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석 많은 우리 아이, 마취 없이 스케일링 할 수는 없을까?

비마취 스케일링!

결론부터 말하자면, 불가능하다. 더 구체적으로 말해 보자면 비마취 치과치료는 하지 않는 것이 좋다.

3살 이상 개, 고양이의 80%가 치주질환을 앓고 있다고 한다. 3살은 사람 나이로 환산하면 서른 정도인데, 대다수의 동물들이 그 나이부터 입안에 불편함을 느끼며 지낸다는 것이다. 다행히 많은 보호자들이 반려동물의 구강위생에 관심을 갖고 스케일링 관련 상담을 많이 받으러 오시고 있다. 치주질환은 방치할 경우 간과 신장질환, 심장질환 등의 전신질환을 일으킬 수 있어서 조기에 발견하여 치료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동물병원에 내원하여 치과검진을 정기적으로 받는 것이 좋다.

치과검진의 시작은 신체검사다. 목과 얼굴 주변의 부종, 통증, 림프절의 종대가 있는지 촉진해보고, 입술을 들춰 입냄새가 심한지, 치석이 많은지, 잇몸이 발적되거나 붓지 않았는지 확인한다. 흔히 치석이 치아에 얼마나 많이 붙어 있는지만 평가하기 쉬운데, 치석도 치석이지만 치은염(잇몸의 염증)이 치주질환의 첫 단계이니 잇몸 상태를 주의해서 보게 된다. 그리고 구강종양, 부러지거나 없는 치아가 있지는 않은지 등을 살펴본다. 이러한 신체검사는 비마취 상태에서 진행하는 육안적 검사이다.

 

그러나 치아를 둘러싼 치조골의 상태와 치근의 상태를 평가하기에는 육안적 검사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치과방사선 검사와 프루빙(치주낭의 깊이 측정)을 통해 잇몸에 덮여 보이지 않는 치주조직의 건강상태를 확인해야 모든 병변을 놓치지 않을 수 있다. 또한 치과방사선 검사에서 치석이 치아 표면에 붙어 있어 병변을 가리는 경우가 있으므로 검사 전에 스케일링으로 치석을 제거해야 한다.

요약하자면, 치아와 치주조직을 전체적으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비마취 육안검사와, 마취 하 방사선 검사, 프루빙이 모두 필요하다는 것이다. 스케일링은 치아 표면에 붙어 있는 치석을 제거하는 작업으로, 이는 환부를 소독하는 것과 같은 위생관리에 비교될 수 있다. 물론 스케일링만으로도 가벼운 치은염은 호전이 되겠으나 치주염을 비롯한 다양한 치과질환이 관리되는 것은 아니다. 단순히 눈에 거슬리는 치석만 떼어주고 싶은 것이 아니라면, 스케일링과 더불어 전체적인 검사를 진행한 후 필요한 치과치료를 받는 것이 추천된다.

 

이제 마취 이야기를 해보자.

무척 온순하고 협조적인 개, 고양이의 경우 비마취 상태에서 핸드 스케일러로 치석을 떼어 주는 것이 가능하다. 하지만 많은 아이들, 특히 이미 치주질환을 가지고 있는 아이들은 통증이 있는 잇몸과 치아 주변을 건드리는 것을 허락해주지 않는다. 혹 환자가 움직이면 날카로운 치과기구에 의해 잇몸이 손상될 수도 있다. 비마취 치과치료 동안 과도한 보정으로 턱 골절과 경부손상이 발생하기도 하고, 기관 삽관 없이 진행된 치료로 오연성 폐렴이 생기기도 한다. 그리고 스케일링 후에 진행되는 연마작업이 없다면 거칠어진 치아 표면에 플라그는 더욱 쉽게 달라붙게 된다. 비마취 상태에서는 연마작업을 진행할 수 없다. 또한 볼과 입술 쪽의 치석은 제거할 수 있을지 몰라도 혀 쪽, 입천장 쪽의 치석은 비마취 상태에서 제거하기 힘들다.

가장 큰 문제는, 비마취 상태에서는 잇몸 안쪽의 치석을 제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치석은 잇몸 아래쪽에도 존재할 수 있고, 잇몸 위쪽에 있어 눈에 보이는 치은 연상 치석보다 치주질환을 더 심하게 유발한다. 그래서 잇몸 위쪽의 치석만 스케일러로 제거했다고 해서 구강위생관리가 되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순한 동물이라도 잇몸 안쪽으로 날카로운 기구를 넣도록 허락해 주지는 않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위에서 설명했듯이 정확한 질병의 수준을 판단하기 위해 프루빙과 치과방사선 검사가 필요한데 이러한 검사들은 반드시 환자가 마취된 후에야 가능하다.

필자의 경험 상 가벼운 스케일링을 위해 내원하였다가 마취 하 구강검사에서 치주염 진단을 받고 발치를 포함한 치료를 받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마취가 달갑지 않은 것은 사실이나 보다 확실한 치료를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 생각한다.

 

<기사제공 : VIP동물의료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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