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편지 가족이 보내 주신 내용을 정리하였습니다.

저는 서울 변두리의 높은 지대에 살고 있어서 어쩌다 택시라도 한번 타게 되면 늘 기사아저씨들의 볼멘소리를 듣게 됩니다.
오늘도 퇴근길에 택시를 타고 또 싫은 소리 한번 듣게구나 생각하고 있는데 마침 핸드폰 벨이 울려 전화를 받는데 기사아저씨가 조용히 라디오 볼륨을 줄이는 것이었습니다. 저에 대한 배려였던 것입니다. 저는 처음으로 남을 배려하는 기사아저씨를 만나 기분이 좋아 그 동안의 택시 기사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바뀌었습니다.
통화가 끝난 후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게 되었는데 기사아저씨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종업원이 꽤 많은 회사를 운영하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경기도 안 좋고 나이도 많아 회사를 정리하고 그냥 집에서 쉬기로 결정하자 처음에는 마누라를 비롯하여 식구들도 모두 잘한 결정이라며 반겼답니다.
그런데 한 달이 지나 두 달이 되면서 마누라와의 마찰이 시작되었답니다. 늘 붙어 있으니까 왜 그러게 보기 싫은 일들이 많아지는지, 그렇다고 등산을 가는 것도 한두 번이지 매일 갈 수도 없는 일이고, 친구들 만나는 것도 폐를 끼치는 것 같다보니 마땅히 갈 곳이 없었답니다.
그러니 매일 다툼은 늘어나고, 그래서 몰래 택시 운전을 해야겠다고 하고 무작정 택시 회사를 찾아가서 사장님과 면담을 하였답니다. 사장님은 깜짝 놀라면서 잘 할 수 있겠느냐? 결심이 확고하냐면서 걱정스런 눈빛으로 열심히 해보라며 열쇠를 내 주었답니다.
지금 생각하니 우리 사장님은 나에게 은인입니다. 돈의 소중함을 알게 해 주었고, 행복을 다시 찾게 해 주었습니다.
저는 매일 마누라에게 2만원씩 용돈을 줍니다. 손자 손녀에게도 수시로 용돈도 주고 선물도 사주고 있습니다. 내가 일을 마치고 새벽에 들어가면 마누라는 기다리고 있다가 맛있는 음식을 대접합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있을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저는 그동안 모아 둔 재산으로 평생 먹고 사는 데는 지장이 없습니다만 그렇다고 있는 돈만 쓰면서 아무 할 일도 없이 여생을 낭비하기는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무언가 일을 하고 싶어서 운전을 하기 시작하였는데 지금은 돈도 벌고, 일도 하고, 수많은 손님들과 대화도 하니 행복해질 수밖에 없겠지요.
저는 운전하면서 철칙을 하나 세웠습니다. 손님들에게 절대로 먼저 말을 걸지 말자... 손님들도 지금 이 순간이 다 중요한 시간인데 그들을 배려해야 한다. 손님이 어떤 상황인지도 모르고 정치가 어떻고, 사회가 어떻고, 대통령이 어떻고, 이런 이야기 하지 말자, 제가 알면 얼마나 안다고 손님들에게 열변을 토합니까? 손님들이 먼저 말을 걸기 전에는 제가 먼저 말을 걸지 않고 있습니다.
그동안 저는 행복은 돈이 있어야 하고, 많이 배워야 하고, 권력과 힘이 있어야만 된다고 생각했었는데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행복은 사소한 곳 그리고 작고 조용한 곳에서도 얼마든지 샘솟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회사를 운영할 때보다 비록 적은 돈이지만 매일 마누라에게 2만원씩의 용돈을 준다는 기쁨 얼마나 큰 줄 아십니까? 마누라도 너무 행복해 합니다. 새벽 4시에 일어나서 남편을 기다리는 마누라가 몇 명이나 있을까요?
생각을 바꾸니 세상이 바뀌었고, 행복이 찾아왔습니다.
저는 차에서 내리면서 갑자기 내가 왜 행복해졌을까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내 행복은 어디에서 왔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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