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21일 자 칼럼 ‘뷔페에서 글쓰기(2)’에 이은 세 번째 글입니다. 연작으로 기획한 마지막 글이기도 하죠. 뷔페음식은 8~10세기께 바이킹족의 식사법에서 유래한다고 합니다. 영화에서 보면 뿔달린 투구를 쓰고 큰 도끼를 젓가락처럼 다루는 거한들이 음식을 널빤지 위에 흩어 놓은 채 대충 먹고 마시더라고요. 격식을 갖춘 정찬이 미개인(당시 유럽인의 시각)의 폭급한 성정에 맞을 리 없었겠지요. 여유도 없었을 뿐더러 그럴 시간이 있으면 배를 몰거나 싸움 준비를 했을 거예요.

세월이 바뀐 요즘은 시장을 선도하는 신개념 뷔페레스토랑이 속속 선을 보인다고 합니다. 연령대에 따라 섹션 별로 선호 음식을 갖춘 새로운 스타일의 트렌드 레스토랑, 신선도 으뜸인 제철 식재료를 이용해 전문 요리사들이 오픈 액션 스테이션에서 즉석요리를 해주는 레스토랑 등이 생겨나 기존 외식업계 판도를 뒤흔들며 고급 레스토랑과 경쟁하고 있다고 하는군요.

#6. 작은 용기에 담긴 음식일수록 단가가 세다

지난 칼럼의 5번째 항목 ‘평소 먹어보지 못한 음식을 찜하라’와 비슷한 맥락입니다. 전복, 해삼, 성게 알, 열빙어, 조개관자, 새우 초절임…. 거위 간이나 제비 집, 철갑상어의 알, 송로버섯 같은 기기묘묘한 요리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주변에서 보기 힘든 음식들이죠. 이들 음식의 공통점은 작은 주발이나 종지에 담겨 나온다는 것이에요. 단가가 세니 그럴 수밖에요. 그러니 작심하고 평소에 못 보던 ‘작고 요상한 음식’을 집중 공략해야 합니다. 그래야 남는 장사랍니다.

큰 것이 좋기야 하죠.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한 괴수 영화 ‘고질라’ 의 광고 카피도 생각납니다. ‘큰 것이 좋은 것(Size that matters)!’ 일리가 있지만 속설이 그렇다는 것이지요. 글쓰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장대하고 호호탕탕하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글은 아니예요. 작고 소소한 것에 의미를 두어야 합니다. 글도 디테일이 살고 반짝반짝해야 감칠맛이 나지요. 디테일에 '악마가 사는지, 신이 사는지' 알 순 없지만 디테일이 허술하면 짜임새가 흐트러져 몰입을 방해하는 것은 사실이에요. 작은 조각들이 모여 전체를 완성한다는 것을 놓치지 말아야 해요. 글의 완성도는 디테일의 연결로 이루어지거든요.

#7. 후식은 치즈 케익이나 타라미슈, 요거트 수플레로

화룡점정(畵龍點睛). 식사의 마지막 코스는 디저트입니다. 디저트를 생략하거나 대충 때우는 것은 ‘참 나쁜’ 버릇입니다. 디저트 없이는 만찬이 끝나지 않거든요. 그런데 뭘 먹을까 망설여지는군요. 떡이나 강정, 과자류, 제사상에 오를 법한 산자, 약과 등에 손이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우리 것을 우습게 보는 것이 아니라 동네 슈퍼나 마트에서 쉽게 구할 수 있어서예요. 케이크 한두 조각이 제격입니다. 그러면 무슨 케이크? 치즈 케이크나 타라미슈, 요거트 수플레 등이 고급인 데다 감미롭습니다. 물론 커피와 제철 과일을 곁들이면 금상첨화(錦上添花).

당연히 글도 결미가 중요합니다. 마지막 대목의 여운으로 글의 성공 여부가 판가름 난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닙니다. 은은한 멋은 감동의 다른 말이기도 하죠. 지적 희열을 주거나, 마음의 현(絃)을 건드리거나, 잠깐 제쳐두었던 삶에 대해 성찰케 하거나. 책을 덮고 난 후에도 마지막 대목이 자꾸만 눈에 삼삼하고 여운으로 어찌할 바를 몰라 뒤채는 그런 글을 써야 하겠지요. 물론 쉽진 않겠지만요. 우리도 잘 아는 법정 스님이 쓴 수필 한 편의 결미를 소개합니다.

“바닷가의 조약돌을 그토록 둥글고 예쁘게 만든 것은 무쇠로 된 정이 아니라 부드럽게 쓰다듬은 물결인 것을.” - 설해목(雪害木)

필자소개

김창식

 

경복고, 외국어대 독어과 졸업. KAL 프랑크푸르트 지점장 역임.
한국수필(2008, 수필) 신인상 . 시와문화(2011, 문화평론) 신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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