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가 지휘와 피아노 연주를 한 연주회에서 병행하는 것이 꼭 바람직할까.

지난 11월 9일 저녁 롯데콘서트홀에서 안드레이 가브릴로프 내한공연 ‘클래식의 위대한 도전’ 공연이 가브릴로프가 지휘와 피아노 연주를 병행한 포맷의 연주회가 있었다. 이날 가브릴로프는 차이콥스키의 피아노 협주곡 1번과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3번을 프라임필하모닉과 피아노협연과 지휘를 도맡아 진행했다.
과거 가브릴로프의 내한연주회를 빼놓지 않고 보아온 사람으로서 이날 가브릴로프의 ‘클래식의 위대한 도전’은 객석의 관객에게 보여주기 위한 이벤트성이 될 수 있을지언정 피아노연주가가 최고의 피아니즘을 들려주기 위한 리사이틀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음을 보여준 연주회이기도 했다는 느낌이 든다.

 

피아니스트 안드레이 가브릴로프는 5년전인 2012년 11월 25일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 스테이트 심포니와 협연을 가진 차이코프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 B단조(Piano Concerto No.1 B Flat minor, Op. 23)에서 서울 공연장 무대에서 근래 보기드문 가장 격정적 연주로 청중들의 감격어린 브라보를 불러일으켰던 기억이 새롭다. 특히 차이코프스키 협주곡 1번이 제1악장에서 모든 협주곡을 통틀어 도입부가 가장 유명한 것을 생각해 볼때 힘이 넘치고 다이내믹한 타건의 가브릴로프가 휘몰아치는 부분에선 거의 일어설 듯 열정적 자세로 청중을 열광시켰던 기억이 생생하다.
지난 11월9일 가브릴로프의 연주회를 찾은 관객들은 이런 그의 차이콥스키 협주곡 제1번의 해석이나 자신의 곡해설 Note 그대로 음악이 표현과 음량의 한계까지 다다르는 장대한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3번의 장대한 클라이맥스 부분에서 그 절정의 막을 내리는 가브릴로프의 해석을 감상하기 위해 이날 공연을 찾은 관객들도 적지 않았을 것이다.
이번 가브릴로프의 ‘클래식의 위대한 도전'에서도 가브릴로프의 전매특허라고 할 만한 팔을 쭉쭉 뻗는 지휘나 펄쩍 뛰어오르며 연주를 마무리하는 그의 스타일은 그대로 재현됐다. 그러나 지휘와 피아노 연주를 병행한 두곡의 협주곡이 가브릴로프 피아니즘의 진정한 감동을 전해주었지에 대해 곰곰히 따져봤을때 가브릴로프는 자신의 지휘로 협주곡을 연주하려는 것 대신 피아노 연주에만 전념해야 했다는 생각이 든다. 가브릴로프 소개 Profile에 2013년 4월 가브릴로프가 자신의 지휘로 협주곡을 연주하는 오랜 시간의 꿈을 실현, 베오그라드에서 풀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하룻밤에 3개의 낭만적인 협주곡 연주회를 가졌고 관객들 모두 최고의 기교와 음악에 매료되었다고 씌여있지만 말이다.
안드레이 가브릴로프 자서전에 쓰인 차이콥스키 피아노협주곡 1번과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에 대한 자신의 해설적 프로그래 노트도 흥미롭게 읽었다. 공연기획사는 이번 안드레이 가브릴로프 내한공연이 그의 음악인생 황금기의 시작을 알리는 완벽한 공연이었다고 페이스북에 적고 었지만 이런 자신의 프로그램 노트대로 그의 피아니즘이 독주회만큼 감동이 고스란히 전달되었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생긴다.
최근 몇 년사이 서울 공연에서 피아니스트가 지휘를 병행해 연주회를 이끈 사례는 영국 피아니스트 프레디 켐프와 노르웨이 피아니스트 레이프 오베 안스네스, 머레이 페라이어등이 떠오르지만 이들이 별도의 지휘자의 지휘하에 자신들이 피아노 연주에 전념했을 때보다 꼭 더 나은 연주를 들려준 기억은 없는듯 해서 전문 피아니스트는 지휘를 병행하는 대신 피아노 연주에 몰입하는 것이 최고의 피아니즘을 연출하는 길이 될 것 같다는게 개인적인 소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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