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린 소나타 탐구의 연장선상에 있던 연주회

그녀의 음악적 고향 파리를 노래하다는 부제로 드뷔시와 프랑크, 라벨의 바이올린 소나타를 연주한 지난 2월22일 예술의 전당 IBK홀에서의 박지윤 바이올린 리사이틀은 예전의 6년전 2014년 8월말 박지윤과 일리야 라쉬코프스키의 파리에서 온 편지를 연상케하는 연주회가 됐다.

일리야 라쉬코프스키가 반주를 맡은 레이블 둑스(DUX)의 “Violin Sonatas" 박지윤 데뷔 앨범도 레날도 안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C장조>, 작곡가 이신우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시편 소나타>, 그리고 가브리엘 포레의 <바이올린 소나타 1번 A장조, 작품13>을 담고 있는데 박지윤의 테크닉적으로 잘 다져진 곡을 연주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올해초 박지윤 바이올린 리사이틀 ‘팔레트’는 인상주의 회화의 찬란한 색감처럼 다채로운 선율로 채워진 그녀의 바이올린 소나타 탐구의 연장선상에 있는 연주회였다는 소감이다.

바이올리니스트 박지윤은 지난 2018년 11월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종신 악장으로 임명돼 명실공히 프랑스 최고의 관현악단을 이끄는 첫 동양인 악장이 됨으로써 국내 클래식팬들의 새삼 관심을 모은 바이올리니스트다, 우아하고 성숙한 음악성을 겸비한 젊은 바이올리니스트란 인상을 갖게 한 그녀의 금의환향 무대로 마련된 지난 2월22일 토요일 저녁 예술의 전당 IBK홀 무대는 이런 박지윤의 근엄한 무대를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해외 유수 오케스트라의 악장을 한국인이 맡는 그런 성가를 가늠할 무대가 된 점에서 의미가 깊었다.

하지만 코로나 바이러스의 여파만 없었다면 더 많은 관객의 열기속에서 드뷔시와 프랑크, 라벨의 팔레트를 유감없이 펼쳤겠지만 안타깝게도 이날도 박지윤은 코로나 바이러스의 여파를 피해갈 수는 없어서 IBK홀의 열기는 생각보단 따라주지 못했다. 공연을 끝내고 바이올리니스트 박지윤은 많은 관객이 찾아주어 자신에게 큰 힘이 되었다고 소감을 밝혔지만 사실 이날 무대는 관객에게 오히려 큰 위안이 되었던 무대였다고 말하고 싶다.

거침없이 활을 켠 라벨의 바이올린 소나타 ‘유작 소나타’에서부터 박지윤은 라디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종신악장 다운 근엄이 빛나는 연주로 필자에겐 비쳐져 코로나 바이러스의 유행병만 종식된다면 큰 콘서트홀에서의 흥행효과도 곧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어진 프랑크의 바이올린 소나타는 3악장 레치타티보-판타지아를 흥미롭게 들어 환상적 상상력을 일깨우는 것 같은 감상느낌을 받았다.

후반부에선 첼리스트 이정란과 꾸민 라벨의 바이올린과 첼로를 위한 소나타를 통해 박지윤은 한결 여유로워진 연주를 선보였다. 2016년 10월에 있었던 브람스 소나타 연주에 대한 후기에서 박지윤의 음색에는 과한게 없고 진지함을 간직하면서도 굉장히 유쾌한 모습이 그려졌다고 평해졌었는데 이번 2020년 년초의 그녀의 리사이틀도 그런 모습의 맥락을 보여주지 않았나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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