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우예권의 페어링의 연주와 멘토링 프로젝트 어우러져

피아니스트 조성진과 선우예권은 스타일과 관객의 반응도 다르다.

국내 관객몰이의 두 대표적 피아니스트들이라고 할 수 있을 조성진이 쇼팽콩쿠르 우승이후 관객들에게 슈퍼 스타급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반면 선우예권은 꾸준한 정도(正道)에의 길을 걷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지난 11일 고양아람누리에서 있었던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의 신년음악회는 이런 연장선상의 맥락에서 3월 통영 공연과 5월 레이 첸과의 슈퍼 듀오 시리즈 공연을 앞두고 있는 선우예권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는 신년무대였다.

이날 프로그램의 선곡에 대해 선우예권은 “신나고 즐거운 그런 것보다 좀 진지한 생각, 관객으로 하여금 돌이켜볼 수 있는 시간이 될 수 있도록 한데 의도한 바가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런 관점에서 선우예권이 전반부에 연주한 브람스의 6개의 피아노 소품, 작품 118은 명상적인 것이 돋보였고 다음곡 베토벤 소나타 제30번, 작품109는 자신의 말대로 희망을 바라보는 상반된 페어링의 연주가 됐다.

전반부의 선우예권 연주곡들을 들으며 필자는 흡사 선우예권이 2017년 반 클라이번 우승 당시의 연주곡을 담은 그의 음반을 들었던 기억들을 떠올렸다. 이 음반에 담겨있는 하이든 후기 소나타중 하나인 호보켄 16-48 C장조(Sonata No.58 in C Major, Hob. XVI:48)의 유유자적한 해석과 슈베르트의 가곡 ‘연도문’ D343 (Litanei, S.562, No.1-Am Tage Aller Seelen, D. 343)의 종교적 경건함과 사색이 담겨있는 곡들의 선우예권 연주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후반부에 연주된 슈베르트의 네손을 위한 환상곡 바단조, 작품940(pf. 최형록, 선우예권)과 라벨의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라 발스(pf. 임주희, 선우예권)은 코리안 영 피아니스트들을 배려한 선우예권의 멘토링 프로젝트가 빛을 발한 흔치 않은 연탄곡 연주의 무대였다고 해야겠다. 임주희는 힘이 좋은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라 발스를 펼쳤고 최형록은 1월20일 명동대성당에서 있을 그의 리사이틀은 어떨까 하는 기대를 갖게 만드는 슈베르트의 연탄곡 네손을 위한 환상곡 바단조, 작품 940을 선우예권과 연주했다.

젊은이들이 졸업후 진로문제와 롤모델 부재등으로 사회 진출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실을 고민하던중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은 예술감독으로 동참해 명동대성당과 함께 젊은 연주가들에게 힘이 되고 더 나아가서는 바람직한 재능 기부문화를 정착시키는데 힘을 보태기 위해 지난해 9월 하순부터 코리안 영 피아니스트 시리즈를 전개해온 바 있다.

선우예권이 직접 선정한, 국제무대에서 두각을 보이는 젊고 유망한 7인의 피아니스트들, 임주희 이혁 이택기 김송현 최형록 홍민수 임윤찬등에게는 2019년부터 9월부터 2020년 3월까지 명당대성당 파밀리아 채플에서의 리사이틀 기회가 주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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