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절반 이상을 함께 해 온 자녀의 결혼, 분가, 배우자와의 사별 등으로 혼자 살아야 하는 상황에서 나타난다. 또한 자식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로 나이든 부모를 모시는 것을 꺼려하여 연락을 두절하기도 한다. 자식들에게 짐이 되기 싫어 양로원에서 생활하거나 독거하려는 노인들이 상실(loss), 소외(isolation), 우울 감(depression)을 겪는 것을 영어단어의 약자를 따서 ‘LID 증후군(loss lsolation Depression syndrome)’이라 한다. 이 증후군은 노인들의 4고(古)인 빈고(貧古), 병고(病古), 고독 고(孤獨古), 무위고(無爲古) 중 소외문제인 고독 고에 해당된다. 고독은 사회구조에 의해 유발되는 일련의 심리적 상태이며 신념, 감정, 학습된 태도와 같은 마음 상태를 나타낸다.

 

고독하다고 느끼는 감정은 개인에게 치명적인 병을 줄 수 있다. 

노인은 암으로 죽는 것보다 고독으로 인해 죽는 경우가 더 많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외로움을 느끼는 것 자체가 병을 유발시킨다. 가족, 주변사람들에게 소외되고 혼자 쓸쓸하게 있다가 죽은 뒤 일주일 혹은 한 달 후에 발견되는 등의 일들도 생겨난다. 또한 고독하다고 느끼는 감정은 개인의 심장병이나 뇌졸중, 암과 같은 신체적으로 치명적인 병을 줄 수 있다. 그러니 가족의 유대관계, 사회적관계의 결핍은 노인병을 촉진시킬 수밖에 없다. 고독은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으며 고독을 어떤 식으로 풀어 가느냐에 따라 삶이 달라진다. 혼자서 여행을 하거나 취미생활 혹은 사람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는 것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세상에 혼자인 것처럼 느끼며 삶에 대해 비관적인 자세로 본다면 희망이 없고 절망적이 된다.

2016년에 개봉한 영화 ‘죽여주는 여자’는 노인들의 삶을 다룬 영화다. 노인들이 자주 가는 공원에서 일명 ‘박카스 할머니’로 불리던 여성을 통해 우리사회의 단면을 보여주었다. 주인공 소영은 가난함 속에서 식모, 여공, 미군기지 성매매 여성을 전전하며 노년에는 생존을 위해 몸을 파는 여인이다. 소영은 주변에 노인들에게 성매매를 하면서 조력자살을 의뢰 받기도 한다. 조력자살은 말 그대로 자신을 ‘존엄 사’ 해달라는 말이다. 노인들이 더 이상 살아가야 할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 노인의 성(性)에 대한 것에만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그들이 가지고 있는 외로움과 고독감을 들여다보았으면 한다.

 

작년에 만난 60대 후반의 여성은 남편을 일찍 사별하였다. 어린 딸과 아들에게 아버지의 부재로 강하게 키우려 무섭게 훈육 했다고 한다. 딸은 일찍 결혼을 하고 둘째 아들은 지방에 내려가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 큰딸과 근처에 살며 자주왕래하고 외로움을 달래고 싶어 했다. 하지만 딸은 엄마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고 되도록 엄마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살기를 원했다. 딸과의 관계도 소원하고 사람들과 왕래도 별로 없어 혼자서 생활하며 우울 감에 빠져있었다.

 

가족, 친척들과의 관계도 소원하며 사람들과의 연결고리가 약해져간다.

대가족에서 핵가족화로 변화하다가 지금은 독신화로 나아가는 과정에 있다고 한다. 독신이 많아질수록 앞으로 더 혼자 사는 노인들이 급격히 증가할 수밖에 없다. 이미 우리나라도 고령화 사회다. 가족, 친척들과도 관계가 깊지 않은 상태에서 남과 가까이 지내는 것도 자연스럽지 않기에 혼자일 수밖에 없다. 일본에서는 ‘말하는 인형’이 잘 팔리는 현상과 독거노인문제를 연결 지어 아사히 뉴스에서 다룬 적이 있다. 말하는 인형은 공기나 실리콘으로 사람과 똑같이 만들어진 인형 안에 기계를 넣어 버튼을 누를 때 마다 말을 하는 인형이다. 처음에는 주로 독신생활을 하는 성인을 위해 만들어졌지만 점차 혼자 사는 노인들이 많이 구매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말하는 인형을 통해 ‘다 잘 될 거예요.’, ‘ 당신은 분명히 할 수 있어요.’등 위로가 되는 말들을 듣는다. 외로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말하는 인형을 구매하는 방법을 선택한 것이다. 비단 남의 나라 이야기만은 아닌 것이다. 우리도 고령화에 대한 대비책이 필요하다. 노년기에 접어든 노인들이 할 수 있는 일들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열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기에 앞으로 뭘 할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과 사회적 참여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러니 더더욱 고립감에 빠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소외되고 고독한 감정을 견디지 못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소외되고 고독한 감정을 견디지 못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도 생긴다. 우리나라는 OECD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를 가지고 있으며 그 중 노인들의 자살률도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사회적 인간관계가 축소되며 건강의 악화로 스스로 무능력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타인의 도움을 필요로 할 수 밖에 없고 이것이 실행되어야지만 노인들이 고독하지 않고 가정과 사회에서 안락하게 생을 보낼 수 있는 것이다. 미국 시카고 대학 사회신경학자 ‘존 카시오포(John cacioppo)’는 “인간은 외로움을 고통스럽게 느끼는 유전자가 들어 있으며 그러기에 본질적으로 외로움과 화해할 수 없다”고 이야기 하였다. 결국 인간이 외로움을 느끼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젊었을 때는 주변에 가족과 지인들 혹은 사회적 관계들이 연결되어 있어 외로움을 많이 느끼지 못한다. 노년기에 들어 가정과 사회에서의 역할이 변화되거나 상실되어 더 많은 고독감을 느끼게 된다.

노인들은 그동안에 가진 풍부한 삶의 경험을 사회화 교류하며 고립감에서 벗어나도록 노력해야 한다. 심리적으로 안녕상태가 되어야 하며 불안, 두려움 등에서 탈피하는 마음가짐과  뇌를 자주 활성화시키고 주위 사람들과 많이 소통하는 것이 필요하다. 사망한 노인의 80% 이상이 심리적 외로움과 고통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기에 주변에 혼자서 지내는 노인 분들이 계신다면 가벼이 지나갈 것이 아니라 관심을 가지고 먼저 다가가주어야 한다.


< LID 증후군관련 영화는 오베라는 남자/2016, 약장수/2015, 죽여주는 여자/2016, 책은 무연사회/NHK 무연사회 프로젝트 팀, 황혼길 서러워라/제정임을 참고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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