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에 반대의사를 표하면서 조 회장의 연임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소액주주와 외국인주주들까지 국민연금과 입장을 같이할 시 자칫 조 회장은 1992년 이후 27년만에 대한항공 등기임원직에서 밀려날 위기다.

 

27일 대한항공은 서울 강서구 본사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한다. 안건은 △재무제표 승인 △정관변경 안건 △사내이사 선임 △사외이사 선임 △이사보수한도 등이다.

 

이 가운데 논란이 되는 조항은 조양호 회장의 연임을 결정하는 사내이사 선임 안건이다. 조 회장은 회장직을 연임하려면 주총에서 출석한 주주들의 3분의 2 이상 동의를 얻어야 한다. 보통 주총 참석률이 80% 수준인 점을 감안할 때 약 27% 이상이 반대표를 던질 경우 연임이 어려워진다.

 

그런데 지분 11.56%를 보유한 2대 주주 국민연금이 조 회장 연임에 반대하기로 결정하면서 심각한 위기에 몰렸다.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는 전날 격론 끝에 조 회장의 연임 안건에 대해 공식적으로 ‘반대 의견’을 내면서다. 이른바 땅콩회항과 갑질 파문 등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며 총수 일가가 재판에 넘겨져 기업가치를 훼손했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특히 지분율이 높다는 점과 더불어 국민연금의 결정은 다른 외국인주주와 소액주주들에게 큰 영향력을 끼친다는 점에서 더 우려가 높다.

 

이미 국내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물론 플로리다연금과 캐나다연금, 브리티시컬럼비아투자공사 등 해외 기관투자자들도 조 회장의 연임에 대한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또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도 반대를 권고한 상태다.

 

따라서 조 회장과 한진칼(29.96%) 등 33.35%의 특수관계인 지분만으로는 연임 안건을 통과시키기가 어려운 처지가 됐다.

 

만약 이날 주총에서 조 회장의 연임이 불발되면 27년 만에 등기임원직을 내려놓게 된다. 조 회장은 1974년 대한항공에 입사한 후 약 18년 만인 지난 1992년 사장에 오르며 등기임원이 됐다. 1999년 대한항공 대표이사 회장, 2003년 한진그룹 회장에 오르며 그룹 경영의 전면에 나섰다.

 

만약 조 회장이 물러나도 후폭풍은 커진다. 우선 모회사인 한진칼과 조 회장의 영향력이 약해지고 기관투자자 등 여타 금융주주들의 입김이 세질 전망이다.

 

한진칼은 이른바 강성부 펀드로 알려진 KCGI가 투자목적자회사 그레이스홀딩스를 통해 지분 12%를 모아 2대 주주가 됐다. 이후 비핵심사업 구조조정과 차입금 축소 등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이에 따를 경우 인력감축 등이 동반돼 노조도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구조조정이 추진되면 노사 갈등 문제가 불거질 수도 있다.

 

조 회장이 용퇴할 경우 천문학적인 퇴직금도 사회적 논란이 될 수 있다. 대한항공의 퇴직금 규정은 회장은 재임기간 1년 당 6개월 분의 월급을 지급하도록 돼있다. 조 회장은 1999년 회장이 됐다.

 

이를 볼 때 조 회장은 회장 재직기간 27년에 6개월 분(약 13억 5,000만원·2017년 기준)을 감안하면 퇴직금만 약 360억원 이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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