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으로 아픔을 이해한다 / 양여천 시인
아픔으로 아픔을 이해한다
바람은 바람으로 이해하고
비는 구름으로 이해한다
진정한 이해는 그 시작된 곳에서부터
아픔이 시작된 곳에서부터
이해할 수 있다
이제는 내 아픔과 화해하자
미안하다, 늘 너를 외면해 왔어서
내 가슴 쿡쿡 찌르며
앙상하게 마른 갈비뼈 사이로
튀어나오려던 고통스럽던 너를
나는 얼마나 오랫동안 묻어두려 했던가?
아픔은 아픔으로 이해해야 한다
커다랗게 뜨여진 눈
고통으로 일그러진 표정이 담긴 얼굴
나는 아무 감정없이 너를 지나쳤었구나
미안하다, 이젠 나도 살아있어서
살고 싶어져서 너를 이해할 수 있겠구나
아프니까 네게 닿는다, 아프니까
바람에게도 닿고 비구름에도 닿는다
너를 사랑할 수 있겠다.
양여천 시인
xaiyan@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