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이나 절약 또는 취미로 물건을 수집하는 것과는 다르게 무조건 물건에 대한 집착을 보이는 현상이다. 강박장애의 일종으로 ‘저장강박증후군(compulsive hoarding syndrome)혹은 저장강박장애, 강박적 저장 증후군’이라고 한다. 강박장애는 강박적 사고와 행동을 지속적으로 나타내는 정신질환이다.

사용여부 관계없이 쓸모없는 물건을 강박적으로 저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미국의 심리학자 랜디 프로스트(Randy O. Frost)와 게일 스테키티(Gail Steketee)는 저장강박은 정상과 비정상의 관계가 모호하다고 하였다. 전형적인 저장강박증상자는 공적 정체성이 아니라 내면의 개인적 정체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물건을 저장한다. 이들은 쓸모없는 물건들도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기 위함이 아니라 자신의 정체성의 일부라고 느낀다.(잡동사니의 역습 中)

이들은 어떤 물건이든 계속적으로 저장하면서 쌓아놓지 않으면 스스로 상당히 불편하고 불쾌한 감정을 강박적으로 느낀다. 그러기에 물건을 버린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사물에 대한 지나친 집착으로 인해 소유에 대한 독특한 믿음을 가지게 되면 쓸모없는 것도 의미를 부여하게 되는 것이다. 이 행동은 11~15세에 처음 저장강박이 나타나며 성인이 된 후에 만성적 저장장애로 발전된다. 하지만 심리적인 요인이나 사건에 의해서도 나타날 수 있다.

2006년에 개봉한 ‘향수: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에서 주인공 장 바티스트 그루누이는 타고난 후각으로 향을 감별하는 천재 조향사이다. 그는 태어날 때부터 아무런 냄새도 없는 인간으로 태어났다. 그러기에 더 향에 대한 강한 집착과 강박을 가지고 있으며 자신에게 향이 없다는 것에 절망하게 된다. 결국 그는 천국의 향을 만들겠다는 마음으로 도덕과 윤리를 저버리고 인간의 향을 체취하기 위해 살인을 저지른다는 내용이다. 이처럼 광적인 집착과 수집은 올바른 사고도 마비시키며 자신도 무너뜨린다.

상담실에 오는 초등학교 4학년 여자아이는 ‘프리파라’라는 일본 캐릭터에 집착한다. 용돈을 받거나 기회가 생길 때마다 이 캐릭터를 사서 모은다. 사회성이 부족하여 친구가 별로 없으며 오로지 캐릭터뿐이다. 부모는 어떻게든 강제로 캐릭터와 분리하려 하지만 소용없었다. 어렸을 때부터 잦은 부모의 다툼과 불안한 환경으로 인해 애착형성이 잘 이루어지지 못한 아이는 그 캐릭터에서 안정감을 찾고 있었다.

수집 또한 저장 강박의 일종이며 단지 좋게 부르는 다른 표현 일 뿐이다.

옥스퍼드 동의어 사전에 수록된 ‘수집하다(Collecting)’는 ’강박적으로 모으다, 쌓다, 쌓아올리다, 비축하다(Hoard)’와 같은 의미를 내포한다고 한다. 수집은 자신의 물건을 외면적으로 사람들에게 과시하고 싶어 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으나 저장강박은 조금은 다르다. 이들은 물건 자체가 자신이라고 믿기에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것에는 관심이 없다. 수집하는 것에 도가 지나치면 '수집광(Hoarding Disorder, 저장장애)'로 발전된다. 이는 저장강박장애로 분류되며 실제 가치와 상관없이 소지품을 버리거나 분리되는 것을 지속적으로 어려워한다. 결국 물건들이 집안에 모두 쌓이게 되면 원래의 용도를 심각하게 저해하게 되며 생활환경을 어지럽히게 된다. ‘저장강박증후군’에는 불필요한 물건을 버리지 못하고 보관하는 ‘강박적 저장(compulsive hoarding)’과 불필요한 물건을 수집하여 집안에 보관하는 ‘강박적 수집(compulsive collecting)’의 형태가 모두 보여 진다. 소유물에 대한 강한 애착을 보이며 타인의 감정에 둔감하고 사회적으로 고립된 행동을 보인다. 미국에서 ‘호딩(Hoarding)’은 저장강박 행동을 말하며 ‘호더(Hoarder)’는 저장강박증세가 있는 사람을 말한다. 이들은 물건뿐만 아니라 동물을 모으는 ‘애니 멀 호딩’과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을 모으는 ‘푸드 호딩’ 등 그 종류도 다양하다. 또한 이메일에 사진, 동영상 등 일단 수집한 것을 버리지 못하고 파일을 계속 쌓아두는 ‘디지털저장강박장애’도 있다.

대상관계이론에서는 정서적 애착을 느끼는 ‘전이대상(transitional objects)’에 주목하였다. 어린아이가 어머니로부터 심리적으로 독립하는 과정에서 애정을 대체할 수 있는 물건(인형, 담요)에 강한 애착을 느끼고 집착하게 되는데 그것이 전이대상이다. 이들은 다양한 물건에 과도한 정서적 애착을 나타내며 그 물건마다 사람과 같은 특징을 붙여 '의인화(personify)' 시켜 행동한다는 것이다. 결국 어렸을 때 애착형성이 잘 되지 못했기에 이런 증상들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저장강박증의 가장 큰 원인은 정신적 결핍이나 충격적인 부분이 많이 차지한다.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정신적 충격으로 인해 전두엽이 손상되면 가치판단 능력과 의사결정 을 할 수 없게 된다. 어떤 물건이 자신에게 필요한 것인지. 보관해 두어야 하는지 버려도 되는 것에 대한 가치평가를 쉽게 내리지 못하기에 물건들을 닥치는 대로 저장한다. 또한 이들에게 우울증이나 사회공포증이 함께 나타날 수 있으며 강박장애를 보이는 행동이 유전되는 경우도 있다.

‘실험사회심리학 저널(Journal of Experimental social Psychology)'에 실린 미국 뉴햄프셔 대학의 연구 결과를 보면 정서적 결핍은 주변 사람들로부터 혹은 가장 가까운 가족에게 사랑과 인정을 충분히 받지 못할 때 물건에 과도한 애착을 쏟는 행동이 보인다는 것이다. 이들에게는 물론 정신과적 치료도 있지만 가장 필요한 것은 가족 및 주변의 따뜻한 관심과 사랑이다.

<강박증 저장 증후군에 관련된 영화는 향수/2006, 편집광/1965, 폭스캐처/2014, 몽크/2012, 드라마는 리멤버-아들의 전쟁/ SBS, 2015, 책은 잡동사니의 역습/2011,월북, 멈출 수 없는 사람들/2016,반니출판을 참고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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