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서 / 양여천 시인

 

나의 정신은
밤의 수많은 여로를 지나며
그 속에서 춤추며 꿈의 꽃을 따고 있는
밤의 영혼과 맨 몸으로 부딪쳐 갑니다

가고 멈추어 서기를 반복하는
바다위의 파도같은 우리네 인생에서
지금의 내가 쓰고 있는 이 시는
얼마만큼되는 인생의 구간을 노래로 불러볼 수 있을까요?

추억은 서글픈 울음소리로
기억이라는 마차를 끌고 지나갑니다
나의 꿈은 이미 미래를 가르키고 있습니다
눈을 감으면 자꾸만 미래의 내 곁에 앉은
그녀가 보여집니다

내가 가지고 있는 미래에 대한 단서는
잠시 살았던 과거라는 우물에서 건져낸
운명의 단편조각에 불과합니다
두레박을 던져놓으면 산산조각이 나버릴
물위의 달처럼, 절대 없어지지는 않고
눈앞에서 푸르게 일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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