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 / 양여천 시인

공기가 나를 참
아프게 한다

털뭉치를 집어 삼킨 고양이가
토해내지 못한 마른 기침처럼
되삼키고 있는, 욕심이

내 목에 고여
한심하게 삼키지 못한 목마름이
아프다

꿈을 꾸고 있었는데,
내 몸에 누군가가 앉아
목을 지긋이 누르고 있는 것만 같다

나는 그저,
젖은 몸을 허우적대고 있는 생선일뿐

은빛 비늘을 퍼덕이다가
숨이 말라붙어 수면위로 퍼뜩 뛰어 오른다

이제는 그 기침이 목을 갉아먹고
폐속에는 발톱자욱이 늘어가는

퇴화되었다고 생각했던
옆구리에 남아있던 꼬리뼈같은
아.가.미

그곳에 수포가 차고
부종이 터진다

차마 들이키지 못했던, 그 가래같은 기억이
공기가 나를 아프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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