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한 해 내내 오른쪽 다리가 성치 않았다. 연초부터 조금씩 걷는 게 불편하더니 5월 말 급기야 병원 신세를 지게 됐다. MRI 촬영 결과 고관절에 염증이 생겼다 했다. 처방해 준 약을 먹고 며칠 쉬니 걸을 수는 있었다. 물리치료도 받고 한의원에서 침까지 맞으면서 완치하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렇게 좀 심하면 약을 먹고 아니면 버티다 연말까지 왔다. 하지만 아직도 걷는 속도나 자세가 예전 같지 않다. 약 한 달 전부터는 장기전으로 돌입했다. 아예 두 달분 약을 처방 받아 복용하고 있다. 약 효과를 보는 듯 지금은 걷는 게 많이 자연스러워졌다.

내가 다른 데도 아니고 다리 때문에 불편을 겪을 거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다. 어렸을 때부터 여러 가지 운동을 해 다리 근육이 발달한 편이다. 등산을 비롯해 야구, 탁구, 골프, 테니스, 수영 등으로 근력을 키웠다. 쉰 살 때 처음 시작한 마라톤은 15년 간 101번 완주했다. 그러나 100회 완주 후 달리기가 점점 힘들어졌고 달리기를 계속할 동력도 떨어졌다. 운동량이 줄어드니 체중은 눈 쌓이듯 소리 없이 늘어났다. 그 불어난 몸무게를 줄이려고 작년 초 갑자기 탁구를 열심히 친 게 탈 난 원인이 됐다고 본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 했다. 무엇이든 그 도가 지나치면 안 된다는 중용(中庸)의 중요함을 일깨우는 가르침이다. 자기 그릇과 분수에 맞게 살아야 한다. 마라톤 대회에 나가보면 가끔 70대 ‘칠마회’ 선수들이 젊은이 못지 않게 달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들은 보통 사람이 아닌 철인이다. 뱁새가 황새 쫓아가다 가랑이 찢어진다. 운동도 각자 체력과 나이에 걸맞게 해야 한다.

몸 한 군데가 편치 않으니 하고 싶은 걸 마음대로 못해 새삼 건강의 중요성을 실감하고 있다. 전문의에게 의견을 구하고 각종 건강정보에 어느 때보다 민감하게 반응하는 나를 발견한다. 이른 새벽 헬스장에서 내 몸에 맞게 근력을 다진 지 벌써 10년도 넘는다. 출퇴근을 비롯해 웬만한 데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걷기를 생활화 하고 있다. 친구들과 역사문화 탐방을 하거나 둘레길을 걷는 것도 정례적으로 하고 있다. 이처럼 좋은 습관을 지니고 있고 이를 꾸준히 실천하는 데도 몸은 고장나기 마련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운동’에 대해 잠시 생각해 보자. 한국어로는 운동이라고 통칭하지만, 영어로는 sport, exercise, fitness 등으로 다양하다. 같은 운동이라도 그 형태에 따라 구사하는 단어가 다르다. 단어는 분리하여 자립적으로 쓸 수 있는 낱말이다. 자립적이기에 단어를 규정하는 고유의 뜻이 있다. 영어는 이를 용처에 따라 구분하고 있어 그 의미가 명확하다. 이를테면, 스트레칭처럼 일련의 동작으로 이뤄진 운동을 일컬을 때는 exercise를 사용한다. 또 우리가 매일 건강을 관리하거나 체력을 증진시킬 목적으로 운동할 때는 fitness를 쓴다. 다시 말해, exercise나 fitness는 재미보다는 식사처럼 매일 습관적으로 하는 행위이다. 정확한 단어 사용이 중요한 것은 언어가 사람의 행위를 구속하기 때문이다. 우리 한국인 머릿속에 운동은 야구, 축구와 같은 인기 스포츠를 의미하기에 재미와 직결돼 있다. 휘트니스 클럽에서 하는 체력단련이나 달리기는 재미가 없기에 작심삼일에 그치는 게 아닐까.

‘100세 시대’라 한다. 우리나라는 고령화 속도가 빨라 앞으로 5년 후에는 인구 다섯 명 중 한 명이 노인이 된다. 이제 건강은 각자 챙길 수밖에 없다. ‘골골 100세’가 아니라 사는 날까지 건강해야 한다. 또, 오래 사는 것보다 얼마만큼 나잇값을 하며 올바르게 사느냐가 중요하다. 대문호 괴테는 나이 들수록 건강, 일, 친구, 꿈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이를 위해서는 돈보다 사람을, 나보다는 우리를 생각하고 살자. 새해를 맞아 새삼 ‘좋은 습관의 노예가 되자’고 굳게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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