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적 알코올 중독의 결과로 나타나는 뇌손상의 원인으로 유발되는 심각한 기억장애를 '코프사코프 증후군(korsakoff's syndrome)'이라 한다. 새로운 기억을 형성하지 못하는 심각한 '순행성 기억상실(Anterograde Amnesia)'을 나타낸다. 1887년 러시아의 정신병리 학자 ‘세르게이 코르사코프(sergei korsakoff)’가 이 증세를 최초로 기술하였다. 음주 후 기억에 대한 힌트를 주면 몇몇 장면을 기억하는 '브라운아웃(Brown out)'과 필름이 완전히 끊겨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블랙아웃(black out)'이 있다. 이 증상이 오래 되면 술을 마시지 않았는데도 새로운 경험을 기억해 내지 못해 지속성 기억상실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더 심각해지면 알코올성 치매로까지 발전될 수 있다. 미국 정신의학용어로는 물질-관련 장애 중 ‘물질 유도성 장애(substance-induced disorders)'로 분류될 수 있다.

 

술을 과다 복용하는 사람에게 많이 보여 지는 알코올성 치매 ‘블랙아웃’

 

‘유도성 기억장애’라 불리는 ‘블랙아웃’은 알코올로 인한 뇌손상이 이미 진행된 상태이다. 이는 알코올의 과다 복용으로 인해 발생되는 것으로 술의 양과 나이와는 상관이 없다. 특히 요즘은 무분별한 젊은 층들의 음주문화로 인해 블랙아웃 현상을 경험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유도성 기억장애는 음주 중에 있었던 일을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 심지어 자신이 어떻게 집에 왔는지 조차도 모른다. 알코올은 혈관을 통해 우리 몸에 흡수되는데 뇌는 혈류 공급량이 많아서 다른 장기에 비해 손상되기 싶다고 한다.

필름이 끊기는 현상을 대수롭지 않게 넘겼을 경우 장기적으로 심각한 뇌손상을 일으키기에 간과해서는 안 된다. 또한 감정과 충동을 조절하는 전두엽이 알코올로 손상되게 되면 폭력적인 성향까지도 보이게 되는 것이다.

5년 전 상담했던 20대 후반 여성은 술이 없으면 잠을 못 자고 매일같이 소주를 반병 이상 마신다고 했다. 그녀는 친족성폭력으로 인해 상처를 받았고 그때부터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몇 년을 그렇게 지내다 보니 건강도 좋지 못했고 심지어 피를 토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술을 마시면 그 전날 자신이 무엇을 했는지 전혀 기억 하지 못했고 어쩔 때는 자해를 한 적도 있다고 하며 거의 피폐해진 상태로 상담실을 찾아왔었다.2005년에 개봉한 영화 ‘블랙아웃’은 유년시절 주인공 제시카의 아버지가 어머니를 죽인 뒤 자신도 자살 한다. 경찰관이었던 아버지 동료 집에서 돌봄을 받으며 후에 경찰관이 된다. 과거의 트라우마로 인해 알코올과 섹스중독인 그녀는 술을 마시면 필름 끊기는 현상으로 전날 기억을 하지 못한다. 항상 술을 마신 다음 발생하는 살인사건에 연루되지만 결국 범인은 다른 사람으로 영화는 끝난다. 이처럼 힘든 기억을 잊기 위해 마시는 술이 뇌를 마비시켜 정작 기억해야 할 것들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음주문화에 대해 관대한 나라, 술이 모든 것을 덮어준다?

 

알코올 의존도가 높은 사람일수록 알코올 섭취량을 조절하기 어렵다. 비교적 음주문화에 대해 우리나라는 관대한 편이라 다들 블랙아웃 현상을 경험해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것이다. 또한 필름이 끊긴 상태에서 어떠한 행동과 잘못을 저질러도 술로 원인을 돌려버리면 감형이 되는 경우도 있다. 자신은 전혀 기억나지 않기에 받아들일 수 없고 자신의 의지가 아니라 외친다. 이처럼 자신의 의지조차 컨트롤 할 수 없다면 술을 마시지 말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알코올 상태에서 저지른 범죄 중 살인이 40%로 가장 높았다고 한다.

 

뇌가 술을 마신 것으로 착각, 지속성 기억상실로 새로운 경험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이들은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한다. 주변 사람들이 아무리 문제가 있다고 이야기를 해도 술을 마셔서 잠깐 기억을 못하는 것이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심해지면 기억력 자체가 감퇴되고 파지력(把持力)장애가 심해진다. 정신착락, 시간과 장소, 지남력 장애, 불안, 우울 등 여러 가지 병리적인 증상을 동반 치매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알코올은 시냅스의 활동을 방해해서 신호 전달 메커니즘에 이상을 일으킨다고 한다. 그때 외부 자극이 기억으로 저장되는 길목을 막아버려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술이 깨면 해마의 기능이 정상적으로 돌아온다. 계속 과음을 할 경우 뇌의 크기도 수축시키고 쪼그라들었다가 6주후에 팽창해 원래 상태를 유지하게 된다. 하지만 이런 과정 속에서 해마가 손상되기 쉬워 제 기능을 못하게 되는 것이다.

 

1953년 스코필 박사는 평소 간질병 소견을 보이는 헨리라는 환자의 뇌를 열어 해마를 통째로 잘라버리는 뇌 엽 절제술을 행하였다. 당시에는 해마는 두뇌에서 맹장처럼 불필요한 부분이라고 믿었었다. 그 후 헨리는 5분만 있으면 기억을 잃어버리는 사람이 되었다. 마치 메멘토 영화의 한 장면처럼 말이다. (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 中) 결국 필름이 끊기거나 하는 현상이 지속 된다면 알코올 섭취를 중단해야 한다는 신호인 것이다.

2009년 음주폐해 예방과 감소를 위한 심포지엄에서 가톨릭 대학교 의과대학 정신과학 교실 김대진 교수는 “블랙아웃은 알코올성 치매로 가는 특급열차와 같다.”라고 말을 하며 심각성을 언급하였다. 결국 블랙아웃이 자주 나타나면 그 다음에 코르사코프 즉, 실생활의 건망증이 심해지고 마지막엔 알코올성 치매로 발전. 이때는 이미 늦은 것이고 회복 불가능한 상태가 된다. 알코올의 유혹에서 벗어나 자신의 뇌가 더 이상 망가지지 않게 좀 더 건설적으로 자신을 사랑해야 할 것이다.

 

“처음 마실 때는 양과 같이 온순해지고, 조금 더 마시면 사자처럼 포악해지고, 더 마시면 돼지처럼 추잡해지며, 그 이상 더 마시면 원숭이처럼 춤을 추어대고 노래를 부르게 된다. 이는 악마가 4가지 동물의 피를 취해 인간에게 준 선물이기 때문이다 - 탈무드 ”

 

<코르사코프 증후군에 관련된 영화는 당신이 잠든 사이 /1995, 카논/2016, 라스베가스를 떠나며/1996, 블랙아웃/2005, 드라마는 천일의 약속/2011,SBS, 신의 선물/2014,SBS을 참고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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