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제 3차 신도시 개발에 남양주 화훼 농가 위기 봉착,

남양주/ 화훼연구회 김백준 회장

 

정부 제 3차 신도시 개발에 남양주 화훼 농가 위기 봉착,

화훼연구회 김백준 회장

“정당한 보상과 대책이 절실하다”

 

정부의 제 3차 신도시 개발 예정지구로 남양주 왕숙지구가 지정됐다. 신도시 개발에 땅 주인들은 엉덩이를 들썩거리겠지만 그 땅을 임대해서 사는 화훼농가는 앞길이 막막해 졌다. 눈뜨고 코 베이게 생긴 것이다. 주택안정화 사업을 핑계로 혹세무민하여 특권층이 이득을 보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역사의 도돌이표가 되지 않도록 정당한 보상과 대책이 요구된다.

‘특권층’ 이득 보면 안 돼

조선시대 초기에 시행된 수조권(收租權, 관리들에게 맡긴 토지 운영권, 수신전과 휼양전으로 세습이 가능했다)이 바닥을 드러내자 세조는 현직에 있는 관리에게만 수조권을 주도록 법을 개정한다. 그러다 보니 관리들은 현직에 있을 때 노후와 사후를 대비하고자 대대손손 물려줄 땅을 불법적으로 확장하게 되는데 그 피해자는 고스란히 농민들의 몫이었다. 일제 강점기 토지조사사업은 일제가 조선인들의 땅을 반 강제적으로 빼앗은 사건이다. 눈뜨고 코 베인 사건 1위에 등극할 만한 부당하고 억울한 사건이었다.

 

토지에 관한 농민들의 억울함 이면에는 이득을 보는 특권층이 있다. 이번에는 또 어떤 특권층이 배를 채우게 될 것인지 심히 우려스럽다. 토지사업에 있어서는 누구도 이득과 손실을 보아서는 안 된다. 주택안정화 사업으로 정부는 신도시 개발을 추진하고 있지만 기존의 소유자와 원주민들에 대한 보상이 적절한지 분명히 따져보아야 한다.

농장 이주 시 입지조건 적응 안 돼.. 4, 5년 가계 빚으로 채워져

남양주 화훼연구회 김백준 회장은 “도시개발로 농민들이 농장을 옮긴다는 것은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는 것과 같다”고 토로했다. 식물을 재배한다는 것은 하루아침에 되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입지조건을 갖추기 위해 4, 5년은 새로운 땅에 적응하는 시기가 필요한데 이때 발생하는 비용 대부분을 농가들이 빚에 의존한다는 것이다. 지난 12월 말에 발표된 정부의 제 3차 신도시 개발에 남양주 왕숙지구가 포함되었다. 남양주시 화훼농가 14가구가 들어가 있다. 김 회장은 “화훼농가가 줄어드는 것도 문제지만 보상만큼이라도 적절히 이루어져 농가에 시름이 없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남양주시 화훼연구회는 97년 ‘IMF’로 무너져 가는 화훼 농가를 다시 살려보자는 취지로 지난 2002년에 발족되었다. 그로부터 17년이 다시 흘렀다. 지난 20여 년 동안 기술적으로 많은 발전을 이루었지만 어려운 살림살이는 쉽게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경기가 어려울수록 지출을 줄이는 항목 1위가 바로 꽃이기 때문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015년 공직사회 기강확립을 위해 제정된 ‘김영란법’은 화훼 소상공인들을 위기로 내몰았다. 올바른 사회문화가 정착되기 위한 법이라는 것은 인정하지만 결국 잡아야 할 특권층은 교묘하게 빠져나가고 소상공인들의 살림살이만 헛헛하게 만든 꼴이 되었다. 김 회장은 “갈수록 화훼농가가 사양 산업으로 치닫는 것이 안타깝다”며 “정부와 지방자치 차원에서 화훼를 보호할 수 있는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화훼는 공공재로 바라보아야

