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공명력 보여주는 아리아들에서 드 니스의 본령 발견”

소프라노 다니엘 드 니스의 계몽시대오케스트라(Orchestra of the Age of Enlightenment)와 함께 한 모차르트 앨범을 들어보면 기존 소프라노들에서 볼 수 없었던 다니엘 드 니스의 소프라노로서의 신선한 음색이 경이롭다.

모차르트의 모테트 <환호하라 기뻐하라>(Exsultate, jubilate)로 시작하는 드 니스의 모차르트 앨범은 정교한 콜로라투라에서 부드러운 서정성에 이르기까지 엄청난 극단을 아우르는 그녀의 능력이 농익게 실려 있어 음반을 듣는 내내 공연장에서 듣는 것과는 다른 신선한 감동을 맛봤다. 시카고 오페라 극장의 총감독을 맡고 있는 브라이언 디키가 그녀의 모차르트 앨범을 두고 “다니엘 드 니스가 손꼽히는 모차르트 성악가가 될 운명이라는 것이 이미 명백해졌다”는 평에 수긍할 만한 화려한 음색이었다.

 

그동안 많은 소프라노들의 내한공연을 봐왔지만 ‘모차르트 아리아에서 브로드웨이 뮤지컬까지’의 타이틀로 진행된 지난 3월15일 LG아트센터에서 내한공연을 가진 다니엘 드 니스의 경우 시종일관 그녀가 뿜어내는 팔색조의 에너지와 아름다움의 다채로움이 빛나 비슷한 시기에 내한공연을 가져 학구적 이미지로 브리튼의 녹턴을 통해 더 깊은 밤의 영역으로 들어간 이안 보스트리지와 대비됐다. 단순히 클래식계의 가장 매력적인 존재라거나 오페라의 가장 쿨한 소프라노라는 애칭 이상의 뛰어난 음악성과 함께 무대위 카리스마와 더불어 이국적인 매력과 친근감을 겸비한 21세기형 디바를 확인한 무대였던 듯 해서 많은 관객들의 넋이 나갔던 것 같다.

어디 이뿐인가. 스위스 루체른 페스티벌 스트링스의 날렵하고 샤프한 사운드, 세련되고 기민한 앙상블은 60년 전통의 루체른 페스티벌 스트링스의 특별한 사운드를 감상하기에 손색없는 연주를 펼쳐 공연감상의 기쁨이 배가되었다. 루체른 페스티벌 스트링스는 피아니스트 마르틴 슈타트펠트와 지난 2010년 바흐의 <피아노 협주곡 제1,2,5번>을 녹음하며 슈타트펠트로 하여금 “음향장치가 완벽히 세팅된 스위스의 산에서 진행된 루체른 페스티벌 스트링스와 같은 훌륭한 오케스트라와 바흐의 피아노 협주곡을 연주한 것은 멋진 일이었죠”라며 극찬을 이끌어낸 것으로 보도된 바 있다.

다니엘 드니스는 3월15일 내한공연에선 후반부의 번스타인 뮤지컬 공연에서 뮤지컬의 마법같은 공연을 펼치더니 브로드웨이 뮤지컬 넘버에선 흥겨운 율동으로 팔색조를 넘나드는 자신만의 매력을 마음껏 발산했다. 전반부의 아리아 공연에선 드 니스는 모차르트의 <돈 조바니>중 “그 배신자를 피해요”, “그 악당이 나를 배신했어”등에서 초반엔 다소 건조한 음색으로 소프라노의 미성은 보여주지 못하는 듯 했으나 로시니의 <세비야의 이발사>중 “방금 들린 그대 음성”의 후반부로 갈수록 탁트인 음성과 흥겨운 율동을 선사하는 저력으로 이끌어갔다.

드 니스의 내한공연이 뮤지컬에서 빛을 발했다는 의견으로 기울어진 공연평들이 다수 많았으나 드 니스의 모차르트 음반을 들으며 그녀의 본령은 역시 깊은 공명력을 보여주는 아리아들에 있음을 확인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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