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오페라단만의 고유성 갖는 동시대적 언어 펼쳐보여

거의 40년전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된 나비부인의 기억을 반추하다보니 세종문화회관의
역사와 같이 세종문화회관에 드나든 셈이 됐나 보다.
지난주 4월말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투란도트의 공연 중간중간
"무대가 좋네요"라는 관객들의 코멘트에서 엿볼 수 있듯 
서울시 오페라단의 투란도트는 야외에서의 대작의 느낌은 주지는 못했지만 동시대와 호흡하는 메시지를
담아내려고 노력한 점에서 기존의 투란도트와 차별화한 점이 가장 먼저 시야에 들어왔다.
보통 투란도트 하면 이 오페라가 얼음처럼 차갑지만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중국의 공주 '투란도트'에 관한 오페라 이야기이란 점에서
마치 오페라 나비부인이나 뮤지컬 미쓰 사이공등이 일본풍이나 베트남풍의 배경이 대부분을 이뤄왔던 것처럼
서양인 관점에서 바라본 동양의 이국적인 취향을 극대화시킨
중국풍 공연이 대부분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서울시 오페라단만의 고유성을 갖는 동시대적 언어의 오페라를 만들고자 한 점에서
이번 2018년판 오페라 투란도트는 그 의의가 남달랐다고 보여진다.
공연의 막이 올라가자 마자
일제의 잔재로 6.25전쟁후 미국의 원조자금으로 복구된
화력발전소로 한강의 기적을 상징하는 당인리발전소(현 서울복합화력발전소)를
모티브로 한게 눈에 확 들어왔다.
산업화 과정이후 산업폐기물과 공해유발, 한강 수질 오염원이라는 현실적 고민,
이후 지속적인 리모델링으로 현재 문화창작 발전소로 거듭나고자 하는 극복과정을
현대적 해석의 오페라 투란도트 안에 담아 표현하고자 하는 해석이 두드러졌다는 얘기다.
이는 한국오페라 70주년 기념, 세종문화회관 40주년을 맞이해 서울시 오페라단이
새로운 각오로 오페라 작품을 올리겠다는 의지의 표출로 표현된 것이리라.
이번 서울시오페라단의 투란도트는 한편으론 문명의 종말을 앞둔 극한 상황에서 희망과
뜨거운 피를 품은 생존자들이 결국
사랑을 택하며 난제를 극복하고 승리를 향해 인류가 함께 나아가는 과정을
그렸다는 점에서 개인뿐 아니라 당면한 사회 문제, 다가올
미래앞에서 각자에게 던져진 선택의 문제에 화두를 던지고 그 방향을 그려보는
좋은 기회가 됐다고 여겨진다.
미래 도시에서 펼쳐지는 서울시 오페라단의 이번 새로운 투란도트 역시 2막에서 볼 수 있었듯
김라희가 열연한 투란도트와 박지응이 출연한 칼라프역의 존재감이 두드러지게 대비됐다.
2막에서 투란도트가 부르는 아리아 '이 궁전에서 In questa reggia' 가
그런 존재감을 초반부터
보여줬는데 "나는 결코 누구에게도 소유될 수 없다. 그 누구와도 결혼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내 마음속의 증오는 영원한 것이다. 어떤 자도 나를 가질 수는 없다"며
극심한 히스테릭의 투란도트의 인간적 면모가 부각된 점이 초반의 시선을 끌었다.
칼라프역을 맡은 박지응이 3막 초반에 부른 '공주는 잠못 이루고(Nessun Dorma)'는
두란도트 역에 맞서는 또 한명의 뚜렷한 존재감으로 내게는 비춰졌다. Nessum Dorma는
세개의 수수께끼를 모두 맞춘 칼라프가 그럼에도 결혼을 거부하는 투란도트에게
그는 하루밤 안에 자신의 이름을 맞추라는 문제를 내며 밤은 깊어져 새벽이 밝아오고
자신의 승리를 확신하며 부르는, 대부분의 관객들에겐 투란도트 오페라중 가장 익숙한 아리아다.
테너 박지응은 "이전까지 이 아리아가 어두운 내면을 그려왔다면 이번 무대에선
어두운 곳에서 흘러나온 빛이 세상을 비춰 진정한 사랑을 발견하고 아름다워지는
세상을 보여주게 될 것"으로 적시했는데 이런 그의 발현에 잘 부합했다고 본다.
류 역을 맡은 신은혜의 '가슴속에 숨겨진 사랑(Tanto Amore, Segreto) 3막도
주목받을 만한 아리아의 하나였다. 투란도트는 이방인 남자의 이름을 알아내기 위해
그를 따르던 시녀 류를 고문하지만
결국 알아내는데 실패하며 끝까지 비밀을 지켜내는 류의 모습에 투란도트는
"이런 고통을 감수하도록, 무엇이 너의 마음에 그런 용기를 주는가?"라고 묻는데 "그것은
바로 사랑"이라며 노래하는 류의 아리아도 이번 서울시 오페라단 투란도트의
백미중 하나로 남았다.

저작권자 © 엔디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