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원 1천700명, 하루 18시간씩 30일간 봉사
무료급식과 위러브유학교, 환경정화 등 이재민 아픔 보듬어

라오스 댐 붕괴사고가 발생한 지 한 달이 지난 가운데, 열악한 상황 속에서 이재민들의 고통과 아픔을 보듬은 단체가 진한 감동을 주고 있다. 글로벌 복지단체 국제위러브유운동본부(회장 장길자, 이하 위러브유)다.

7월 23일(현지시각) 라오스 남동부 아타프주(州)에 위치한 세피안-세남노이 수력발전소 보조댐이 붕괴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이 사고로 5억 톤의 물이 한꺼번에 아랫마을을 덮쳐 현재까지 36명이 사망하고, 97명이 실종됐으며 6천여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사랑하는 가족이 눈앞에서 떠내려가는 모습을 속수무책으로 지켜봐야 했던 아빠, 부모형제를 한순간에 잃어버린 아이 등 이재민들의 슬픔은 갈수록 커진다. 여기에 죽음의 공포를 맞닥뜨린 순간들이 악몽으로 되살아난다. 그런 이재민들이 모여 있는 대피소에서 국제위러브유운동본부는 삶의 새 희망을 틔우고, 잃어버린 웃음을 되찾아주었다.

 

‘어머니 사랑 깃든 식사’ 이재민들의 아픔 위로

재난이 발생한 아타프주 사남사이시는 수도 비엔티안에서 700km가량 떨어진 오지에 속한다. 홍수 같은 재난이 자주 발생하는데 접근이 쉽지 않아 NGO들도 성금 기탁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위러브유 측은 “수재민들에 대한 현장 도움이 더욱 절실한 상황”이라며 “힘들고 지칠 때 누구보다 나를 위로해주는 이가 있다면 바로 어머니일 것이다. 그런 어머니의 마음으로 수재민들에게 삶의 용기와 희망을 전해주고자 했다”고 봉사의 취지를 밝혔다.

위러브유는 재난이 일어난 7월 급히 현장으로 달려가 관계자를 면담하고 가장 시급한 지원사항을 파악했다. 이후 8월 2일부터 30일까지 한 달간 무료급식봉사와 위러브유학교 활동, 탁아소 운영, 대피소 일대 환경 정화, 배수로 개설 및 정비, 복구작업, 이미용 봉사 등 그야말로 총체적인 봉사를 펼쳤다. 부녀, 장년, 청년 등 연인원 1천700여 명의 위러브유 라오스 지부 회원들이 자원하여 봉사에 나섰고, 인근 태국에 있는 회원들도 시간을 내어 한마음으로 동참했다. 이타푸주 재난본부는 봉사자들의 이동을 돕고자 군용트럭 2대를 지원했다. 사남사이시 대책본부, 한국 SK 건설, 태국 오프로드 동호회 등도 천막, 장비, 식재료 등을 지원해주었다.

대피소에 모인 이재민은 가장 피해가 컸던 마이마을과 코콩마을 주민 1천700여 명과 타힌·힌랏·타셍찬·사몽마을 주민 1천800여 명이다. 위러브유 관계자는 “안타깝게도 급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주로 기름기 많은 볶음밥이나 라면류를 비닐에 담아 끓는 물을 부어 먹게 하는 식이었는데 주민들 식성에 맞지 않아 설사를 하는 고통도 겪고 있었다”며 “이에 현장에 무료급식 캠프를 차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급식봉사는 새벽 5시부터 밤 11시까지 하루 18시간씩 날마다 진행됐다. 회원들은 매주 일요일 250km 떨어진 팍세에서 돼지고기, 닭고기, 야채, 각종 양념재료 등 깨끗하고 신선한 식자재를 직접 구입해와 주민들의 입맛에 맞고 건강에 좋은 음식들을 정성껏 만들었다. 저녁이 되면 대피소에서 나오기 힘들어하는 이들에게 직접 음식을 가져다주기도 했다. 따뜻한 친절과 맛있는 식사에 하루 최대 2천여 명이 위러브유 급식캠프를 찾았다. 그렇게 한 달간 밤낮없이 총 4만 1천여 명분의 식사를 제공했다. 가슴 아픈 사연을 가진 이들이 이곳에서 위안을 얻어갔다. 많은 단체들이 짧게는 성금과 구호품 기탁, 길게는 일주일간 머물다 떠나는 반면, 위러브유 급식캠프는 어느새 가족같이 가까워진 회원들과 주민들로 갈수록 북적이며 웃음꽃이 피어났다.

