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트 컷(Wrist cut)’은 ‘손목(Wrist)’와 베다 혹은 ‘긋다(Cut)’의 합성어로 말 그대로 손목을 그어 상처를 내는 것을 말한다. 이지메 현상이 사회문제로 이슈화되던 일본에서 주로 청소년들에게 광범위하게 보여 졌다. 90년대 일본 가수인 ‘나카모리 아키나’가 손목을 긋는 사건이 발생하였고 이를 젊은 여성들이 자주 모방하여 한때 아키나 신드롬이라는 말까지 생겨났었다. 그 후 한국에까지 퍼지게 되었다.

 

반복적 손목 긋기 자해를 통해 살아있음을 느끼고자 하는 사람들

 

이들은 늘 타인이 주는 스트레스에 민감하다. 사회적으로 소외되거나 우울증을 경험하는 사람일수록 자신을 공격하는 행동으로 많이 보여 진다. 만성적으로 손목 혹은 팔 등을 긋는 자해행위를 반복적으로 하며 상처부위에 피가 나는 것을 통해서 살아있음을 느끼려고 한다. 주로 커터 칼로 자해 하며 점점 베이는 상처가 깊어지기도 한다. 습관성 자해는 만성 빈혈로 이어지며 이는 심장이 비대해 지고, 판막에 구멍이 뚫려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살아있는 건지 죽어있는 건지 스스로 알 수 없기에 마치 존재감을 확인하기라도 하듯 자신의 손목에 상처 내는 행위를 반복하는 것이다.

과거 부모에게 상처를 받고 버림을 받았다거나 정서적으로 유기되었다면 무의식 속에 ‘부모한테 사랑받지 못하는 나는 살아갈 가치가 없다’라고 느낀다는 것이다. 가장 가까운 부모로부터 사랑을 거부당했기에 다른 사람들에게도 버림받을까 두려운 것이다. 특히 혼자 있을 때 그 긴장이 고조되어 자해를 더 많이 하게 된다. 자신을 손상시키고 싶은 것을 의식하고 있으며 베어야 할까 말까 망설이다가 곧 완전한 자아도취 상태로 자해를 한다. 그리고는 곧바로 혐오, 후회, 죄책감을 느끼지만 다시 똑같은 상황을 반복한다.

 

2008년에 개봉한 ‘붕대클럽’이라는 영화가 있다. 주인공 ‘와라’는 요리 중에 손목을 베어 리스트 컷으로 오해 받는다. 그러다 옥상에서 만난 ‘디노’라는 친구에게 자살을 시도하는 것으로 또 오해를 받는 상황이 된다. 오해가 풀리며 와라의 이야기를 통해 그들은 마음의 상처를 입은 장소에 붕대를 감아주는 활동을 시작하게 된다. 리스트 컷(Wrist cut)에 습관적인 사람들은 성장하면서 부모에게 보살핌을 제대로 받지 못한 부분이 크다. 점점 감당할 수 없는 사건으로 인해 심리적 상처를 받은 경우 자신의 존재 자체에 더 불안감을 느낀다.

5년 전 한 중학교 상담실에 다문화 여학생을 상담한 적 있었다. 어머니가 중국 분 아버지는 한국 분으로 두 번째 새아버지였다. 어렸을 때는 중국에서 살다가 어머니와 한국에 와서 새아버지를 만나 살게 되었다고 한다. 이 친구는 손목 이외에도 팔까지 커터 컬로 상처를 내어 학교에 왔었다. 나중에는 점점 상처가 깊어지고 심해졌다. 어머니와 관계 형성이 안 되었으며 항상 다투고 갈등이 심했다. 공격의 대상이 어머니였고 자신을 자해함으로써 복수하며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싶어 했었다. 심리적으로 매우 불안정했고 스트레스는 극대화되어 있었다. 그 친구를 상담을 하면서 병원과 연계로 약물치료도 병행했지만 끝내는 어머니의 비협조로 상담이 진행되지 못하고 급히 마무리되었다.

 

주로 초기 청소년기에서 초기 성인기까지 발병하며 여성들이 많다.

 

반복적으로 손목을 긋는 행동은 충동조절장애에 해당한다. 충동을 억제하지 못하며 조절이 어렵기에 예고 없이 자해 행동을 한다. 자신에 대한 가치감이 없는 이들은 자해를 아무리 해도 정체를 알 수 없기에 자기 파괴적인 행동을 통해서 살아있음을 외치려는 절박감이 보여 진다. 주로 초기 청소년기에서 초기 성인기까지 발병률이 높으며 특히 미숙한 청소년들에게 많이 발생한다. 손목 긋는 자해행동이 반복적으로 성인기까지 이루어지면 경계선 성격장애로 발전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행동을 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여성으로 80%를 차지한다. 자해동기에 대해 여성이 좀 더 명확하게 말을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부모로부터 학대를 받더라도 남성에 비해 여성이 훨씬 더 공격성을 표출하는데 서툴러 이를 내향화하기 때문에 자해가 더 많다는 것이다.

일상 속에서 행복감을 느끼지 못하거나 마음 속 깊은 상처를 재 때 해소하지 못하면 그것 또한 짐으로 남아 불안 요소로 잠재하게 된다. 아무래도 남성보다는 마음이 여린 여성들이 더 상처를 받기에 감정을 억누르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마음의 병이 쌓여 살아있음을 느끼지 못하고 괴로운 상태가 되면 극단적인 자해를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하려 하는 것이다. 극도의 분노감을 느낄 때도 자해를 하지만 그 행동자체로 타인의 시선을 끌려는 것은 아니다. 타인의 관심을 못 받았을 때 단지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려 반복적으로 자해를 하는 것이다. 심지어 해외에서는 인터넷 상에 ‘리스커’ 들이 모이는 사이트가 널려있다고 한다.

 

습관성 자해환자는 성인기에 이르러 경계선 성격장애로 발전될 수 있다.

 

습관성 자해환자는 성인기에 이르러 경계선 성격장애로 발전되는 가능성이 높다. 경계선 성격장애의 특성 중 반 이상 자해환자들의 행동패턴이 보여 지기 때문이다. 그들은 불안정한 정체성으로 ‘내가 누구인지 나는 모른다.’는 자기 가치 감 측면에 문제가 있다. 정서적으로 유기된 자해환자들은 자신이 늘 무가치하다고 느낀다. 또한 충동통제가 어렵고 돌발적 충동에 몸을 맡기거나 극단적인 행동을 하는 것에 망설임이 없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내가 살아있는지 그리고 정말 존재하는 것인지’를 확신할 수 없기에 극단적인 공격성이 발현되어 자신에게 벌을 주려는 행동을 한다. 아이러니 하게도 살아남기 위해 죽으려는 행동을 반복적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자신의 가치이며 존재감이다. 주변에 습관적으로 자해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눈여겨보라. 그리고 그들의 외침을 무시하지 말고 상담과 병원치료를 권유하여 꼭 안정될 수 있도록 도와주었으면 한다.

 

<리스트 컷 증후군에 관련된 영화 박쥐/ 2009, 얼굴 없는 미녀/ 2004, 아파트/ 2006, 만화책은 GOTH: 리스트컷 사건/2008, 라이프/2005, 드라마는 화이트 크리스마스/ KBS/ 2011,신의퀴즈2,1~2화 / OCN/ 2014, 킬미 힐미/ 2015를 참고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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