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게시판에 어느 사무관이 지난 일을 회상하며 쓴 감동적 글이 있어 소개합니다.

그는 며칠 전 가족과 외식을 하러 식당에 갔는데 그 곳에 온 손님들 대부분이 행복한 모습으로 가족들과 식사를 하는 모습을 보면서 불현듯 지난 일이 떠오르며 갑자기 우울해졌다고 합니다. 모두들 이렇게 행복한데 어느 가족은 그렇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10년도 더 지난 일인데 그분을 다시 기억해낸 것은 법원 게시판에 올라 온 세상에서 가장 슬프고도 아름다운 시처럼 쓰여 진 암 투병 판사를 돕기 위한 글이 생각났기 때문입니다.

글은 병마와 투쟁하고 있는 이00 판사에게 성원을 부탁드린다며 이 판사와 인연이 있는 부장판사 6명이 뜻을 모아 알리는 글로 게시판에 글을 쓴 부장판사는 ‘어제 저녁 신촌 세브란스 별관 950호실에 누워있는 이 판사 병실에 다녀왔는데 이 판사는 중증 대장암으로 장이 이미 폐색되어 있고, 대동맥까지 침범되어 수술이 불가능하여 이번 주말경 퇴원하여 민간요법과 기적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41세의 젊은 나이로 처와 유치원생, 초등학생을 둔 암과 싸우는 이 판사를 성원하자’는 내용이었습니다.

글에는 이 판사의 손을 잡고 "너가 너를 용서할 수 없어 미치겠지"라는 이야기 하면서, "모든 것을 용서하고 바람처럼 물처럼 마음을 정리하자"라고 슬프고도 냉정한 이야기를 나누었다는 글과 함께 법원가족 모두가 도움을 주자는 내용이었는데 10년도 넘게 지난 글이 지금 생각해도 애틋함과 절절함이 생생하게 묻어나는 글이었습니다.

그리고 1년 후 이 판사의 글이 다른 판사에 의해 "이00 판사님의 편지입니다"라는 제목으로 게시판에 소개되었습니다.

‘눈부신 하루가 다시 찾아왔습니다. 길 건너 초등학교 운동장에는 꼬마들이 선생님의 구령소리에 맞추어 평화롭게 걸어가고 있습니다. 그 동안 어디로, 무엇 때문인지도 모른 채 그저 질주만 해온 세월이었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발아래를 보니 천 길 낭떠러지가 나타났습니다. 눈앞에 보이는 먹이를 배가 고픈지, 맛이 있는지, 왜 먹어야 하는지 알지 못한 채 그저 넙죽 넙죽 받아먹다 보니 어느 낚시꾼이 드리운 미끼이었습니다. 이제야 저는 담대히 저에게 주어진 순간순간을 감사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그 동안 길지 아니한 세월을 돌이켜 보면, 사랑을 베푼 것은 없고 사랑을 받은 것만 넘쳐나서 너무나 가슴이 아픕니다. 여러분께서 보여주신 사랑에 무엇이라 감사해야 할지 어찌 갚아야 할지... 건강을 회복하여 여러분의 사랑을 만분의 일이라도 갚을 날이 오기를... 여러분의 마음속에 매 순간 평안이 가득하기를 바라며 이만 줄이겠습니다.’라는 내용으로 참으로 슬프고도 아픈 글로 죽음을 앞둔 사람의 글이라서 그런지 애틋함이 더했었다. 특히 ‘건강을 회복하여 여러분의 사랑을 만분의 일이라도 갚을 날이 오기를...’이라는 글귀에서는 울컥 눈물이 쏟아질 것만 같았습니다. 그러나 그런 날은 오지 않았습니다. 그해 6월에 그분은 사랑하는 가족을 남기고 41세라는 짧은 나이로 생을 마감했고 그 후 12년이 지났습니다. 세월은 무심하게 흘러갔고 그는 우리들의 마음속에서 사라졌습니다. 남은 가족들은 어떻게 살아가는지, 고생은 하지 않았는지, 애들은 무탈하게 잘 크고 있는지…. 우리는 자신들의 삶을 살아가기에 바빠서 그분을 까맣게 잊고 살았습니다. 그러면서 아무리 바쁘더라도 유족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한번쯤 돌아보았으면 좋겠습니다는 글로 마감했습니다. 그는 가장을 잃은 가족의 슬픔은 얼마나 클까? 그리고 그 슬픔을 이겨내며 가족들은 잘 살고 있을까? 특히 어린 두 자녀는 학교에서 올바르게 생활을 하고 있을까? 그 동안 내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그 가족을 잊고 사는 것이 너무 미안했다고 합니다.

행복은 나만이 아닌 주변과 함께 나누는 것이 진정한 행복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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