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훈 원팀의 효과, 서울시향 연주력에 대한 옛 영화(榮華)의 향수 불러일으켜

몇 년전까지만 해도 서울시향의 중흥을 이끌었던 정명훈 원팀의 효과가 서울시향 연주력에 대한 옛 영화(榮華)의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정명훈이 서울시향을 지난 몇 년간 계속 이끌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호연을 펼쳐 너무 좋았다는 객석을 나오는 관객들의 호평들이 이어졌다. 지난 1월5일 일요일 저녁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서 2020 대원문화재단 신년음악회로 열린 무대에서 서울시향은 자신들이 처한 처지를 절묘히 오버랩하듯 비극적 정념과 고뇌를 극복하고 희망찬 미래로 나아가는 브람스 교향곡 제1번으로 다음달 2월 14, 15일 취임연주회에서 제2대 상임지휘자로 선임된 오스모 밴스케가 처음으로 지휘봉을 잡게 될 말러 교향곡 제2번 부활로 이어지는 터닝 포인트(Turning point)를 마련했다.

브람스의 교향곡 제1번은 널리 회자된 대로 한스 폰 뷜로가 베토벤의 열 번째 교향곡으로 불렀던 것으로 알려진 만큼 베토벤이 남긴 불멸의 아홉곡을 계승한 걸작의 의미를 담고 있다. 어둠을 헤치고 광명으로의 오마주이자 등 뒤에서 들려오는 거인 베토벤의 발소리를 의식하면서 베토벤의 걸작에 견주어 부끄럽지 않은 작품을 써야 한다는 브람스 자신을 옭아매고 있었던 속박으로부터의 해방의 궤도가 마치 서울시향이 걸어온 지난 몇 년간의 길처럼 느껴졌던 관객들이 많았으리라.

2014년 3월27일 성시연과 경기필이 말러교향곡 2번 부활로 자신들의 신호탄을 쏘아올린 것에 대해 당시 필자는 "부활을 향한 성시연 지휘와 경기필의 비장함과 결연함이 돋보였다“고 공연리뷰를 썼는데 리허설만 20차례 넘게 진행할 만큼 완성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매달렸다는 성시연 지휘자와 경기필 연주자들의 비장함과 결연함이 1악장 Allegro maestoso(빠르고 장엄하게)부터 청자들을 바짝 흥분되게 긴장케 만들었던 것 이상으로 비상과 도약의 발판을 준비하는 서울시향의 부활로 과연 이어질 수 있을 것인지 관심이 모아진다.

오보에가 중심을 잡아주던 1,2악장에 악장의 카덴차가 이어지는 2악장의 말미, 바이올린 주자들과 더블 베이스의 섬세한 매만짐, 달려드는 표범같았던 녹슬지 않은 정명훈의 지휘 기량까지 원팀의 연주효과가 전 4악장을 지배한 호연으로 서울시향은 고난을 딛고 미래를 향하는 희망에 찬 메시지로 특별한 스탠다드 없이 난무하는 신년음악회 러시속에서 표준을 제시할 신년음악회로 소프트랜딩(soft-landing)할 가능성을 보였다.

바야흐로 1월은 신년음악회의 시즌이다. 1월1일 시작된 빈필의 신년음악회는 라트비아 출신의 안드리스 넬손스의 날렵하지는 않지만 핵심을 잘 짚는 듯한 지휘의 해석으로 동향의 올해 작고한 마리스 얀손스의 지휘와 대비돼 흥미로웠다. 2월6일 보스톤심포니와 첫날엔 바르토크 관현악을 위한 협주곡, 모차르트 피아노협주곡 24번, 라벨 다프니스와 클로에 모음곡 2번, 둘째날엔 바버 메데아의 명상과 복수의 춤,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4번, 드보르자크 교향곡 9번 신세계의 국내 내한공연을 펼치게 될 넬손스는 세계적 테너 요나스 카우프만과 베토벤 스페셜리스트 부흐빈더의 얼굴도 객석에서 눈에 띄던 올해 빈필 신년음악회에서 왈츠곡이나 폴카곡등에 지나치게 의존치 않고 주페의 경기병서곡이나 올해 베토벤탄생 250주년을 맞아 베토벤 '12곡의 콘트라춤곡'중 여섯곡 연주등의 변화를 준 것이 눈에 들어왔다.

서울시향과 협연한 클라라 주미강은 지난해 12월초 마린스키 오케스트라와 게르기예프와는 차이콥스키 바이올린협주곡 D장조, op. 35의 많이 알려진 곡을 무난히 소화한다는 느낌을 주었다면 막스 부르흐의 바이올린 협주곡 제1번은 신중한 연주의 우아함과 균형감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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