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섬누리영농조합 권혜경 대표

 

                                                              오늘의 대한민국의 유통경제

                                                                              한섬누리영농조합 권혜경 대표

 

 

우리는 모두 시장에는 생산자와 소비자만이 존재한다고 알고 있다. 그러나 현실의 시장을 살펴보면 이보다 좀 더 복잡하다. 바야흐로 생산자와 소비자를 매개하는 ‘중개인’, 다시 말해서 대형마트, 백화점, 홈쇼핑 등을 포괄하는 일련의 ‘유통자’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대체 왜 유통자가 끼어들면 시장이 복잡해지는 걸까? 얼핏 보기에 유통자가 끼어든 시장의 구조는 비용에 비용을 추가로 더하는 일련의 피라미드 구조라고 생각이 든다. 그러나 생산자와 소비자의 거래 관계 사이에 유통자가 끼어드는 것은 단순히 생산자가 지불한 생산비용에 유통자의 유통비용을 더하는 것으로 총비용이 계산되지 않는다. 철저히 생산자의 입장에서 이야기하자면, 여기서 관건은 바로 유통자가 가져가는 ‘유통이윤’의 정도이다.

이른바 생산자가 짊어지는 총비용에 유통자가 가져가는 유통이윤이 더해지는 것이다. 통상적으로 국내 농산물 가격은 거의 고정되어 있다. 작황이라는 특수한 변경 요인이 없으면 거의 변함이 없다. 국가에서 국민 생활을 위해 애당초 정책적으로 이를 통제하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도리어 이 때문에 중간에 낀 유통자는 자신의 이윤까지도 생산자에게 전가할 수 있다. 귤 1kg 한 박스를 팔아 얻을 수 있는 총이윤이 정해진 상황에서, 생산자가 지불한 생산비용과 유통자가 지불한 유통비용은 귤 1kg 한 박스를 팔았을 때 드는 총비용을 구성하는 함수이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의 유통경제에서, 유통자는 생산자가 짊어지는 생산비용을 책임지지도 않으면서 자신의 유통비용과 유통이윤까지 모두 생산자와 소비자에게 전가하고 있다.

생산자와 유통자를 각각 놓고 그 상관도를 염두하자면, 이른바 생산자가 시장에 더 비탄력적인 상황인 셈이다. 미시경제학에서, 비탄력적인 재화와 탄력적인 재화가 만나면 비탄력적인 재화가 모조리 비용을 짊어지게 된다. 독박을 쓰는 것이다. 즉 생산자와 유통자의 관계에서, 시장에 좀 더 비탄력적인 쪽은 상대적으로 생산비용이 고정적인 생산자이다. 유통자와 비교했을 때 생산자가 좀 더 시장에 비탄력적이기에, 이들이 경합하면 생산자가 모든 비용을 부담하는 구조가 작금의 대한민국 유통경제인 것이다. 그렇다면 왜 유통자는 시장에 대해 탄력적일 수가 있을까? 바로 유통자가 지불하는 유통비용이 귤 1kg 한 박스에 대한 시장가격을 결정짓는 비중에서 생산비용보다 더욱 큰 우위에 있기 때문이다. 이는 바로 귤 1kg 한 박스의 시장가격이 ‘판촉’과 ‘품질 등급’이라는 기준에 따라 천차만별이라는 것으로, 생산물의 다수는 낮은 등급을 받아 저렴하게 팔리고 극소수만이 고급품이 된다. 문제는 이 모든 선별과 공급, 판촉 등이 유통자 재량에 달려 있다는 점에 있다.

그렇기에 오늘날 대한민국의 시장에서 생산자는 철저한 ‘을’이 될 수밖에 없다. 이는 소비자에게도 결코 좋지 못하다. 질 좋은 상품을 저렴하게 구입하는 일도 요원하거니와, 소비자 역시 경우에 따라 이러한 유통비용을 판매가에 전가당하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의 더욱 현명한 소비가 절실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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