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개성화 되어가는 연주계에 진지성 깃들여진 피아노 리사이틀로 뇌리에 남을 듯"

BBC프롬스에 출연해 모차르트 피아노협주곡 22번 연주로 엄청난 박수세례를 받고 있는 레온스카야, 페도세예프 지휘의 바이에른방송교향악단과의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2번 연주로 역시 엄청난 박수세례를 받는 레온스카야.
이런 모습을 기대하고 지난 3월31일 성남아트센터 콘서트홀에서 있었던 엘리자베트 레온스카야 피아노 리사이틀을 찾아 감상했던 음악애호가라면 해석적 깊이를 놓치지 않는 엘리자베트 레온스카야의 새 모습을 발견한 리사이틀을 잘 체험한 것이 됐다는 생각이 든다.

 

엘리자베트 레온스카야는 위대한 러시아 비루투오소의 후예이자 생생한 현역으로
역사를 만들어가는 피아니스트. 쿠르트 마주어, 콜린 데이비스, 크리스토프 에셴바흐, 유리 테미르카노프 등의 지휘자들이 가장 사랑하는 피아노협연자로 회자돼왔다.
이런 자신의 이력에 손색없게 성남아트센터 콘서트홀 입장부터 레온스카야는 거장적 여류피아니스트의 풍모를 풍기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서두르는 기색없이 오랜 세월의 연륜이 묻어난 여유로운 풍모가 두시간여 펼쳐질 이 피아노 리사이틀의 성격을 규정짓는 듯 했다.
올 슈베르트곡으로 짜여진 지난 3월31일 토요일의 레온스카야 성남 피아노 리사이틀은 첫곡 슈베르트 피아노 소나타 9번 B장조,D.575부터 오랜 거장의 결이 다르다는 것을 실감케하는 음색을 보여줬다. 매우 비루투오지한 슈베르트, 방랑자환상곡 C장조, D760도 그녀가 인터뷰에서 밝힌 대로 소나타와 같이 네 개의 악장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휴식없이 자연스럽게 흘러가며 연주된 것이 기억에 남는다. 후반부의 슈베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18번 G장조, D.894에서도 요란하게 자신의 역량을 과시하려 하기보다 조곤조곤 얘기하듯한 차분한 작품으로 각인된다.
반복에 반복을 거듭하는 멜로디의 나열에서 그녀만큼의 내공이 아니면 상상하기 어려운 미세한 완급 조절과 페달링으로 지루함을 피하는 동시에, 감상자들이 떠올리기 힘든 아기자기함을 새롭게 만들어낸다는 말에 수긍케하는 연주였다.
70대의 연배에 접어든 레온스카야는 간혹 지친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달관의 피아니즘을 펼쳐보인 그녀의 모습에 젊은 피아니스트들에게서 볼 수 없었던 진지성이 깃들여져 몰개성화 되어가는 연주계에 인상적 피아노 리사이틀의 하나로 내 뇌리에 남아 있을 것 같다.
오스트리아 빈에 40여년 거주해왔지만 여전히 러시아인의 정체성을 고집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며 자신에 대해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그녀 역시 비르투오소, 특히 러시아 비르투오소들의 전통에 대한 자부심을 적극적으로 나타내는 피아니스트라는 점에서 본격 러시아 비루투오소의 연주들을 섭렵해보고 싶은 생각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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