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필 특유의 사운드를 극대화시킨 체코의 향기를 더없이 주고 갔는지에 대해선 일말의 아쉬움”

체코필 내한공연에 대한 기억은 내게는 대부분 지난 5월 작고한 이지벨라홀라베크와 연관지어져 있는 듯 하다.

약 26년전인 1991년 11월의 세종문화회관에서의 첫 내한공연의 추억이 그렇고 3년전의 성남아트센터에서 있었던 내한공연이나 이지벨라홀라베크가 BBC심포니와 내한공연을 가졌던 서울올림픽파크 야외 잔디에서의 2010년 가을의 연주가 기억에 떠오른다. 2001년 체코필 내한공연은 비체코인인 블라디미르 아쉬케나지가 지휘봉을 잡아 말러교향곡 7번등을 연주했지만 유대인인 탓에 인상적인 기억은 남아있지 않다.

작고한 이지 벨라홀라베크의 바통을 이어받은 페트르 알트리히터가 지휘봉을 잡은 올해의 아시아투어의 체코필 내한공연(9월28일 저녁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역시 스메타나의 팔려간 신부 서곡을 위시해서 드보르자크의 첼로협주곡과 교향곡 8번으로 짜여져 체코음악의 정취를 느끼기엔 더없이 좋은 선곡이었지만 체코필 특유의 사운드를 극대화시킨 체코의 향기를 더없이 주고 갔는지에 대해선 일말의 아쉬움이 남아있다.

 

올해 삼성인재연수원에서 9월27일 한차례 체코필의 연주가 있긴했지만 일본등에 비해 턱없이 콘서트홀 연주 횟수가 역시 적은 것은 2014년과 다를 바 없어서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홀보다 음향효과가 좋은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한차례 공식 연주회론 첫 숟가락에 배부를 수 없다는 속담처럼 이지벨라홀라베크 이후의 체코필의 연주력이 솔직히 배부르게 할만한 포만감의 느낌은 주지 못하고 가지 않았나 여겨진다.

그러나 과거 체코필 부지휘자등의 경력을 바탕으로 체코필과 끈끈한유대를 갖고 있는 페트르 알트리히터를 시발로 새로운 체코필의 연주시대를 열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은 충분히 던져주고 간 것 같아서 향후의 체코필의 내한연주와 음반을 통해 기라성 같은 세계 유수의 오케스트라의 반열에 손색없을 체코필의 행보를 지켜볼 수 있으리라.

체코필의 단원들 입장부터 체코의 기풍이 느껴지는 것은 바로 이어진 스메타나의 팔려간 신부 서곡에서의 섬세한 사운드로 보통 체코필의 서곡 연주로 잡히는 나의 조국중 몰다우를 듣지 못하는 아쉬움을 상쇄시켰다.

드로브자크의 첼로협주곡에서도 체코필 앙상블의 굳건함은 변함없어 오히려 이상 엔더스의 첼로 연주가 인상적인 도입부부터 보다 과감했더라면 모처럼 한국 협연자로 나선 이상 엔더스가 돋보이는 결과를 빚었을 수도 있었을 텐데 한마디로 섬세하고 드보르자크의 아름다운 선율에 치중한 첼로 사운드여서 체코필의 사운드가 압도하는 분위기에선 이상 엔더스의 첼로가 좀 묻히는듯 들렸다.

이날 체코필의 메인 연주곡이었던 드보르자크의 교향곡 8번은 풍성한 사운드로 3년전 성남아트센터에서 체코필이 들려줬던 드보르자크 교향곡 6번에서의 음향상의 미진함에 비했던 것을 생각하면 체코필의 진수에 근접한 연주였다. 이지벨라홀라베크 이후의 일종의 과도기를 겪고 있는 듯한 체코필이 과거의 영광과 영화를 되살리기 위한 노력이 하루 바삐 정착되기를 바라는 것은 이곳뿐만 아니라 유럽 현지의 음악애호가들도 마찬가지 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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