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음색과 활력 보여주는 무대 제공

바이올리니스트 레이 첸은 소통에 능한 바이올리니스트인 것 같다. 전례없는 온라인 팔로워들을 통해 클래식 관객을 양산하고 저변을 확장시키는데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 내한공연 무대를 통해서도 느껴졌다.

그러나 관객과의 소통을 잘한다는 것이 바로 연주력을 담보하는 것과는 별개의 얘기다. 이런 관점에서 지난 6월17일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내한 리사이틀을 가진 레이 첸의 연주회는 이런 레이 첸의 면모를 다시 한번 바라보게 하는 시각을 제공한 느낌이다.

레이 첸의 데카 데뷔 앨범 “The Golden Age"를 들어보면 막스 브루흐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중앙에 배치하면서 에릭 사티의 ‘짐노페디 1번’과 드뷔시의 ‘달빛’, 그리고 ‘Waltzing Matilda'가 전통곡으로 흥을 돋구는 것을 볼 수 있다.

지난 17일 공연에서도 레이 첸은 베토벤과 생상스, 이자이의 바이올린 소나타, 이어 파야의 스페인 민요모음곡과 몬티 차르다시를 연주하면서 생상스에선 맹렬히 몰아붙이다가 순수한 활력이 넘치는 이자이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를 들려주는등 막심 벤게로프의 말을 빌리면 젊은 음색과 활력을 보여주는 무대를 제공했다.

사실 이날 레이 첸의 연주회는 아직은 국내 무대에서 흡인력은 다소 부족한 듯 객석은 전부 차지는 않았다. 1989년 대만출생으로 호주로 이주한 올해 만 29세의 바이올리니스트의 이력이니 그럴 수 있으려니 하지만 사람들과 공감할 수 있는 21세기형 바이올리니스트의 모습을 보여주려는 그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모아진다. 이를테면 팬들한테 영감을 얻고 다시 그들에게 영감을 주고 싶어한다는 레이 첸 스타일의....앙코르에서 바이올린 레퍼토리의 유명한 비루투오소 작품들의 하나인 크라이슬러의 Tambourin Chinois Op.3, 아이유의 연주나 The Golden Age에서도 녹음된 퐁세의 에스트렐리타의 앵콜은 이런 면에서 레이 첸의 특징을 보여주는 연주였다고 볼 수 있다.

예후디 메뉴인 콩쿠르와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동영상으로 간간 보기는 했지만 본격 경력을 쌓아가고 있는 그의 예술성을 좀더 이해하기 위해 레이 첸의 첫 음반인 스트라빈스키 CD와 소니 데뷔 음반 <비루투오소>(Virtuoso), 이어 차이콥스키와 멘델스존 음반, 모차르트 음반, 라벨의 <치간>(Tzigane) 음반이 계속 듣고 싶어진다.

저작권자 © 엔디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