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평창 대관령음악제 정화된 밤
(공연리뷰) 평창 대관령음악제 정화된 밤
  • 여홍일기자
  • 승인 2019.08.08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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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의 정화된 밤의 드라마를 본 듯한 느낌의 연주

내가 평창 대관령음악제를 본격 찾기 시작한 것은 2-3년전 부터다.

평창 대관령음악제를 찾게 되면서 가장 처음 느꼈던 인상이라면 단연 무더위로 헉헉대며 폭염에 시달리는 서울을 떠나 서늘하기 조차까지 한 대관령 골짜기 리조트에서 유럽같은 멀리 외국으로 떠나지 않고 국내에서 음악피서를 제대로 할 수 있게 된 국내에서의 대표적 휴양지적 성격의 음악제로 자리잡은 점을 꼽아야 할 것 같다.

2017년 처음 찾은 야외 음악텐트에서의 러시아 악단의 연주나 지난해 평창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와 드미트리 기타옌코 지휘로 손열음이 연주한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2번의 전율이 새롭다. 2년전의 공연에 대해 -“본토 솔리스트들의 개성있는 가창이 콘서트버전의 오페라 약점을 커버한 인상적 콘체르란토” 였다는 부제로 14회째를 맞는 평창대관령음악제가 한국초연 ‘세 개의 오렌지에 대한 사랑 op.33' 오페라의 콘서트 버전을 평창 알펜시아 뮤직텐트 무대에 올린 것을 계기로 유럽의 여름음악제에 맞설 수 있을 공연콘텐츠 제시에 자신감을 갖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필자는 적은 기억이 있다. 작곡가의 모국어를 쓰는 출연자들이 노래하는 키로프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단연 최고로 여겨진다는 <세 개의 오렌지에 대한 사랑 op.33>을 본바닥에 언젠가 가서 감상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기도 했었다.

올해 BBC프롬스 무대에도 섰던 손열음이 김선욱과 평창대관령음악제에서 협연하고 있다. (사진:평창대관령음악제)
올해 BBC프롬스 무대에도 섰던 손열음이 김선욱과 평창대관령음악제에서 협연하고 있다. (사진:평창대관령음악제)

지난해 15회 평창 대관령 음악제에서는 평창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의 협연을 관람, 예술감독을 처음 맡은 피아니스트 손열음이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2번의 광녀(狂女)같은 연주의 마무리로 긴 커튼콜을 받은 무대를 연출했었다. 올드 클래식팬들의 지휘향수를 불러일으킨 드미트리 키타옌코 지휘의 차이콥스키 교향곡 제4번 연주도 페스티벌 성격의 오케스트라였나 하는 의구심을 전혀 가질 수 없게 하는 열띤 연주로 기억에 남아있다.
한편의 정화된 밤의 드라마를 본 듯한 느낌의 감상을 받은 올해 제16회 평창대관령음악제중 8월4일 늦오후 열린 쉔베르크의 정화된 밤 6중주 연주를 들으며 한편으론 유럽무대에 내놔도 손색없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힘이 넘치는 이 작품은 리하르트 데멜의 연작시 「정화된 밤」에 곡을 붙인 현악 6중주곡으로 실제로는 교향시로 알려져있다. <정화된 밤〉은 데멜의 시 내용에 충실하여 남녀의 대화와 그들의 발자취 그대로 따라가면서 표현, 연주되었는데 음악은 5부분으로 구분한다. 1, 3, 5부분은 서정시풍으로 달밤에 숲속을 거니는 두 남녀의 분위기를 묘사하고 있다. 2부분은 여자의 후회와 고백, 4부분은 남자의 용서와 여자에 대한 사랑을 보여주는데 이야기를 전개하는 듯 흘러가는 음악 연주가 두드러졌던 것으로 느껴졌다.

전반부에 연주된 알레나 바예바의 독주 바이올린을 위한 소나타 제3번 C장조 바흐작품번호 1005가 감성적 연주였다면 이어진 클라라 주미강과 스베틀린 루세브의 두 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소나타 A단조는 파워풀한 연주인 점에서 대조를 이뤘다고 생각됐다. 쉔베르크의 6중주 정화된 밤이 그만큼 연주기량의 경쟁력을 갖췄지만 다만 아쉬운 점은 평창대관령음악제가 실내악 페스티벌 성격인 탓에 관객이 거의 국내 관객들로만 채워져 해외에서 오는 관광객 음악애호가들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는 점이다.

유럽의 루체른 페스티벌등이 교통의 연계성으로 해서 주변국가들의 소득높은 층들이 많이 찾는 형태와는 달리 한국의 대관령 평창의 경우는 K-pop과 달리 일본이나 중국의 방문객들이 비행기를 타고 와서 또 평창 대관령까지 이동해야 하는 교통의 불편이 우선 외국관광객들이 없는 요인의 하나라고 강원문화재단 관계자는 지적했다. 이런 외래 관광객의 부재 말고도 작년에도 느꼈지만 베르비에 페스티벌등 유럽의 유명 여름음악제들이 굵직한 국제적 관현악단들의 공연으로 다수 채워지는 것에 반해 결국 지원자금등 공연비용 문제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유럽의 음악축제들에 몰리는 유수 관현악단들의 내한공연으로 참가 성사가 이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은 역시 올해의 평창대관령음악제의 또하나의 옥의 티로 느껴진다.

평창대관령음악제는 8월10일 저녁 7시30분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는 부제로 평창페스티벌 오케스트라가 멘델스존의 핑갈의 동굴 서곡과 베를리오즈의 환상교향곡으로 폐막공연을 가지며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여홍일기자  bodo@nd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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