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 봇물을 이루면서 바이오기업인 제넥신과 툴젠의 합병이 무산됐다.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한 주주들의 주식을 모두 사주려면 수천억원의 거액이 소요되는데 이 돈을 감당할 수 없어서다.

 

‘신라젠 사태’ 후 최근 바이오기업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제넥신과 툴젠의 주가가 급락하자 주주들이 현금화를 위해 주식매수청구권을 대거 행사한 것으로 여겨진다.

 

제넥신과 툴젠은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결과 제넥신과 툴젠이 지급해야 하는 매수대금이 각각 한계치로 설정한 1300억원과 500억원을 초과했다며 합병 계약을 해지한다고 20일 밝혔다.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19일까지 제넥신의 주식매수청구 주식 수는 보통주 344만2486주, 우선주 146만5035주를 기록했다. 툴젠에는 보통주 151만3134주가 몰렸다.

 

매수청구 가격이 제넥신 6만7325원, 툴젠 8만695원인 것을 감안하면 제넥신은 3304억원, 툴젠은 1221억원을 지급해야 할 상황에 몰린 것이다. 제넥신과 툴젠은 각각 1300억원, 500억원을 매수 대금 한계치로 제시했기에 이는 감당할 수 없는 거액이다.

 

주주들이 대규모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한 건 최근 두 회사 주가가 크게 하락해서다. 제넥신과 툴젠이 지난 6월19일 1 대 1.2062866 비율로 흡수합병한다고 발표한 이후 최근 거래일(19일)까지 양사 주가는 각각 22.0%, 33.7%까지 빠졌다.

 

합병 비율에 대한 일부 주주들의 불만이 있었지만 무엇보다 최근 팽배해진 바이오 비관론 영향이 컸다. 한미약품 기술수출 계약해지, 신라젠 임상 3상 실패 등 악재가 반복되면서 주가 급락을 불러왔다.

 

제넥신과 툴젠은 이번 합병 무산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신약 공동개발 등 협업을 이어나간다는 계획이다.

 

제넥신 관계자는 "주식시장 침체가 합병의 발목을 잡았다"며 "합병 무산에도 툴젠의 유전자교정 원천기술이 바이오산업 핵심 기술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툴젠과의 협력을 이어 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툴젠은 제넥신과의 합병이 무산되면서 또다시 코스닥 시장에 입성하지 못하게 됐다. 툴젠 관계자는 "주주님들의 결정을 존중하고 그 결과를 무겁게 받아들이고자 한다"며 "앞으로 기업공개(IPO) 추진과 제넥신을 포함한 인수합병(M&A) 재추진 등 다양한 대안들을 면밀히 검토해 결정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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