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기본법 제55조 제2항에 따르면 국가는 소비자로부터 가습기 살균제 피해구제 신청을 받은 때에는 한국소비자원에 그 처리를 의뢰할 수 있다. 한국소비자원은 소관 상품의 장관으로부터 피해구제 의뢰를 받은 경우에는 지체 없이 신청사건 당사자와 의뢰인에게 그 사실을 서면 통보하고 피해구제 업무를 추진해야 한다.

보건복지부(장관 임채민)는 질병관리본부(본부장 전병율)의 역학조사 결과 위해성이 확인된 6종 가습기살균제에 대해 2011년 11월 11일 오후 제조업체 대표자에게 제품안전기본법에 따라 수거명령을 발동하였다. 그러나 피해를 입은 소비자에 대한 구제활동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산모와 영유아 사망이 이어졌으나 피해사건을 모아서 한국소비자원에 피해구제 처리도 의뢰하지 않았다. 여기서부터 정부의 사후구제 기능이 마비되기 시작했다.

소비자의 보상받을 권리를 지켜줘야 하는 국가기관이 법률상 정해진 행정적 구제의무를 방치한 것이다. 2011년 11월 당시 제조사는 ㈜한빛화학, ㈜버터플라이이펙트, 용마산업사, 아토오가닉, ㈜글로엔엠 등이었다. 소비자피해보상은 제조사가 배상능력이 있을 때 진행해야 실현 가능하다. 따라서 제조사 재산에 대한 보전절차가 그 당시 즉시 시행되어야 했다.

가습기살균제 수거명령 후 2년이 지난 2014년 3월 5일 환경부(장관 윤성규)는 1차 정부예산 111억 원을 편성하고 가해 기업에 우선하여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를 지원한다고 발표하였다. 그리고 나중에 해당 기업에 구상권을 행사하겠다고 했다. 피해자에 대한 지원금은 병원에 실제 지출된 의료비와 장례비 233만원에 국한되었다.

사망자나 중환자 및 그 가족이 입은 일실손해 등은 규모가 너무 커서 지원금에 반영되지 않았다. 일주일 뒤 보건복지부는 2013년 7월부터 진행해 온 가습기살균제 폐 손상 피해자 361명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하고 폐 손상이 확실한 사례가 127명, 가능성이 높은 사례가 41명이라고 발표하였다.

그동안 정부는 가습기살균제 피해를 폐 질환에 한정해 인정하고 조사했으나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한 적이 있는 일부시민들은 다른 장기질환, 비염, 천식 등 다양한 질환을 호소하고 있다. 최근 검찰조사도 다른 장기에 대한 위해성 여부도 확대할 뜻을 보인 바 있다.

가습기살균제 사건이 발생한지 어느덧 5년이 되었다. 피해자들의 고통과 상처는 더 커져갔지만, 안전성이 확인되지 않은 제품을 판매한 제조사와 판매자, 이와 관련된 해당기관들은 여전히 피해구제를 위한 일사불란한 협력체계를 만들어 내지 못하고 있다.

소비자전문가들은 소비자의 보상받을 권리보장을 위해 수거명령이 발동된 기업들에 대해서는 조속히 재산보존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래야 환경부도 기 지출한 정부재정에 대해 구상권 실현이 가능해 질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소비자가 원하는 가습기살균제 해법은 신속한 피해보상과 헌법과 법률에 명시된 국가기능의 신속하고 공정한 작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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