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수출규제로 중요 반도체 소재인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 등의 공급 안정성이 떨어지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대체품 찾기에 나섰다.

 

두 반도체기업은 국산품 또는 일제가 아닌 타국산 불화수소에 대한 품질성능 테스트에 착수했다. 이르면 3분기쯤에는 새로운 제품으로 대체가 가능할 전망이다.

 

17일 반도체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국내 반도체 업체들은 일본의 수출 규제라는 위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소재 국산화 및 중국 등 대체 수입선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일본 규제 이전에도 국산 소재 등을 사용해왔다. 규제 이후에도 국산화 비율을 늘렸거나 신규 공정에 적용하는 등 특별한 변동은 없다"며 "일본 규제와 관련해 대응하기 위해 모든 가능성을 열고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공정에 이미 적용한 것이 아니라 샘플을 받아서 테스트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최대한 확보해 놓은 물량을 통해 최장 1분기 정도는 직접적인 피해 없이 버틸 수 있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이 기간 일본산 외의 고순도 불화수소에 대한 테스트를 마무리하고 실제 공정에 사용하게 된다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체들이 국산 에칭 가스를 사용하려면 공정 변경과 테스트에 최소 수개월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며 "초기에는 일정 수준 이상의 수율 하락도 불가피하기 때문에 반도체업체는 우선적으로 해외의 고순도 식각 가스 수입처를 확보하는 방향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종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국내 불화수소 업체가 자체 정제 비중을 높여 일본 제품 퀄리티를 낼 만큼 고순도로 제조하고, 실제 반도체 생산 공정에 사용하는 것이 '소재 국산화'의 정의가 될 것"이라며 "테스트 과정이 진행되고 있고 반도체 수율에의 영향을 감수하고 이르면 3분기 말부터 국산화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반도체 기업들은 일본 외 국가에서의 수입선 다변화도 꿰하고 있다.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한일관계 악화 가능성과 시장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언급을 기피하고 있지만, 일본과 중국발 자국 기업 관련 기사를 통해 관련 내용이 우회적으로 전해지고 있다.

 

중국 언론은 전자화학신소재산업협회 웨이신을 인용해 "빙화그룹은 일부 한국 반도체 회사로부터 다량 생산(批量) 주문서를 받았고, 회사의 전자용 불화수소는 한국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빙화그룹은 수차례 샘플 테스트, 소량 테스트 등을 거쳐 이번에 한국 기업과 공식적인 협력 관계를 맺었다"면서 "현재 한국기업들은 빙화그룹에 연이어 주문서를 보내고 있다"고 부연했다.

 

한편 대안으로 언급되던 일본 정부의 수출 통관을 거치지 않을 수 있는 일본기업의 해외 공장을 통한 우회 수입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관측된다.

 

일본 정부가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용 소재의 유통 단계에서 최종 종착지인 ‘엔드 유저’를 일일이 확인해 한국 수출을 사실상 통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이미 해당 공장마다 생산 물량 계획을 갖추고 라인을 돌리고 있는데, 생산량을 늘린다 해도 국내 업체의 소비량을 충족시키지는 못한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정부 안팎에서 제시된 러시아산 고순도 불화수소 등에 대한 샘플이나 정보는 아직 국내 기업에 전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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