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서서히 명멸하듯 차이콥스키 교향곡의 끝장 보여줘”

유리 시모노프 지휘의 모스크바필이 차이콥스키 교향곡 전곡 연주회의 마지막날 서서히 명멸하듯한 차이콥스키 교향곡 제6번 연주를 통해 차이콥스키의 끝장은 보여줬다.
올해 모스크바필의 차이콥스키 교향곡 전곡 연주회는 11월에 앞서 서울에서 열린 베를린필이나 암스테르담 콘서트 헤보우등의 세계 오케스트라 랭킹 1-2위를 다투는 세계적 오케스트라등의 내한 연주회에 빛이 가려 솔직히 빛을 보지는 못했다. 일부 일간지에서는 모스크바필의 연주 기대치에 대해 별 다섯개 평점 가운데 세개로 중간 정도로 평가하기도 했고 베를린필이 휩쓸고 간 자리에 모스크바필이 국내 관객을 다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 채울 수 있을 만한 흡인력은 없어서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한마디로 베를린필이 휩쓸고 간 자리에 모스크바필의 흡인력은 없었다. 그러나 다른 시각에서 본다면 러시아 연주단체의 연주 퀄리티를 베를린필이나 암스테르담 콘서트 헤보우 연주의 잣대로 평가해서는 안될 듯도 하다. 러시아 악단이 지닌, 러시아 연주단체가 갖고 있는 장점으로 보면 차이콥스키 같은 러시아 작곡가들의 곡들을 연주하는데 모스크바필이 갖고 있는 장점을 발견할 수 있을 여지를 남겼기 때문이다.
차이콥스키 특유의 비장하고 처연한 아름다움이 발휘된 교향곡 제6번 비창 연주에서 이런 장점이자 모스크바필의 마지막 희망이 살아나는듯 했다. 지난 11월24일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있었던 모스크바필의 올해 차이콥스키 교향곡 전곡연주회의 마지막날, 모스크바필은 예브게니 오네긴중 폴로네이즈 서곡과 차이콥스키 교향곡 3번의 연주에선 전반부엔 조금 실망스러운 면을 노출하며 안타까움을 자아냈지만 후반부 비창을 통해 저력과 잠재적 연주실력을 보여주는 것이 완연했다.
파곳에 의해 어둡게 제시된 1악장의 1주제, 강렬한 악상의 행진곡 같은 인상적 3악장, 우울하고 비통하게 흘러가다 지극히 처연하게 비극적 대단원을 맞는 연주가 베를린필이 들려줬다는 최고급 오케스트라 사운드는 아니었지만 러시아 사운드만의 맛을 맛볼 수 있도록 해준 점에선 긍정적 점수를 줄 수도 있을듯 싶다.
차이콥스키 교향곡 가운데 6개의 교향곡을 둘로 나눠 전기와 후기로 볼 때 두드러진 비극적 감상으로 일관된 명곡이자 차이콥스키의 거대한 유품들로 꼽히는 4,5,6번 교향곡들이 확실히 1,2,3번의 차이콥스키 교향곡들에 비해 인기면에서 앞서며 국내 관객들이 많이 접한 곡들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이번 모스크바필의 차이콥스키 전곡 교향곡 연주는 국내 관객이 잘 접할 수 없었던 작곡가의 초기 교향곡들이 갖고 있는 매력을 발견토록 기회를 제공한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고 보여진다.

저작권자 © 엔디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