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하지 않은 흥미로운 프로그램에서 막달레나 코제나의 역량 빛발해"

내가 우리 시대 최고의 메조 소프라노의 한명으로 꼽히는 막달레나 코제나의 내한공연을 처음 본 것은 2013년 코제나의 남편인 베를핀필 수장 사이먼 래틀의 내한공연 1주일 직후 가졌던 2013년 11월 19일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의 초기 바로크 아리아집 <사랑의 편지>를 주제로 코제나의 핵심 레퍼토리라고 할 수 있는 초기 바로크 작품들을 노래했던 내한공연이다.

클래식계의 퍼스트 레이디 공연으로 세간의 지대한 관심을 모았던 이날 내한공연에서 코제나는 신발을 신지않고 맨발로 걸어나와 자연스런 흐름속에서 연한 결을 느끼게 하는 비필리포 비탈리의 ‘아름다운 눈동자여(O bei lumi)와 지기스몬도 딘디아의 ’무정한 아마릴리(Cruda Amarilli)등 총 18개의 프로그램들을 들려줬다.

 

막달레나 코제나가 가장 잘하는 고음악을 명확한 주제를 갖고 전체적인 구성을 짠 공연이어서 남편 사이먼 래틀이 클래식계의 황제격인 베를린필의 수장을 맡고 있는 만큼 코제나는 메조 소프라노로서 퍼스트 레이디의 품격을 보여줬으며 과하지 않은 연주단체 프리바테 무지케 앙상블의 연주에 코제나의 감친 맛이 더해진 공연으로 기억에 남아있다.

이런 기억을 안고 찾은 지난 4월17일 LG아트센터에서 있은 막달레나 코제나의 라 체트라와의 “위기의 여인들”에서 코제나는 루치아노 베리오의 세쿠엔차III에서 모노독백같은 더 원숙한 목소리와 이날 공연의 하이라이트였던 후반부 클라우디오 몬데베르디 <전쟁과 사랑의 마드리갈>(제8권중) ‘탄크레디와 클로린다의 싸움’에서의 인상적인 모노 드라마의 품격있는 히로인으로 열연했다.

15년전 LG아트센터에서 첫 독창회를 가졌던 이탈리아 루치아 알리베르티가 27년전 플라시도 도밍고와 세종문화회관에서 열연을 펼쳤던 것에 비해 당시 컨디션 문제로 난조를 보였던 것을 감안하면 알리베르티 보다 낫다는 생각을 갖게 할 만큼 이날 코제나는 전반부에서 클라우디오 몬테베르디 <포페아의 대관>중 ‘버림받은 아내’, “가볍고 모호한 네 번째 농담”중 “달콤한 고통”등을 통해 청아하고 폭넓은 음역과 탁월한 가사 전달력을 보여준 것으로 생각되어진다.

뻔하지 않은 흥미로운 프로그램이 이날 절정을 이뤘던 것은 약 21분에 달하는 몬테베르디 <전쟁과 사랑의 마드리갈>(제8권)중 “탄크레디와 클로린다의 싸움”에서의 그녀의 우리 시대 메조 소프라노로서의 또 다른 변신이자 이번 공연의 하이라이트인 전투사 복장의 1인 3역!의 더욱 연극적인 변신. 서로 사랑하는 사이인 십자군 기사 탄크레디와 이슬람 여전사 클로린다가 서로 알지 못한채 결투를 벌이다 클로린다가 숨을 거두기 직전에야 서로 연인임을 알아본다는 비극적인 작품 “탄크레디와 클로린다의 싸움”은 코제나나 세 사람의 역을 완벽히 소화해낸 한편의 오페라를 보는 듯 했다.

이런 여운 때문에 사서 듣게된 2016년 발매 코제나의 앨범 몬테베르디에 녹음된 “탄크레디와 클로린다의 싸움”은 실연 공연을 보지 않고서는 무대디자인, 조명, 의상, 특히 연기를 더하여 드라마틱한 장면이 더욱 연극적으로 표출된 감동을 느낄 수 없으리라는 점을 깨닫게 만들었다. 막달레나 코제나의 홈페이지는 어제 서울 LG아트센터에서의 막달레나 코제나 공연은 막달레나가 바젤 바로코 앙상블 라 체트라와 지휘자 안드레나 마르콘과 함께 보기드문 무대장치가 돋보인 바로크와 현대작품들을 선보인 이례적 성공적인 4월 아시안투어를 끝마친 것이었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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