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무역보복으로 반도체 소재 수출을 제한하면서 글로벌 반도체업체 삼성전자에 비상이 걸렸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급하게 일본을 방문, 현지 재계 관계자 등을 만나기로 했다.

 

이 부회장은 일본의 소재 수출기업 등과 사업 협력 방안을 의논하고 최근 일본 정부의 대(對) 한국 수출규제에 대한 대책도 논의할 전망이다.

 

7일 재계 등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이날 일본으로 출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월 일본 통신 업체들과 5G 네트워크 구축 등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방일한 이후 두 달여 만이다.

 

이 부회장은 일본 경제계 관계자들과 만나 5G·전장 분야 등에서의 비즈니스 협력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는 한편 거래처를 돌며 최근 일본의 일부 수출규제에 따른 해결책을 모색할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 수사 등으로 전략·사업을 조율하고 리스크 관리를 하는 컨트롤타워인 '사업지원TF'가 사실상 마비된 상황에서 이 부회장은 성장동력 발굴과 중장기 전략뿐 아니라 하반기 사업 계획 등을 직접 챙겨왔는데, 최근 불거진 일본발 수출규제 사태와 관련해서도 이 부회장이 직접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이 부회장이 선친인 이건희 회장 때부터 쌓아온 일본 인맥을 활용해 활로를 모색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이 부회장은 최근 삼성전자 수원 본사에서 김기남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 경영진과 수차례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사태 파악과 대응책 등을 논의했다.

 

또 지난 4일 방한한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그룹 회장과 만난 자리에서도 상당 시간 이 문제에 대해 의견을 주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일본발 규제에 따른 상황이 생각보다 심각해 이 부회장이 이번 출장에서 비즈니스 기회 모색뿐 아니라 리스크 관리에도 직접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본 재계에서는 각각 와세다대와 게이오대 대학원에서 유학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이재용 부회장 부자(父子)의 일본 인연을 주목하면서 이 부회장이 악화된 한일 관계에 긍정적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일본에는 삼성전자 스마트폰에 주요 부품을 공급하는 협력사와 함께 삼성반도체와 스마트폰 고객이 많아 이전부터 이 부회장이 직접 챙겨왔다.

 

지난해 최소 두 차례 일본을 방문했고 올해 들어서도 지난 5월 도쿄에서 현지 양대 이동통신사업자인 NTT도코모, KDDI 경영진을 만나는 등 일본 정·재계 전반에 탄탄한 네트워크를 구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일 양국 재계에서는 이번 사태가 악화하도록 방치할 경우 양국 경제가 모두 공멸하는 길이기 때문에 양국 정부가 나서서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송재영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번 경제보복 사태는 정치·외교 이슈가 경제 문제로 전이된 것이기 때문에 한 기업이 나서서 해결하기 힘들고 결국 양국 정부가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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