 

절망에 빠진 아이들을 희망으로 일으킨 ‘위러브유학교’

위러브유 캠프를 찾는 이재민들 중에 유독 아이들이 많았다. 어떻게 하면 가족을 잃은 아이들이 다시 웃음을 찾을 수 있을까 고민하다 아이들에게 다채로운 교육을 해주는 ‘위러브유학교’를 개설했다. 단체 관계자는 “아이들의 웃음으로 어른들에게도 조금이나마 희망을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마침 회원 중에 전직 교사, 라오스 대표학교인 국립동덕대학교 졸업생, 행사진행 전문가 등이 있어 수업을 맡았다. 하루 2회 수업을 진행했는데 즐거운 노래와 율동, 영어, 예절교육 등 주제도 다양했다. 식사 전후 손 씻기, 양치질하기, 쓰레기 분리수거 등 생활 속 전염병 예방법 교육도 함께 했다. ‘올챙이와 개구리’, ‘상어가족’ 등 한국 동요와 율동이 이곳 아이들에게 인기 높았다. 날로 인원이 늘어 200여 명의 아이들이 수업에 참여했다. 이는 재해를 입은 5개 마을 초등학생 수 전체에 가깝다. 위러브유 관계자는 “아이들이 웃음을 보이자 지켜보는 부모님들도 웃기 시작했다. 눈물을 훔치는 아버지도 있었다”고 전했다. 선생님들은 수업 후 아이들의 안전한 귀가도 도왔다.

위러브유학교는 어느새 그 지역에서 학생 교육의 좋은 본보기가 됐다. 인근의 고아원 운영단체, 단기 봉사단체, 말레이시아 의료팀 등 다수의 단체들이 위러브유학교를 본받아 아이들 교육에 나섰다. 위러브유학교는 이후 라오스 정부와 유엔이 협력하여 학생 교육용 천막 3동을 개설하는 밑거름이 됐다.

이런 진심어린 사랑에 기적도 일어났다. 가족을 잃은 충격으로 끼니도 거른 채 실어증에 걸린 아이가 위러브유 회원들의 엄마 같은 손길에 웃음과 건강을 되찾은 이야기는 현지 언론과 관계자들 사이에 기적으로 회자됐다. 당초 마을 아래쪽 중고등학교 운동장에 위치해 있던 위러브유 급식캠프는 10일 만에 지방자치단체의 이동 통보에 위쪽 초등학교로 옮겨야 했다. 그런데 위러브유 회원들이 보고 싶어 그곳까지 3km나 되는 거리를 걸어 날마다 수업을 들으러 오는 아이들도 있었다.

세계 언론들 관심, 수상도 잇따라

선생님들의 정성과 갈수록 전문화되는 수업, 아이들과 주민 호응 등으로 현지 유력 언론은 물론 외신 기자들도 위러브유 캠프를 찾아 취재 경쟁을 벌였다. 라오스 국영 뉴스통신 KPL은 “세계 170여 국가에 지부를 둔 대규모 봉사단체 위러브유가 수재민을 위해 무료급식, 재해지역 복구작업, 배수로 정비, 각지에서 들어오는 구호품 정리 지원, 어린이를 위한 위러브유학교 개설 등 많은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29일과 30일에는 아타프 주지사와 사남사이 시장이 위러브유의 봉사에 연이어 표창을 수여했다. 렛 사이아폰 아타프 주지사가 김용완 위러브유 라오스 지부장에게 전달한 표창장에는 “홍수로 피해 입은 수재민들을 위한 봉사활동 공로가 크다. 여러분의 선한 행실을 우리 주 역사에 남긴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국제위러브유운동본부는 ‘어머니의 마음’을 근간으로 국가, 민족, 언어를 초월해 70억 인류를 지구촌 가족으로 여기며 복지활동을 전개한다. 전쟁과 기아, 재난과 질병 등으로 고통 받는 지구촌 이웃들을 위해 아동․청소년복지, 사회복지, 긴급구호, 환경복지 등 다양하고 전문적인 활동을 해오고 있다. 그동안 한국 세월호 참사 무료급식봉사, 네팔 지진피해복구 등 각국에서 재난구호활동을 펼치고 환경보호, 헌혈운동, 물펌프 지원 등을 통해 세계인의 생명과 건강, 우정과 화합을 위해 노력해왔다. 위러브유 측은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희망을 찾아가는 모습에 기쁘고 감사하다”며 “앞으로도 라오스를 비롯해 세계 각국에 지속적인 도움을 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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