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이 사랑을 고백해도 듣지 못하고 연못에 비친 자기 얼굴에 반해 그 모습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자기 모습을 잡으려다 물에 빠져죽는다.” 그리스신화 속에 등장하는 나르키소스의 이야기다. 1898년 해블록 엘리스(Havelock Ellis)가 최초로 ‘남성 자위행위 연구 보고서’에서 심리적 상황을 설명할 때 그리스신화와 연관지어 ‘나르시시즘(Narcissism)’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하였고 영어를 번역한 것이 ‘자기애’다. 1899년 독일의 정신과 의사 네케(Nacke)는 ‘나르시스적(Narcissistic)’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였다. 나르시스적인 행위를 자신의 육체를 사랑하고 애무하며 쾌감을 느끼거나 거울 앞에 오랫동안 서서 자신의 얼굴을 황홀하게 바라보는 것이라고 표현하였다. 이후에 정신분석학자 프로이트가 자기 자신이 관심의 대상이 되어 애착하는 일, 자신의 외모, 능력과 같은 어떠한 이유를 들어 지나치게 자기 자신을 뛰어나다고 믿거나 자기중심적 성격 또는 행동이라 정의하였으며 이것이 심한 경우 ‘자기애적 성격장애(narcissistic personality disorder)’로 분류, 병리적인 것으로 보고 정신분석용어로 도입한 후부터 보편적으로 사용하게 되었다.

 

이들은 자신을 향한 사람들의 선망 가득찬 시선과 부러움을 즐기며 살아간다

프로이트는 유아기에서 청소년기에 이르기까지 주체성을 형성하는 과정을 1차적 나르시시즘이라고 하였다. 그리고 성장하면서 자기 자신을 떠나 외부의 대상인 어머니나 혹은 이성으로 향하게 된다. 하지만 상대를 찾지 못하거나 사랑할 수 없게 되면 다시 유아기적으로 돌아와 자신을 사랑하는 상태로 되돌아가게 되는데 그것을 2차적 나르시시즘이라고 하였다. 건강한 자기애는 자존감이 높고 자신감을 가지고 본인 뿐 아니라 타인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반면 건강하지 않은 자기애는 항상 자신에 대해 매우 집중하며 자신을 드러내고 싶어 하는 경향을 보이며 타인에 대해 공감하지 못하고 쉽게 질투를 느끼는 성향을 보인다. 자기애는 표현 양상에 따라 거대 자기표상과 자기과시적경향이 보여 지는 ‘외현적 자기애(overt narcissism)’와 타인의 평가에 지나치게 예민하여 부정적 평가를 받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평가 받을 상황을 아예 봉쇄해 버리는 ‘내현적 자기애(covert narcissism)’가 있다. 내현적 자기애는 취약한 자기를 보호하려는 방어적인 태도를 보이거나 다른 사람의 말들 중에 비판적인 내용에 주의를 기울이며 수치심이나 굴욕감을 쉽게 느낀다. 특히 약물이나 도박, 게임에 중독될 가능성이 높다. 영국 더비 대학의 심리학자 ‘제임스 브룩스(James Brooks)’에 따르면 이들은 자신의 사소한 것까지 과대 포장하여 자랑하고 자신에 대한 과도한 칭찬이나 자랑이 타인으로 하여금 불쾌감을 줄 정도로 도가 지나치다는 것이다.

 

부모의 잘못된 양육과 환경이 건강하지 못한 자기애를 형성하게 만든다

건강하지 못한 자기애가 형성 되는 데는 여러 가지 원인을 들 수 있다. 어렸을 때 양육과정에서 부모의 과잉보호로 인해 현실의 자신의 모습을 깨닫지 못해 자기애에 빠지게 된다. 반대로 부모에게 기대만큼 인정받지 못하거나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란 경우에도 나타난다. 특별한 존재가 되기를 요구하는 부모 밑에서 자란 경우에도 보여 지며 너무 큰 좌절을 경험한 경우 작은 시련이 와도 큰 좌절로 느끼게 하여 자기애를 통해 스스로를 방어하기도 한다. 또한 부모에게 심각한 ‘반사의 결핍(mirroring failure)’을 경험한 경우에도 보여 진다. 반사는 부모와의 애착관계에서 아기가 마치 거울을 보듯 반복하여 말하고 반응해주는 행동이다. 하지만 부모가 반응해주지 않고 무관심한 결핍이 반복적으로 지속되면 심한 경우 발달의 저해가 나타나거나 자기 대상관계에 의존하며 심각한 정신 병리를 보이기도 한다.

하버드 임상심리학자 크레이그 맬킨 박사는 자신의 저서<나르시시즘 다시 생각하기>에서 나르시시즘은 행복하고 충만하고 결실을 맺는 삶을 사는데 꼭 필요한 것이며 적당한 나르시시즘은 절망을 극복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하지만 나르시시즘에 심하게 빠진 주변사람들로 인해 만약 자신이 고통 받고 그들에게 개선 여지가 보이지 않으면 관계를 끊고 떠나라고 말한다. 심각한 파괴형 나르시시즘은 공감능력이 결여되어 타인의 입장과 감정을 헤아리지 않고 함부로 대하는 성향이 있기 때문이다. 사람은 누구나 어느 정도의 나르시시즘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건강한 나르시시즘은 긍정적인 자기 인식에 도움을 주어 자기계발의 원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건강하지 못할 경우 병리적인 문제를 동반하기에 파괴적인 나르시스즘에 빠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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