화훼 농가가 안정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생산기반확충을 위한 산지규모화와 재배형 화훼유통단지가 절실하다. 김 회장은 전문 화훼 단지를 조성해 관광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꿈이지만 규모 차원에서 정부와 지차제의 지원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또 재배형 화훼 전문 유통 단지를 만들어 안정적인 판로가 이루어지는 시스템을 만들어 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 외에 길거리 가로수처럼 거리마다 꽃을 심는 정부 차원의 도시 미화 사업이 생긴다면 화훼 농가에 큰 시름을 덜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남양주는 몇 해 전부터 일부 지역에 가로수 꽃을 심고 있다. 또 미화 사업의 일환으로 도시 혐오 시설이나 도시 재생 사업에 화훼를 이용하는 방법도 제안했다. 쓰레기 매립지, 소각장, 하치장, 납골당, 화장장, 공공화장실 등과 같은 혐오시설 주변을 화훼로 공원화 하면 이미지 개선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즉 화훼를 모두가 이용할 수 있는 공공재로 바라보면 죽어가는 화훼 농가도 살릴 수 있고 도시도 살릴 수 있는 일거양득의 조치가 될 것이라고 피력했다.

기능성 식물과 반려 식물 연구 개발

화훼연구회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신품종 개발 연구를 계속해 왔다. 특히 기능성 식물과 반려식물에 중점을 두고 있다. 김 회장은 최근 급속도로 악화되는 환경에 공기정화, 냄새제거, 항균. 식충, 유해 물질 분해라는 기능성 식물과 수월한 관리로 평생을 함께 할 수 있는 반려식물을 개발해 소비자들에게 다가가고 있었다.

 

공기청정기능을 가진 식물들 중에서도 다양한 기능을 가진 식물들이 있다. 밤에 산소를 뿜어내는 스투기와 산세베리아, 인테리어를 겸할 수 있는 극락조, 콤펙타, 알로카시아. 미 항공우주국(NASA)이 선정한 아레카야자, 포름알데히드, 일산화탄소를 제거해 주는 안시리움, 암모니아제거에 효과적인 스파티필름과 관음죽, 잎이 화려하면서도 유해물질을 제거하는 크로톤과 뱅갈고무나무, 그리고 잎이 동전을 닮아 돈나무로 불리는 금전수, 해피하다는 해피트리와 녹보수, 행운목, 황금죽 등도 집들이나 개업식에 선물하기 좋은 공기정화 기능성 식물들이다.

 

다육이 와하월시아는 최근 들어 다양한 품종으로 취미가용, 교육용, 가정용 등 값도 싸고 귀여워 키우기 좋은 식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다육이 알로에, 스투기, 산세베리아와 같은 열대식물은 물을 자주 줄 필요가 없다. 반면 시들시들하다가도 물만 주면 살아나는 스킨답서스와 스파티필름도 가정에서 쉽게 키울 수 있는 식물들이다.

진접농협로컬푸드에서 화훼 판매 전시 중

남양주 화훼농원은 지난 2015년부터 진접농협로컬푸드 직매장에서 일반 대형마트보다 훨씬 싸고 좋은 가격에 60여종의 다양한 식물들을 판매하고 있다. 각각의 식물에는 그 식물을 소개하는 친절한 설명서가 동봉되어 있어 소비자들이 친근하게 접근 가능하다. 김 회장은 올해로 4년차에 들어섰는데 큰 수익은 아니지만 성장곡선을 그리고 있어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고 밝혔다. 화훼연구회는 매년 봄이면 소비자가 직접 분갈이를 체험할 수 있는 이벤트를 열고 있고 어버이날에는 독거노인, 외국인노동자, 한 부모 가정을 대상으로 하는 무료 꽃 나눔 행사도 진행하고 있다.

 

김 회장은 최초 50여명으로 시작한 남양주 화훼연구회 회원이 신도시 개발, 소득감소 등으로 현재 28명으로 줄었다고 밝혔다. 형제처럼 지냈던 농가들이 떠날 때가 가장 가슴 아프다는 김 회장은 “농가들이 모두 일심하여 이 추운 시련의 시기를 잘 극복해 보자. 또한 꽃이 사치품이 아니라 생활필수품이 되어 사회 정화적인 문화로 성장하여 아름다운 수도권 동북부 거점 도시로 거듭 나는 남양주시가 되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한 송이 꽃을 피우기 위해 애쓰는 남양주 화훼 농가의 삶에 따뜻한 봄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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