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시(Identification)는 나와 남, 남과 남과의 경계를 불분명하게 인식하는 것이다. 단순히 흉내 내는 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다. 부모, 형제, 선생님 등 중요인물이라 느끼는 대상에 대해 닮아가고 싶어 하는 것이다. 남의 행동을 쫒아가거나 나의 부신인 것처럼 일체감을 느낀다. 처음 태어나서 아이가 가장 먼저 만나는 대상은 부모다. 부모의 말씨나 행동을 닮거나 배우면서 자란다. 커가면서 넓은 범위의 사람들에게 영향을 받지만 최초의 동일시는 어머니, 부모의 행동에서 이루어진다. 동일시는 자아성장에 있어서 핵심적인 기전이다. 어릴 때 부모나 선생님, 그리고 친구 등의 행동을 동일시하려는 시도인 모방놀이를 통해 다른 일을 할 수 있는 힘을 찾는다. 바람직한 동일시를 위해 주변에 좋은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이 있어야 한다. 
 
동일시과정 자체라기보다는 양육자의 어떤 부분을 동일시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어릴 때 부모나 주변의 모델링이 되는 대상의 행동을 통해 동일시가 형성된다. 자신감과 자존감이 강화되도록 격려해주고 지지해주어야 한다. 장기간 동안 건강한 동일시를 통해 성인으로 자라면서 개별화가 이루어진다. 남과 나가 분리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개별화가 되지 못할 경우 병적인 혹은 적대적, 공격적인 동일시의 형태가 보여 진다. 동일시는 아동의 성격 발달에 영향을 준다. 동일시과정 자체라기보다는 양육자의 어떤 부분을 동일시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긍정적인 부분이 아닌 부정적인 부분을 동일시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성장과정에서 동일시를 잃어버리기도 한다. 청소년기에는 특히 건강한 동일시가 필요한 시기다. 즉,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모델링이 꼭 필요한 시기라는 것이다. 이때 동일시를 통해 현실적인 목표를 발견하고 노력함으로써 자아가 발전하기 때문이다. 동일시 대상이 사라지거나 발견하지 못하면 동일시 실패(identification failure)상태가 된다. 실패 상태가 되면 혼란과 불편 감을 경험한다. 결국 그것이 게임중독으로 이어지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모방과 동일시가 있다. 모방은 타인의 특정한 행동이나 장점을 따라하는 것이다. 동일시는 이런 단순한 모방을 넘어 그 대상이 가지고 있는 가치까지 내면화 시키는 것이다. 그렇기에 겉으로 보이는 외모만 모방하는 것이 아니다. 대상이 가지는 근본적 태도나 관점까지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기에 자칫 자기가 없어지게 될 수도 있다. 
  
투사적 동일시에는 몇 가지의 형태와 4가지 종류로 구분될 수 있다

 적대적 동일시는 미워하고 싫어하는 대상을 닮는 경우다. 이런 경우는 우리는 흔히 볼 수 있다. 돈을 깎는 인색한 아버지가 싫어 비난하면서도 자신도 돈을 깎는 행위를 들 수 있다.
혹은 TV에 나오는 범죄자의 행동이나 모습들을 따라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특히 폭력적인 아버지 밑에서 자란 아이가 나중에 똑같이 폭력적인 행동을 보이는 것이 적대적 동일시다. 병적동일시는 어떤 대상과 공생하려 한다. 그 대상이 가지고 있다는 생각하는 힘을 나누어 가지려고 한다. 그 대상이 없어지거나 힘을 잃었다고 판단될 경우 사라지기도 한다. 신흥종교집단이나 독재자를 맹신하는 것도 하나일 수 있다. 병적동일시는 자기 자신이 없다. 오로지 믿고 의지할 대상만 필요하다. 안정된 동일시는 그 사람 전부가 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배울 점을 가져와 자기화 시키는 것이다. 

  의존 형 투사적 동일시는 가까운 사람에게 과도하게 의존하는 것을 말한다. 스스로 결정하는 것을 어려워하기도 하고 타인에게 결정까지 책임을 넘기기도 한다. 의존적이기에 주변인들을 쉽게 지치게 한다. 항상 누군가가 결정을 내려줘야 실행할 수 있고 독립적인 삶을 살 수가 없다. 힘의 투사적 동일시는 대인관계에서 자신이 주도권을 얻는 것에 집착하려 한다. 자신의 뜻을 따라오지 않는 사람을 비난하거나 무능력한 존재로 만들기도 한다. 이들은 상대를 마음대로 조종하려 든다. 성(性)의 투사적 동일시는 성을 대인관계의 확립, 유지의 수단으로 사용한다. 성적어필을 통해 대인관계 형성을 하려는 경향이 크다. 자신에 대한 만족감을 얻지 못하고 성적 어필의 행위를 통해 집착하면서 사람들에게 다가간다. 자신의 의지대로 반응하지 않을 때 화를 내거나 성적무능감이 있게 느끼도록 유도한다. 환심 사기의 투사적 동일시는 주변인에게 자기희생적인 사람으로 보이기 쉽다. 자신이 헌신, 희생하는 태도를 이용해 타인의 마음에 부채감을 심어주는 대인관계 양상을 보인다.  매우 자존감이 낮아 외부에서 자기 가치를 증명 받으려 애쓰는 경향이 강하다. 

  대상을 믿고 의존하는 삶은 나의 에너지가 사라져간다는 것이다. 상대방이 자신의 우위에 있는 존재라는 생각은 자신의 삶의 주도권을 타인에게 넘겨주고 사는 것이다. 나는 어떤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을 까. 개별화 과정을 통해 내 삶의 주도권을 갖고 살고 있는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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