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업무 차 싱가포르에 다녀왔다. 출국 전 무려 22년 만에 다시 가보게 될 싱가포르는 과연 얼마나 변해있을까 궁금했다. 그러나 싱가포르는 필자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창이공항을 빠져나오자마자 차창 밖에 펼쳐진 깨끗하고 현대적인 도시 모습이 이를 웅변했다. 싱가포르는 작은 도시국가다. 면적은 서울보다 약간 클 정도다. 인구래야 대한민국의 1/9정도인 560만 명에 불과하다. 중국계(76%), 말레이계(14%), 인도계(8%) 등 인종이 다양한 만큼 언어, 종교도 여럿으로 국민통합에 득보다 실이 크다.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이웃나라처럼 천연자원도 거의 없다. 국토의 1/4은 매립지다. 논, 밭, 산이 없어 모든 1차 산업은 물론 내로라는 공업단지도 없다. 현재 식량자급률은 10%에 지나지 않아 2030년까지 식량자급률 30%(30by30)를 목표로 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심지어 식수까지 수입해 마신다. 오죽하면 1965년 말레이시아로부터 ‘강제 독립’ 당했을까. 

  이런 싱가포르가 강하고 스마트한 나라가 됐다. 1인당 국민소득은 6만4581달러(2018년 통계청 기준)로 미국, 독일, 영국, 프랑스, 일본을 추월한 세계 6위(한국 3만3346달러로 26위)다. 세계에서 가장 기업하기 좋은 나라로 국가경쟁력은 스위스 다음으로 세계 2위다. 또, 정보통신네트워크화 지수(1위), 정부 투명성(1위), 전자정부(1위), 정치인 신뢰도(1위), 반부패지수(3위) 등에서도 최상급에 위치하고 있다. 이에 더해, 능력 위주의 수월성을 기반으로 한 고품질교육으로 115년 역사의 싱가포르국립대는 도쿄대, 베이징대와 함께 아시아 3대 명문대학으로 꼽힌다. 지난 12월3일 발표한 OECD 국제학업성취도 읽기, 수학, 과학 분야 평가에서 싱가포르는 중국에 이어 전 부문 2위를 차지한 반면 우리나라는 5~10위권이었다. 

 무엇이 싱가포르를 이렇듯 스마트한 나라로 만든 원동력이 되었나?
  첫째, 애국심이 투철하고 유능한 리더가 있었다. 바로 이 나라 건국의 아버지로 불리는 초대 리콴유 총리다. 비록 26년간이나 장기통치를 했지만 싱가포르에는 그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없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에서 수학한 그는 독립 초기 싱가포르에 맞는 법치체계를 확립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둘째,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최소주의를 택하고 있다. 적은 예산과 인력으로 시민과 시장참여자 그리고 여러 기관이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다. 싱가포르의 공무원 비율은 4%에 지나지 않는다. 일본 6%, 한국 8%, 미국 15%(OECD ‘한눈에 보는 정부’, 2017)에 비해 턱없이 작다. 이렇듯 공무원 비율은 작게 유지하는 대신 시민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사회여건을 조성했다. 

  셋째, 싱가포르는 시민이 독립적으로 자립하여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즉, 국가는 직접 일을 벌이기보다 시민과 시장참여자가 필요로 하는 자원, 가이드라인과 정보를 제공하는데 그친다. 정부는 게임의 규칙을 만듦으로써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을 높이는 역할만 한다. 이들은 시민단체, 사회적 기업, 자원봉사 활동을 함에 있어 교과서대로 운영한다. 이들에 대한 정부재정 지원은 없으며 어떠한 특혜나 인센티브도 주어지지 않는다. 오로지 자생적으로 살아남기 위해서 끊임없이 사회혁신을 추구한다. 

  이런 국가 리더십과 국민의 노력으로 싱가포르는 정원도시, 범죄 없는 나라, 쇼핑과 음식 천국이 되었다. 나라 전체가 잘 설계된 신도시 같았으며, 심지어 아파트조차 똑같은 게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치안이 잘 돼있어 여성천국으로 불리기도 한다. 다민족국가답게 음식은 다양했으며 우리 입맛에도 맞았다. 하지만 불법 주정차, 쓰레기 투기, 금연지역 내 흡연 등 사소한 생활법규 위반에도 엄한 벌금을 부과하는 나라가 싱가포르다. 싱가포르는 지리적으로만 동양에 위치해 있을 뿐 환경은 물론 국민 사고방식도 완전 서구화된 선진국이었다.

 

저작권자 © 엔디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