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획일적 해석을 강요하기 보단 보는 이의 상상과 사유를 자극

38년만에 국내 제작무대였다는 기대감으로 화제를 모은 오페라 탄호이저(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 10월 26-29일)는 오페라 명가로서 우선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의 가치를 재발견케한 무대였지 않았나 하는 점에서 의미를 찾고 싶다.

성남 아트센터 오페라 하우스에선 3년전에 체코필등의 오케스트라 공연등이 있긴 했지만 어쿠스틱 측면에서 많은 문제점들이 지적돼왔던 기억이 있다. 이번에 성남아트센터가 오페라하우스에 올린 오페라 탄호이저는 오케스트라 피트와 관객석의 중간에 설치된 앞무대와 객석통로의 활용이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허물고 극장공간이 갖고 있는 물리적 한계성을 극복해보려는 시도가 무대측면에서 눈여겨볼 만한 요소로 부각되는등 서울 예술의 전당 오페라하우스에 못지않은 성남지역 오페라하우스의 명가로 다시 재평가될 작품을 올린 것으로 평가할 만 하다.

 

때문에 이 같은 상징적 표현과 중성적 시공간의 설졍이 무대에서 객석으로 일방적인 시각적인 정보를 전달하여 관객의 획일적 해석을 강요하기 보다는 보는 이의 상상과 사유를 자극하여 관객 나름의 반응과 해석을 유도하기 위한 의도로 읽혀져 적잖은 박수와 호응이 이어졌다.

극 전체를 관통하는 절제된 상징성들이 단순하지만 힘있는 무대구조를 형성하며 육중한 무게감을 표현한 것도 무대미술 관점에서 주목할 만 했다. Designer's Note에서 기술된 대로 고정적인 관념을 대변하듯 뚫리지 않을 것 같은 녹슨 철판벽, 모든 삶에 대한 고뇌를 암시하듯 무겁게 보이는 납덩어리 언덕, 깨지고 기울어진 반사체에 비춰지는 중복된 시간과 공간개념, 이중적 의식의 경계로서의 반사체등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품고 있는 상징적 이미지들이 나름 신선하게 눈길을 모았다.

10월 29일 마지막날 공연 관람한 작품에선 "순결한 사랑"과 "관능적 쾌락"을 대표하는 상반된 여성상으로 비춰지는 엘리자베트 역의 소프라노 서선영과 베누스역의 메조 소프라노 김선정의 존재감이 탄호이저 역의 로버트 딘 스미스가 기품있고 단연 돋보이는 음성을 선사한 것 못지않게 부각된 것으로 보여 바그너 오페라에서 향후 국내 여성 소프라노 주역 배역진들의 활약상이 기대되는 무대이기도 했다. 특히 엘리자베트 역의 소프라노 서선영은 2막1장에서의 인상적 가창과 2막4장에서의 존재감을 드러내며 예술의 전당 IBK홀에서의 독창에서 받던 열연 못지않은 주목을 받았다.

9월초 서울 무대를 다녀간 바이에른 슈타츠오퍼 오케스트라의 키릴 페트렌코가 일본에서 탄호이저를 공연한다고 해서 관심이 새삼 높아진 성남아트센터의 국내 제작 탄호이저는 탄호이저 서곡부터 보다 극적인 연주로 출발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들만큼 출발부터 만족감을 줬던 무대는 아니었다.

그러나 2015년 11월 바그너 초기 오페라 "방황하는 네덜란드인"을 무대로 올렸던 서울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 못지 않은 넓게 탁 트인 오페라하우스를 통해 새삼 오페라 명가의 무대임을 증명한 성남아트센터를 재발견하게 된 것은 오페라 팬들로선 아쉬움 속의 수확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일부 힘이 부치고 맥빠진 오케스트라의 연주력등이 지적되기도 했지만 관객들도 마지막 감동의 대서사시를 감상하고 나오면서 잘 봤다는 탄식을 내뱉을 만큼 용서와 구원의 대서사시는 국내에서 모처럼 38년만의 긴 잠에서 깨어난 듯 해 구원의 의미가 어려움이나 위험에 빠진 사람을 구하여 주거나 인류를 죽음과 고통과 죄악에서 건져내는 일이라면 혼돈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는 진정한 구원을 위해 무엇을 갈망해야 하는 것인지 의미를 되새겨볼 수 있는 좋은 작품이 됐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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