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메모리 반도체 생산량 2위 기업인 SK하이닉스가 11년만에 감산을 결정해 충격을 주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 불황의 파고가 심한 데다 미중 무역전쟁, 한일 갈등 비우호적인 대외변수가 연달아 터지자 결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SK하이닉스 최고재무책임자(CFO)인 차진석 부사장은 25일 2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변화된 시장 환경과 추가적인 대외 변수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D램과 낸드플래시 생산량을 줄여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는 “구체적 감산 수치는 밝히기 어렵지만, D램의 경우 올해 4분기부터 생산량이 차츰 줄어 들어 내년 생산량은 올해 보다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가 반도체 감산에 돌입한 것은 지난 2008년 이후 11년만에 처음이다.

 

SK하이닉스가 감산 카드를 꺼내든 것은 전분기 대비 영업이익이 반토막 나는 ‘어닝쇼크’가 2분기 연속 이어지고 있는데도, 글로벌 반도체 업황이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SK하이닉스는 올해 2분기에 1분기 대비 53% 줄어든 6,376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는 데 그쳤다. 작년 2분기와 비교하면 무려 89%나 줄어든 수치다. 매출 대비 영업이익 수준을 나타내는 영업이익률 역시 9.9%로 1분기(20%)의 절반, 지난해 2분기(50%)의 5분의 1 수준으로 악화됐다. SK하이닉스의 분기 영업이익이 1조원 밑으로 떨어진 것은 2016년 3분기 이후 처음이다.

 

실적 악화의 주범은 반도체 가격의 급락이다. 지난해 4분기부터 본격화된 반도체 수요 감소로 반도체 시장은 올해 상반기 내내 공급이 수요를 넘어서는 ‘공급과잉’ 상태를 벗어나지 못했고, 이는 반도체 가격 하락으로 직결됐다. 최근 일본의 수출 규제 여파로 반도체 가격이 깜짝 반등세를 보이기도 했지만, 지난해 8달러가 넘던 D램 고정거래가격(DDR4 8기가비트)은 지난달 3.31달러를 기록하기도 했다.

 

문제는 하반기 전망도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미ㆍ중 무역 갈등으로 시장 불확실성이 커진데다, 일본의 수출 규제로 자칫하다가는 국내 반도체 생산 공장이 멈출 수도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일본 수출 규제 조치가 D램 등 SK하이닉스의 주력 제품 생산에는 아직까지 큰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지만 사태가 장기화 되면 상황이 달라질 거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차 부사장은 “일본의 수출 규제 품목에 대해서는 재고를 최대한 확보하고 수입처 다변화, 사용 최소화 등을 통해 생산에 차질이 없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다만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생산 차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세계 D램 시장의 30%를 차지하고 있는 SK하이닉스의 감산 선언이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쏠린다. 특히 삼성전자 등 글로벌 D램 업체들의 추가 감산 여부에도 글로벌 IT업체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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