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발레단체보다 발레의 질감이 높은게 특징”

러시아 클래식 발레의 본보기격인 '백조의 호수'가 5년여의 오랜만에 러시아 본토 마린스키 발레단 프리모스키 스테이지로 지난 11월 9일부터 12일까지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열렸다.

5년전 러시아 마린스키 본관 발레단이 내한해 세종문화회관에서 클래식 튀튀(tutu)의 새하얀 의상에 나사가 촘촘히 딱딱 맞물려 들어가듯 무용수들의 일사불란한 동작에다 바닥에서 사각사각하는 소리에 세종문화회관의 발레관객들이 숨죽였던 무대의 긴장감은 없었다.

 

이번 마린스키 프리모스키 스테이지 발레단의 공연은 긴장감보다는 서울콘서트 필하모닉과 함께 연주에 참여한 마린스키오케스트라 수석연주자의 한명인 1st Violin Mr. Vladislav Gluz씨가 표현한 대로 클래식 발레의 전형을 마린스키 블라디보스톡 분관격인 프리모스키 스테이지로 본 점에서 의미를 찾는 것이 적절한 표현일 것 같다.

마린스키 프리모스키 스테이지의 내한공연에 앞서 11월1일부터 5일까지 국립발레단의 안나 카레니나도 같은 무대에 올려졌다. 안나 카레니나도 1700쪽 넘는 방대한 이야기를 2시간 내외의 발레로 대사도 없이 춤만으로 구현해내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긍적적으로 볼 대목이라면 비록 상페터스부르크를 본관으로 하는 마린스키 발레단이 200년이 넘은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고 프리모스키 스테이지가 APEC정상회담을 계기로 최근 블라디보스톡에 세워진 분관 발레단체이긴 하지만 마린스키 프리모스키 스테이지 내한공연을 감상하면서 특징을 꼽으라면 국내 발레단체보다 발레의 질감이 높은게 확연히 느껴졌다.

엘다르 알리예프 마린스키 프리모스키 스테이지 발레단 단장도 극장 운영이나 공연 레퍼토리가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마린스키 발레단과 동일하며 다만 마린스키 1극장의 전통을 돈으로 주고 살 수 없기 때문에 마린스키 프리모스키 스테이지가 성장할 시간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라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발레의 양대산맥인 볼쇼이 발레가 기교적 측면에서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 반면 이번 마린스키 프리모스키 발레 역시 상페테스부르크 마린스키 발레단 본관의 영향을 받아 이들의 발레 ‘백조의 호수’ 역시 감성적 측면에서 관객들에게 많이 다가간 것처럼 여겨진다.

마린스키 극장이 수용한 블라디보스톡 프리모스키 극장 소속 발레단 댄서들의 군무가 ‘백조의 호수’의 온전한 매력을 보여주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일부 평자들의 의견도 있었지만 역동적 느낌의 음악을 전달한 지휘 안톤 토르비예프의 지휘역량도 인상적으로 꼽을 만 했다. 오데트&오딜역의 이리나 사포즈니코바와 지크프리트 역의 세르게이 우마넥이 출연한 11월 11일 토요일 공연을 관람해 5년전에 이어 한국인 김기민이 출연한 백조의 호수를 보지 못한 것은 개인적 아쉬움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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