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전이(Emotional Transference)는 말 그대로 어떤 대상에 대한 감정이 그와 관련된 것까지 옮겨가는 것을 말한다. 옛말에 ‘마누라가 예쁘면 처갓집 기둥도 예쁘다’는 말이 있다. 어떤 대상에게 긍정적인 느낌이나 감정을 가지게 되면 대상과 관련된 모든 것이 긍정적으로 경험되는 심리적 현상이다. 인간은 경험적으로 감정적인 존재다. 사람들은 대개 옳고 그름이 아니라 그냥 좋아서 찬성하고 싫어서 반대한다. 어떤 대상을 좋아하거나 싫어할 때 굳이 옳거나 틀리거나를 판단할 필요성을 못 느끼는데 그것이 감정전이 현상이다. 대인관계에 있어 당연히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쉽게 말하면 괜히 싫은 사람, 또는 괜히 좋은 사람처럼 합리적으로 설명이 되지 않는 감정이 전이된다.

 

감정이입과 감정전이는 다르다

감정이입과 감정전이는 다르다. 감정이입은 쉽게 말해 공감으로 자신을 타인의 입장에 두고 그 대상의 세계관이나 감정을 생각하는 것이다. ‘역지사지’로 입장 바꿔 그 사람이 되어보고 입장을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감정전이는 내 감정을 다른 사람에게 전염시킨다. 다른 사람의 감정까지 자신 것으로 만들려고 한다. 직장 상사와의 관계로 힘든 사람이 있다고 하자. 같은 직장 동료라면 위로해주거나 공감될 것이다. 공감 능력에 특별한 문제가 없다면 말이다. 하지만 감정전이가 일어난다면 왜 나에게 그런 힘든 이야기를 하는지에 대해 갑자기 화낼 수 있다. 상대방은 그냥 힘들다고 말한 것 뿐 인데 필요이상으로 예민할 수 있다. 만약 어릴 때부터 어머니가 힘들다는 말을 지속적으로 듣고 자랐다. 힘들다는 말을 들으면 자신이 또 희생을 해야 할 것 같은 생각에 화가 났다. 직장 동료를 어머니로 투사하여 자신의 감정을 전이시킨다. 그 순간에 특정 감정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전이 감정은 유아기 때 부모와의 관계에서 가졌던 감정과 욕구, 기대 등을 현재 상황에서 반복한다. 부모에게서 충족되지 못했던 욕구를 현재에 다른 대상에게 전이시켜 충족하고자 한다.

 

전이 감정은 우리가 일상에서 누구나 느끼는 경험이다

전이 감정은 일상에게 우리가 누구나 느낄 수 있다. 감정전이가 지나치게 왜곡되면 사회적응에 문제가 되고 신경증을 유발하게 된다.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작용하게 되는데 자신에 대한 통찰력이 부족한 경우 발생하기도 한다. 전이 감정을 인지하지 못해 대인관계에서 왜 화를 내는지 분노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왜곡된 감정이 진짜라고 믿고 있다면 그 틀 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살게 된다. 사람들을 만났을 때 이유 없이 좋거나 싫거나 하는 것도 감정전이다. 대부분 경험해봤을 것이다. 모임을 나갔는데 끌리는 사람. 혹은 멀리하고 싶은 사람. 예전에 만난 학교폭력 가해자는 피해자가 이유 없이 싫었다고 한다. 그냥 피해자가 바보 같고 찐따(아이들 은어, 무언가 부족해 보이는 아이에게 쓰는 단어) 같아서 싫다는 말을 했다. 사실 가해자는 가정 내에서 관심 밖이었다. 완벽을 추구하는 부모님은 가해자의 행동이 답답했고 매일 화를 냈다. 가해자는 자신은 답답한 사람이고 인정받지 못한다는 생각을 무의식에 저장하였다. 피해자가 답답한 행동을 보이자 심하게 화를 내고 미워했다. 강도가 심해지면서 왕따를 시키고 주변 친구들을 피해자 곁에 가지 못하게 했다. 감정전이는 자신의 열등한 모습과 마주할 때 상대방을 향한 분노로 표출되기도 한다. 사실은 자신의 모습에 화가 난다. 아니 좀 더 들어가면 자신을 그렇게 취급하는 부모님에게 화가 나는 것일 수도 있다. 미워하거나 화내는 감정을 통해 가해자의 무의식 속에 있는 콤플렉스를 찾는다. 내 안의 콤플렉스는 열등감이다. 열등감이 많을수록 감정전이가 자주 발생할 수 있다.

일상에서의 쉬운 감정전이는 웃음일 것이다. 기분이 좋아서 웃는 것이 아니라 웃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개그콘서트를 갔을 때 무대 앞에 나와 바람잡이 하는 분이 계신다. 일부로라도 웃을 수 있게 방청객을 유도한다. 옆에 있는 사람이 웃으면 나도 같이 웃게 된다. 웃음이 전염된다. 인간은 공동의 의식이 작용하면 친밀감을 느끼고, 상대방의 반응에 대해 비슷한 반응을 보이려고 하기 때문이다. 한 아프리카 마을에서 웃음이 두 달 동안 멈추지 않았다고 한다. 한 학교 교실에서 아이들의 웃음이 터진 것으로 시작하여, 마을 주민 전체가 웃음을 그치지 못했다. 한 사람이 웃음을 그치려 하면 옆에 사람이 웃는 것을 보고 다시 웃는 등의 행동이 두 달 동안 지속되었다고 한다. 감정전이는 순식간에 빨리 퍼진다. 면역력이 약해지면 쉽게 감기에 걸리듯이 현재 자신이 심리적으로 힘들다면 누군가의 감염된 감정의 병을 고스란히 전해 받게 된다. 감정의 면역력이 약해져서 그대로 전염된다. 프랑스 철학자 알랭은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은 사소한 감정을 어떻게 처리하느냐 하는 문제다. 사소한 일은 계속 발생하며, 그것이 도화선이 되어 큰 불행으로 발전하는 일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감정을 잘 다스려야 한다. 내 감정이 다른 사람에게 전이되지 않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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