에 그는 “특별할 것은 없다. 상품을 파는 게 아니라 마음을 전한다는 결심을 가지면 되는 것”이라고 답한다. 자신을 꾸며내는 말을 하는 건 영 적성에 맞지 않는 한재국 대표. 인터뷰 중이어도 특별한 말을 하지 않고 그저 있는 그대로 담담하게 말할 뿐이다.

 

 

 

 

 

인삼농사 짓던 부친 슬하에서 약재상 되겠다는 마음 키워

한재국 대표는 인삼농사를 짓는 아버지의 밑에서 자랐다. 그의 아버지는 서울의 위탁상인들의 갑질을 지겹도록 많이 겪었다고 한다. 이런 횡포에 휘말리지 않도록 서울에 가게를 내는 것이 소원이었다는 부친은 그 바람을 이루게 됐다. 그렇게 시작된 서울에서의 약재판매는 처음부터 쉽지는 않았다. 지금처럼 SNS나 홍보수단이 발달한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전화로 주문을 받아내는 것도 어려웠다고 한다. 하지만 오직 정직을 무기로 삼은 아버지 덕분에 한 대표도 어떤 마음가짐으로 장사를 해야 하는 지를 배웠다.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바로 동광종합물산이다. 이곳에는 산지에서 올라온 약재와 한방재료 품목이 약 2,000여가지 정도 된다. 오랫동안 유통을 해왔기에 그만큼 단골고객도 많이 확보했다. 중장년층 고객들은 문자 한통으로도 주문서를 보내준다고 한다. 까다로운 약재 품목을 다루는데 단골이 많다면 그간의 신뢰성 확보는 더 이상 설명이 필요하지 않다. 소비자의 눈은 아주 정확하기 때문이다. 수백번 잘 해도 한번 실수에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나는 것이 바로 고객의 특성 아닌가. 그래서 단골 고객도 귀하게 모신다. 상품은 까다롭게 들여놓지만 고객에게는 진심을 전한다는 생각으로 다가간다. 한 대표는 “새로운 품목을 늘리려다 오히려 중요한 것을 놓칠 수 있기에 가장 우선순위에 두는 ‘신뢰 유지’에 중점을 둔다”며 경영철학을 들려준다.

대표-직원-고객이 함께하는 ‘상생’을 지향하다

동광종합물산은 소비자들의 비대면 구매와 편의성을 위해 ‘동광한방몰’이라는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다. 2010년쯤 개설한 자체 인터넷몰인 ‘동광한방몰’을 비롯해 오픈마켓에도 상품을 판매한다. 영업하기 위해 도매로 상품을 구매하는 이들이 전체 매출의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도매의 비율이 그만큼 높다는 사실은 상품의 질과 가격에 있어 우위를 점한다는 증거다. 품질과 가격이라는 상반된 두 가지를 충족하는 비결에 대해 한 대표는 “결코 쉽지 않다”고 솔직하게 말한다. 온라인은 가격비교가 쉬워 가격에 따라 소비자들의 선택이 좌우되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너무 가격에만 치중하다보면 품질을 놓칠 수 있다. 따라서깊은 고민이 뒤따른다. 오랜 시간동안 약재상을 하면서 구축한 인맥과 네트워크, 현장의 소리를 반영해 종합결론을 내린다. 이렇게 정답을 찾는 것이다. 동광종합물산 한재국 대표는 미래 목표에 대해 “그냥 지금 식구들이랑 계속 같이 가는 것”이라고 했다. 식구란, 그의 직원들이 될 수도 있지만 더 나아가서는 그와 네트워크를 이루는 모든 약재상이다. 점점 불황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모두와 함께 상생하고 싶다는 진심의 온기로 한랭전선을 녹였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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