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케스트라를 위한 노타시옹선 자신들의 연주력 부각시킬 기회 인상적으로 잡지못해

별로 큰 기대를 갖지않고 간 음악회가 뜻밖에 인상적인 음악회가 되는 경우가 있다.

지난주 토요일 10월19일 오후 5시 롯데콘서트홀에서 있은 서울시향 장이브 티보데의 생상스가 그런 경우였다.

서울시향 연주는 어떤 때는 기대를 갖고 갔는데 때로는 과거 잘 나가던 때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도 있어서 세계 최정상 오케스트라 악단과의 연주력의 괴리가 가끔 느껴져 오기도 했지만 10월초에 상트 페테르부르크 예카테린부르크 모스크바 3개도시의 러시아 연주를 마치고 온 서울시향 연주기량은 어떨까 하는 기대감으로 가게 되었다.

모스크바에서의 서울시향 마지막 연주는 임동혁의 섬세한 피아노 연주가 스크랴빈의 곡에 서린 러시아의 우수와 서정을 유감없이 표현하며 현지 관객들의 심금을 두드렸고 지휘 마르쿠스 슈텐츠는 베토벤 교향곡 3번 '영웅' 연주에서 비올라를 중심에 두고 양옆에 더블베이스 연주자들을 둘로 분리해 앉히는 색다른 악단 배치를 통해 더블베이스의 저음이 전체 하모니를 감싸는 듯한 신비스러운 효과를 내 감동을 더했다는 보도도 전해져와 보통 외국연주를 갖다오면 연주력이 상승해온 서울시향 연주력에 대한 기대가 있었다.

첫곡 피에르 블레즈의 오케스트라를 위한 노타시옹은 6년전 2013년 11월 사이먼 래틀과 베를린필의 서울 내한공연시 현장에서 실연으로 접한 바가 있어서 내심 기대가 컸었다. 피아노에 타악기가 추가된 대형 오케스트라는 날카로운 파열음과 나른한 명상의 세계를 흝어가며 어느덧 광란의 질주로 나아간다는 당시의 프로그램 노트에 비춰보면 서울시향의 오케스트라를 위한 노타시옹 연주는 다소 밋밋한 면이 없지 않았다.

당시 필자가 썼던 "모든 음악은 현대적이어야 한다"는 래틀의 지론과 더 많은 현대음악을 소개하는데 흥분하는듯 베를린필이 2013 서울투어에서 이런 불협화음적 요소가 가장 돋보이게 하는 현대음악의 정수를 계속 드러나도록 한 열기는 없었다. 2013년 베를린필의 내한공연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봄의 제전과 오케스트라를 위한 노타시옹을 주요 레퍼토리로 뽑아들어 래틀이 강조한 베를린필의 현대적 감각의 재해석이 광채를 발휘한 레퍼토리들의 강화로 요약될 수 있을 듯 한데 모처럼 잘 연주되지 않는 곡들을 빼어든 서울시향치곤 자신들의 연주력을 인상적으로 부각시킬 기회를 첫판부터 잘 살리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웠다.

그런 면에서 지난 토요일 서울시향 연주는 생상스 피아노협주곡 5번 이집트를 협연한 장이브 티보데의 연주력으로 자연히 쏠리지 않을 수 없었다. 장이브 티보데의 연주는 지난해 8월 마이클 틸슨 토마스가 샌프란시스코 심포니 같은 기성의 프로페셔널한 교향악단이 아님에도 지휘봉을 잡았던 미국 내셔널유스 오케스트라의 내한연주시 조지 거쉰 / 피아노 협주곡 F장조의 연주로 그 프렌치 터치를 접해 다시 장이브 티보데의 프렌치 터치에 대한 갈구가 있던 터에 생상스의 피아노협주곡 제5번이 이렇게 아름다운 곡일줄일지는 미처 몰랐다. 장이브 티보데의 섬세한 프렌치 터치는 라벨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앵콜곡에서 그 섬세한 터치가 절정에 달했다. 러시아 연주를 마치고 돌아온 서울시향이 자신들의 연주력을 제대로 보여줘야 했던 곡은 그래서 카미유 생상스, 교향곡 제3번 ‘오르간’이었는데 대편성 관현악의 화려한 음색과 오르간의 종교적 압도감으로 관객의 이런 기대에 충분히 부응할 만한 ‘오르간’ 연주가 됐던 것 같다. 큰 기대를 갖지 않고 간 음악회가 꽤 괜찮은 음악회 연주회였다는 소회를 남기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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