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면서 삼성전자에 비상이 걸렸다.

 

이미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로 타격을 입고 있는 가운데 추가적인 규제 조치가 가해지면 생산 차질이 더 심해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가 일본의 규제가 닿지 않는 미국으로 생산기지를 옮길 거란 예상도 나오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5일 오후 긴급 사장단 회의를 갖고 일본 정부의 한국 '화이트리스트' 제외 조치에 따른 위기 상황 점검과 미래 경쟁력 확보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재계 관계자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이날 삼성전자 사업장에서 김기남 DS부문장 부회장, 진교영 메모리사업부 사장, 강인엽 시스템LSI사업부 사장, 정은승 파운드리사업부 사장, 한종희 영상디스플레이 사업부 사장뿐아니라 이동운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이윤태 삼성전기 사장, 전영현 삼성SDI 사장 등 관계사 사장들까지 긴급 소집해 경영환경 점검 및 대책 회의를 열었다.

 

이 부회장은 이 자리에서 "긴장은 하되 두려워 말고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자. 새로운 기회를 창출해 한단계 더 도약한 미래를 맞이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자"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이날 사장단 회의 외에도 6일부터는 삼성전자 및 전자 관계사 사업장 현장 경영에도 나설 예정이다.

 

메모리 반도체를 생산하는 평택 사업장, 시스템 LSI 및 파운드리 생산라인이 있는 기흥사업장, 반도체 개발 조립 검사하는 온양·천안 사업장, 탕정 삼성디스플레이 사업장 방문해 전자 부분 반도체 및 전자 부문 밸류체인을 확인할 계획이다.

 

또 삼성전자 DS부문과 전자 계열사 사장단은 최근 위기 상황에 대해 기민하게 대응하고 대책 마련에 주력하기 위해 하계휴가를 보류했다.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가 단기 이슈에 그칠 가능성이 낮은 가운데 삼성전자의 미국 현지 생산라인 확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내가 아니라 미국 공장에서 제품을 생산하고 공급한다면 일본발(發) 리스크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 것이란 관측에서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서 시스템LSI 전용 공장인 'S2라인'을 운영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1996년 미국 오스틴 반도체 공장을 건설한 이래 지금까지 170억달러(약 19조6000억원) 이상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약 73만㎡(약 22만평) 규모 공장에서 3000명가량을 고용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초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에 가전 공장을 세운데 이어 지난 6월 말 트럼프 대통령이 방한해 대미투자를 요청한 이전부터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 제고를 위해 텍사스 오스틴 반도체 공장 추가 투자를 계획했다. 삼성전자는 2017년 텍사스 오스틴 반도체공장에 15억달러(1조7000억원)를 추가로 투자하겠다고 약속했고 내년까지 생산 설비를 확충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앞서 대미투자와 관련해 기존에 결정한 투자는 예정대로 집행하지만 추가로 검토하고 있는 것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일본 정부의 화이트리스트 배제 초지가 현실화 되며 삼성전자의 미국 추가 투자설은 탄력을 받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이 변화에 기민하게 대처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고, 단기 현안 대처에 급급하지 말고 글로벌 경영환경 변화의 큰 흐름을 파악하는 안목이 필요하다며 장기적 대책을 주문했다"면서 "이번 일본의 수출규제로 일본을 리스크가 있는 국가로 인식하면서 리스크 헤징을 위한 공급망 점검과 함께 생산기지에 대해 장기적인 검토가 이뤄지며 미국 공장 증설도 하나의 대안으로 제시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영우 SK증권 연구원은 "일본이 제기하는 안보 이슈를 불식시키고, 안정적인 발전을 도모하려면 미국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것이 유리할 것"이라며 " 삼성전자의 글로벌 거점 전략도 단기적 관점이 아닌,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하이-엔드 파운드리 부문의 미국내 설비 투자 확대 및 텍사스 오스틴 이외의 지역까지 포함하는 장기 투자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단기에 큰 변화가 발생하기는 쉽지 않으나, 중장기적으로 미국과 한국, 그리고 일본의 관계를 정밀하게 활용하는 거점 전략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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