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은 웃고 있지만 마음속으로는 우울 감을 가지며 심리학적 용어로는 ‘가면 성 우울증(Masked Depression)’ 이라고 불리는 우울증의 종류이다. 우울한 기분이 있지만 감정이 겉으로 들어나지 않기에 더 위험할 수 있다. 일본 쇼인 여대의 마코토 나츠메 교수는 ‘스마일 마스크 증후군(Smile Mask Syndrome)’은 항상 밝은 모습만 보여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슬플 때도 무조건 웃는 사람들이라 하였다.

 

자신의 감정을 숨기고 겉으로 웃고 있는 사람들

 

가면 우울증은 주로 ‘감정노동자’들에게 많이 보여 진다. 1983년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 주립 대 사회학 교수인 엘리러셀 후실드가 <관리된 심장/ The Managed Heart)라는 저서를 통해 인간의 감정까지 상품화하는 현대사회의 단면을 감정노동이라는 단어로 처음 사용하였다. 감정노동자들 대부분은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일을 해야 하는 직업에서 많이 발생되며 감정을 억 누른 채 직무에 맞는 정형화된 행위로 인해 감정적 부조화를 초래한다. 대인관계에서 사람들은 슬프거나 우울해도 타인에게 그 감정을 보여주면 안 된다는 생각을 은연중에 가지게 된다. 그래야 성숙한 사람이라 믿기에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그럼 감정을 보여주면 안 된다는 생각을 가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예를 들어 상사와의 갈등에서 불만을 갖거나 분노감을 느끼게 될 경우 그 감정을 고스란히 상사에게 표현한다고 생각해보자 아마 불이익이 클 것이다. 이때 우리는 억압이라는 방어기제를 사용하여 감정 자체를 억압하거나 부정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이 감정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무의식에 자리 잡게 된다. 겉으로는 웃고 있지만 속에서는 감정들이 계속 쌓여 언제 터질지 모를 지경까지 가게 된다. 그로인해 스트레스가 극대화 되고 심한 경우 우울감에 빠지거나 정신질환 혹은 자살 까지 이어질 수 있다.

2014에 개봉한 ‘카트’라는 영화가 있다. 2007년에 발생한 홈 에버 노조파업 사태라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이 영화는 비정규직 중에서도 ‘무한친절’을 요구하는 여성들의 감정노동과 억압에 대해 다루고 있다. 입 꼬리를 올리는 성형수술까지 성행 할 정도로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이들은 늘 웃고 있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쌓여있다고 한다.

 

 

현재 상담하고 있는 40대 중반의 여성은 어렸을 때부터 부모의 눈치를 보고 자랐다. 대인관계에 있어서 필요 이상으로 희생적이며 억지웃음을 잘 짓는 편이다. 어쩔 때는 자신이 너무 힘들지만 웃어야 한다는 생각이 강박적으로 든다고 한다. 주변 사람들은 그녀를 매우 성격이 좋고 활발한 사람으로 기억하며 모임에 나갈 때도 그런 모습만을 바라는 것 같아 늘 자신도 거기에 맞춘다고 한다. 집에 오면 허탈감과 우울감이 밀려오지만 진짜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면 주변 사람들이 싫어할 것 같아 밝은 모습만을 보여준다고 한다.

 

웃어야만 인정받는 사회적 풍조, 복잡한 인간관계가 감정적 부조화를 만든다.

 

자신의 감정을 누르고 철저히 상대방에게 맞춰줘야 하는 복잡한 인간관계, 과도한 경쟁, 지나친 업무, 웃어야만 인정받는 사회적 풍조에 우리는 노출되어 있다. 그 관계 속 스트레스가 극대화 되면 감정적 부조화로 나타나기에 누구도 ‘스마일 마스크 증후군’에 안전 할 수는 없다.

심리학자 '올포트‘는 상대방의 첫인상을 30초 정도면 시각적으로 형성할 수 있다고 한다. 이미 첫인상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것에 익숙하다 보니 각인된 첫인상은 그대로 굳어버린다. 그것을 바꾸려면 60번을 만나야 가능하다고 하니 사람들은 감정을 숨기고 좋은 모습만을 보이기 위해 가면을 쓸 수밖에 없다.

일본 나츠메 교수는 이런 가면 성 우울은 남성보다 여성이 더 많이 겪는다고 하며 전통적인 여성의 역할 때문이라고 한다. 여성들에게 상냥함과 친절함, 부드러움을 기대하기에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는 여성보다는 숨기는 것을 더 선호한다는 것이다. 자신의 감정을 보여주거나 솔직해지면 사랑받지 못하거나 좋지 못한 사람으로 보여 질 까봐 두렵기에 진짜 감정을 숨기는 것이다. 2013년 노동환경연구소의 ‘감정노동 종사자 건강실태 조사’에 따르면 여성감정노동자의 48%가 우울증을 경험한 적이 있으며 전체 응답자중 30.6%는 자살충동을 느꼈고 실제로 4%는 자살시도를 했었다고 한다. WHO(세계 보건 기구)에 따르면 2020년에는 전 세계 인구의 30%가 우울증으로 고통을 겪을 것이라고 경고하였다.

 

무조건 웃는 가면과 분리되어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 지자

 

분석심리학자인 칼 구스타프 융(Carl Gustav Jung)은 페르조나(Persona,가면)를 쉐도우(shadow,그림자)에 비유하여 자아의 어두운 면. 즉 무의식의 열등한 인격이라고 이야기를 하였다. 집단 사회의 행동 규범 또는 역할을 위해 인간은 천개의 가면을 지니고 있으며 적절하게 인터페이스(interface) 역할을 해주는 동시에 거짓된 가면과 분리가 되지 못한 상황이 지속되었을 때 억압된 감정으로 인해 우울감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독일 예나 대학 연구팀은 ‘분노표출과 수명연구’라는 주제로 다혈질이라고 알려져 있는 이탈리아나 스페인 사람들이 감정을 숨기는데 익숙한 영국인 보다 평균적으로 더 오래 산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였다. 또한 분노와 증오 등 네거티브(negative, 부정적)한 감정을 표현하면 평균적으로 수명을 2년 더 연장할 수 있다고 하였다. 이처럼 긍정적인 감정만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부정적인 감정도 솔직하게 표현해야 더 건강하게 살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억울한 감정이나 화, 분노 등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며 스트레스를 속으로 삭히기에 병이 된다. 나쁜 감정을 되도록 빨리 환기시키며 감정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표현하고, 조정하는 능력인 감정지능(EQ)을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

<스마일 마스트 증후군에 관련된 영화 카트/2014, 혐오스러운 마츠코의 인생/ 2006, 웃는 남자/ 2013, 핸드폰/2009, 롤러코스트 /2013, 드라마는 닥터프로스트, 제3화 / 2015, 가면/ 2015, 미생/2014, 직장의 신/ 2013, 책은 인간실격/ 2004를 참고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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