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과 여름 사이의 계절로 사계 중 첫 번째 계절은 ‘봄(Spring)’이다. ‘봄’의 어원을 살펴보면 두 가지 정도가 있다. 첫 번째는 ‘불(fire)’의 옛말인 ‘블’이라는 글자에 ‘옴’이 합쳐져서 ‘따뜻함의 계절’ 이라는 의미를 가진다. 두 번째는 ‘보다(see)’라는 의미에서 ‘봄’이 왔고 ‘모든 것을 새롭게 바라보는 계절’을 뜻하기도 한다. 두 가지는 자연자체의 변화인 추운 겨울에서 따뜻함의 계절인 봄을 의미하지만 나머지는 그 자연을 바라보는 나 자신의 변화가 바로 ‘봄’을 뜻한다. 자신의 변화는 ‘나(self)’에 대한 성찰이기도 하다. 이렇듯 봄에는 여러 가지의 함축적 의미를 담고 있는 계절이기도 하다.

 

봄이 되면 기분이 좋아지고 움츠렸던 정서가 깨어난다.

기본적으로 맑은 봄 날씨와 최적의 햇살 강도를 생각할 수 있다. 이는 계절성 우울증의 감소에 영향을 미친다. 봄이 되면 기분이 좋아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미시간 대학 심리학과 연구팀이 ‘심리학과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 의하면 봄에는 기분 탓이라기보다는 날씨가 정신건강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 때문이라고 한다. 봄이 되면 화창하고 따뜻한 쾌적한 날씨가 된다. 이때 30분정도만 햇살을 맞고 있어도 기분이 좋아지며 스트레스 수치가 낮아진다. 또한 기억력과 창의력이 높아지고 기분을 상승시켜 긍정적으로 변화하게 도움을 준다. 햇볕을 많이 쐬면 우울증감소에 효과가 있다는 것은 이미 여러 매체들을 통해 알고 있는 사실이다. 봄에 일조량이 증가하면서 행복호르몬인 세로토닌과 도파민의 분비량이 늘어나면서 우울한 감정의 해소가 된다. 뇌를 각성상태로 유도하며 머리를 산뜻하게 해주고 마음의 밸런스를 조절해준다. 이는 기분을 안정시켜주며 자율신경의 밸런스를 조절해주기에 잠들기 좋게 해준다. 그러기에 봄은 겨울동안 움츠렸던 정서가 깨어나게 하는 계절인 것이다.

 

만물이 싹트는 계절 봄에 유독 청춘남녀가 사랑에 잘 빠진다.

신라의 젊은 여승 설요는 15세 때 아버지를 여의고 그 슬픔에 비구니가 된다. 그러나 결국 21세 때 청춘의 애달픔을 노래한 ‘반속요(返俗謠: 세속으로 돌아온 노래)’를 짓고 환속하였다. 그녀는 “꽃 피어 봄 마음이 이리 설레니 아, 이 젊음을 어찌할거나” 바람난 자신의 심정을 고백했었다. 여자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봄. 여승의 마음도 흔들어 놓을 정도로 치명적인 매력을 가진 계절이다. 봄철의 햇볕과 따뜻한 바람은 사람의 간뇌를 자극해 성 호르몬(sex hormone)을 많이 분비시킨다. 성호르몬은 사람을 격정적으로 만드는데 봄철에는 특히 여자들에게서 더 많이 분비된다. 그러니 봄이 되면 여자들이 더 예뻐질 수밖에 없고 봄에 유독 청춘남녀가 사랑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봄이 되면 마음이 설레다 보니 바람을 피우는 사람들도 생긴다. 바람기가 많은 사람들은 실제로 뇌를 촬영했을 경우 이성을 느낄 때 분비되는 도파민이 많이 분비된다고 한다. 바람기에 대해 독일의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Martin Heidegger)는 “인간은 이유도 근거도 없이 세상에 내 던져진 존재”라고 말했다. 즉, 공허한 존재라는 것이다. 프랑스 철학자 장 폴 샤르트르(Jean Paul Sartre) 또한 대상에 대해 반응함으로써 존재하는 ‘대자존재’라고 하였다. 인간은 ‘자아(ego)’라고 할 만한 실체나 본질이 없다는 것이다. 자신의 뜻대로 이 세상에 온 것도 아니고 자신의 뜻대로 늙어가는 것도 아니다. 그래 인간은 절망과 공허를 채우기 위해 욕망에 매달리지만 채워지지 않는다. 채워지지 않는 본질적인 공허를 채우기 위해 인간은 늘 새로운 것을 찾아다닌다. 결국 바람이 나는 이유는 상대가 예뻐서 멋있어서가 아니라 그냥 새로워서이다. ‘마법을 사용하는 마술사’라는 죄명으로 감옥에 갇혔던 희대의 카사노바처럼 위험한 바람이 아닌 본질의 공허를 채우기 위해 자기계발에 시간을 보내는 것이 필요하다. 봄은 열정적으로 무엇을 배우기 탁월한 계절이다.

스위스 분석심리학자 칼 구스타브 융(Carl Gustav Jung)은 인간의 심리에서 원형 성을 발견하고자 했다. 원형성은 자연의 순환적 구조와 심적 표상이 만다라 형으로 자연의 순환을 ‘원’의 형태에 비유했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의 계절이 순환이 되면서 같은 행동의 패턴이 반복된다. 계절의 순환이 인간의 심성에 미치는 영향은 공통적이다. 봄이라는 계절은 비단 우리나라 사람들만 느끼는 정서가 아니라 봄을 경험하는 세계 모든 민족에게 통용된다는 것이다. 계절과 우리의 마음에는 밀접한 관계가 있다. 따스한 봄. 동기부여가 되고 열정이 꿈틀거리는 계절. 그동안 움츠렸던 마음에서 벗어나 마음껏 봄을 만끽하고 지식도 쌓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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