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프라노 여지원의 존재감 확실히 각인시킨 무대

소프라노 여지원의 목소리를 공연장에서 처음 들은 것은 지난해 4월초 경기도문화의 전당에서 리카르도 무티와 함께 한 ‘무티 베르디 콘서트’에서였다.

무티의 꽉 조인 조련효과가 느껴진 이날 경기필과의 무대에서 여지원은 베르디의 맥베스 1막중 맥베스 부인의 편지의 아리아 “일어서라 지옥의 사자들이여”와 2막중 맥베스 부인의 아리아 “빛은 엷어지고”부터 단단한 팜므의 모습으로 젊음의 힘이 넘치는,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 리카르도 무티가 지휘하는 베르디 오페라 ‘에르나니’ 주역으로 발탁돼 세간의 주목을 받은 이후 유럽에서 성가를 높이고 있는 그녀의 존재감을 확실히 부각시키고 있었다.

 

이후 전반부의 시칠리아섬의 저녁기도 4막중 엘레나의 아리아 “아리고, 아 당신을 용서하려는 사람에게”, 에르나니에서 1막중 엘비라의 아리아 “밤이 내려와… 에르나니, 날 데리고 도망처요”에서 무티의 전폭 신임을 받는 소프라노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지난해 4월 수원 경기도 문화의 전당에서 있었던 무티 베르디 콘서트 후반부에서 여지원은 시칠리아섬의 저녁기도 3막중 “4계”에서 경기필의 봄의 화사함이 느껴지는 연주와 가을의 경쾌한 울림의 연주가 손색없었던 가운데 무티의 이런 전폭 신임을 받은 무티의 비밀병기임을 다시 한번 입증시키며 인상적 국내무대 데뷔를 가졌다.

지난주 1월19일 올해 40주년을 맞은 세종문화회관과 서울시향이 함께 한 2018 신년음악회는 소프라노 여지원의 존재감이 넓고 깊게 전달되는 공명력(共鳴力)으로 오케스트라와 테너를 압도하며 그녀의 존재감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던 무대였던듯 하다.    

1부 도니체티의 <안나 볼레나>중 ‘내 고향으로 데려다주세요’로 세번째 무대에 오른 여지원은 오페라 무대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절절한 오페라 무대를 연출, 이날 무대의 히로인으로서 유럽무대에서 닦은 여유로운 무대 스테이지 매너와 소프라노의 풍성한 윤기있는 음색의 그녀의 존재감이 다시 한번 확실히 부각됐다.

푸치니 <잔니 스키키>중 ‘오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에 이어진 도니체티, <람메르무어의 루치아>중 ‘바람에 실려 그대에게 가리’에선 이 이중창대신 여지원이 도니체티의 대표적 벨칸토 비극인 <람메르무어의 루치아>중 가장 유명한 ‘광란의 아리아’를 불렀더라면 여지원이 연초부터 또한번 센세이셔널한 소프라노로 자리매김할 자리가 되지 않았을까 싶었다.

2부에서 여지원은 푸치니, <라 보엠>중 ‘그대의 찬 손’에 테너 강요셉과 또 한번의 뜨거운 열연을 펼쳐 열띤 커트콜로 마무리됐는데 올해 신년치고 이처럼 신년음악회가 다양하고 풍성한 해도 최근 들어 없었던 것 같다. 1월초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정명훈과 함께 한 원코리아유스코리아 오케스트라 창단연주회가 앙상블 측면에서 유럽챔버오케스트라의 수준은 안될까 하는 아쉬움과 바르샤바필이 2년전 조성진과 가진 쇼팽입상자 갈라 내한콘서트에서의 열띤 열기를 보여주지 못한 것을 감안하면 올해 40주년 개관을 맞은 세종문화회관과 서울시향이 함께 한 2018 신년음악회는 2018년 연초 인상적 무대의 하나였음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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