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초 업무 차 몽골에 다녀왔다. 몽골은 대한민국의 16배, 세계에서 17번째로 넓은 나라다. 동서 장축이 약 2400km인 타원형으로 ‘사람의 입’을 닮은 형상이다. 하지만 2018년 현재 인구는 323만 명밖에 안 되며, 이중 약 절반인 150만 명이 수도 울란바토르에 살고 있다. 울란바토르는 ‘붉은 영웅’이라는 뜻이다. 몽골에 주둔하던 러시아군을 쫓아낸 수흐바타르를 기리기 위해 지은 이름이다. 

  이동 중 틈틈이 통역으로부터 귀동냥한 몽골에는 특이한 사회제도가 많았다. 외국인은  땅을 소유할 수 없다. 반면 자국민에게는 국가가 상속 가능한 땅 약 1500평을 무작위 추첨해 무상으로 준다. 많은 사람이 여기에 별장을 짓고 틈만 나면 이곳에 와 쉬고 돌아간다. 인구는 적지만 말, 양, 소, 낙타, 염소 등 5대 가축은 8천만 마리나 된다. 이들은 끝없이 펼쳐진 초원을 누비며 맘껏 풀을 뜯고 있었다. 목초지는 주인이 따로 없다. 사유지를 빼놓고 아무데나 ‘게르’라는 전통가옥을 짓고 유목생활을 한다. 아이는 모두 자연분만으로 낳고 어렸을 때부터 남자는 여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교육을 받는다. 설사 여자가 잘못 해도 때려서는 안 된다. 알코올 중독 예방 차원에서 매월 1일은 술 판매가 금지되어 있고, 지역별로 술을 팔지 않는 요일이 따로 정해져 있다. 부족한 대중교통 수단 해결을 위해 자가용도 택시영업을 할 수 있다. 200년 간 만주족의 지배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한자문화권에 종속되지 않는데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군데군데 있는 공동묘지는 사람이 있으나 말을 하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조용한 마을’로 불린다.

  첫날 공식 회의를 마친 후 둘째 날은 온종일 사회복지시설을 둘러봤다. 먼저 오전에는 산동네에 있는 노숙인자활작업장 ‘바르게 사는 정신 NGO’에 들렀다. 울란바토르 노숙인 약 3천 명 중 120명만이 여기서 일하며 생활하고 있다. 이곳에 정착하기 전 이들은 대부분 알코올 중독자, 감옥 출소자, 노숙인 이었다. 기독교정신을 바탕으로 부인과 함께 운영한 지 14년 됐다는 62세 작다(Zagdaa) 대표는 몽골의 ‘맥가이버’였다. 대학에서 예술을 전공한 그는 그림은 물론 조각, 악기 제작, 목공, 용접, 재봉기술 등에 조예가 깊었다. 그는 이들 기술을 생활인에게 가르쳐 작업케 해 판매한다. 수입 중 의식주 비용을 공제한 나머지는 개인별로 현금 급여를 준다. 이제까지 이곳을 거쳐 간 인원은 약 2천 명이고, 날로 인기가 있어 대기자도 많다고 한다. 부속시설로 생활인의 자녀와 인근 거주 아이를 위한 유아원도 있었다. 이 아이들은 우리 일행을 위해 전통악기 연주와 합창공연을 했다. 이곳에서 음주와 흡연은 절대 금지다. 입소한 지 2년 반 됐다는 전자오르간 반주자도 알코올 중독자였지만 지금은 한 잔도 안 마신다 했다. 작다 대표는 이들이 각자 독립적인 가정을 꾸려 나가게 하는 게 목표이고, 정부에서 약간의 보조금이라도 받는 게 꿈이라고 했다. 한 사람의 바른 리더가 따뜻하고 활기찬 공동체를 이루는 핵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이들과 작별인사를 했다.

  오후에는 울란바토르 외곽에 있는 장애인보호시설 ‘튼튼한 미래 NGO’를 방문했다. 올해 설립 10년째를 맞았으며 정신질환자 48명이 생활하고 있었다. 이중 한 시각장애인이 그린 그림은 예술성이 뛰어났다. 시설은 매우 열악했으며 그나마 울란바토르에 2개밖에 없다고 했다. 주기적으로 의료진이 이곳에 와 건강검진을 하고 있다. 우리가 다녀간 며칠 후에는 한국에서 자원봉사 의료진이 올 거라 했다. 건물 외벽에 새롭게 건립할 현대적 시설의 걸개사진이 있었다. 내년 착공을 목표로 하고 있으나 순수하게 민간모금으로 짓는다 하니 언제 새 시설에 입소할 지 불확실해 보였다. 

  두 시설을 돌아보면서 우리나라 사회복지 시설과 제도는 가히 선진국 수준이라는 걸 느꼈다. 몽골은 여느 개발도상국과 마찬가지로 빈부 격차는 컸으며, 취약계층에 대한 사회안전망은 턱없이 부족했다. 이들에게 물고기 주는 것보다 낚는 법을 가르치는 게 중요하다. 한국형 사회복지모델 전수가 그 방법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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