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휘 유렉 뒤발, 감성적이고 섬세한 표현부터 누가수난곡 전달하는데 전혀 무리없이 지휘

펜데레츠키 누가 수난곡의 제2부 피날레(시편 30:2-3, 6), “저의 방어막이 되시어 저를 구원해주소서. 당신의 손에 저의 영혼을 맡기나이다. 저를 구원하여 주소서, 오 주님, 진실의 하나님”

지난 10월26일 토요일 오후 5시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서 SIMF(서울국제음악제 2019) 일환의 한국초연으로 관심이 모아졌던 이날 지휘 유렉 뒤발의 열띤 지휘 마무리는 흡사 2013 서울국제음악제 겨울공연에서 크시슈토프 펜데레츠키가 직접 ‘예루살렘의 7개의 문’의 국내 지휘 초연으로 자신의 최대 가치를 발현해보였던 모습을 필자에겐 오버랩되게 했다.

2013년 서울지휘 이후 3년만에 2016년 펜데레츠키가 신포니아 바르소비아 내한연주를 지난 2016년 11월 29-30일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가진 감회는 바로 직전 89세의 헤르베르트 블롬슈테트가 밤베르크 교향악단과 내한공연을 가진 직후 터라 줄어드는 80대 이후의 지휘자에 대한 감회 바로 그것이었다. 사실 지난 토요일 이날 공연은 펜데레츠키가 출연, 지휘하기로 되어 있었으나 고령의 건강상 이유로 한국행 비행기를 타지 못해 대타 지휘 젊고 세련된 지휘자로 알려진 유렉 뒤발에 맡겨졌다. 유렉 뒤발은 감성적이고 섬세한 표현부터 강렬하고 직접적인 폭발에 이르기까지 펜데레츠키의 누가수난곡을 전달하는데 전혀 무리가 없어 보였다.

이 곡의 하이라이트는 두 번 반복적으로 배치한 에레미아 애가의 텍스트에 의한 제6곡과 제11곡으로 알려져있다. 무대에서 바리톤과 베이스, 내레이터의 남성들속에서 유일한 소프라노였던 이보나 호싸는 11년동안 크시슈토프 펜데레츠키의 칸타타와 오라토리오에 협연한 기량으로 눈물의 선지자 에레미아의 고백을 통해 황폐함과 끔찍함으로 물든 20세기 인류의 죄를 통회하고 여호와 하나님께로 돌아갈 것을 외쳐 인상적이었던 듯 싶다. “예루살렘아, 너의 하나님, 주님을 향해 돌아서거라”.

이번 서울국제음악제의 하이라이트였던 크시슈토프 펜데레츠키 누가수난곡에 대해 예술감독 류재준은 자신의 예술감독 노트에서 ‘사람의 길을 묻다’는 우리에게 인간이 당연히 걸어야 될 길을 걷는 것이 얼마나 고난과 어려움에 둘러싸여 있는지 말해줄 것이라고 설파했다.

‘인간은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가“. 성 누가수난곡은 종교를 뛰어넘은 작품이자 모두에게 던지는 질문이라고 류감독은 설명했다. 또한 자신을 미워하고 경멸하는 이들을 위해 고난을 감수하는 내용을 담은 수난곡은 2차 세계대전과 철의 장막의 시대를 겪었던 노 작곡가의 파란만장한 세월을 대변한다고 그는 진단한다.

SIMF 첫 개막공연이었던 죄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다뉴브 강가의 촛불’이란 부제로 어두운 분위기가 묻어나는 프란츠 리스트의 교향시 “전주곡‘에서부터 흡사 지난 5월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 강 유람선 사고로 희생된 한국인들에 대한 진혼곡의 연주가 됐다.

유럽과 아시아 음악의 감성이 특별히 조합된 최근 발매된 앨범 Moebius에도 수록된 류재준의 피아노협주곡은 1악장의 음향의 팔레트가 펼쳐지는 것이 인상적이었고 다뉴브 강의 희생자들을 추모하려는 어두운 음색이 마찬가지였다. 후반부 이어진 벨러 버르토크의 관현악을 위한 협주곡은 4악장 ‘중단된 간주곡’이 모처럼 추억에 젖게 하는 소절이 되는등 음악회 전반 분위기가 다뉴브 한국인 희생자들을 위한 진혼곡에 초점이 맞춰진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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