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농촌은 오래된 미래

방학이다. 과거 7080세대의 대학생시절, ‘농활’은 한국 대학생의 필수 코스였다. 주로 여름방학이 되면 학생들은 농촌으로 가서 부족한 일손을 보태며 실천하는 지성인의 면모를 배웠다. 농활은 배움과 실천이 만나는 생활 속 현장이었다. 대학생들은 농활에 대한 각양각색의 추억을 간직하고 있다. 글로만 공부하던 학생들이 처음 해보는 농사일에 밭을 매다 기절하거나 생각 외로 농사를 잘 지어 마을 어르신이 땅을 줄 테니 와서 살라고 하는 등 자신만의 농활 체험담을 갖고 있다.

사실 그동안 배고프고 힘들었지만, 농촌은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많은 힘을 축적해 왔다. 그래서 농업은 오래된 산업이자, 새로운 미래 산업이다. 사실 우리 농촌의 모습은 우리 국민 생활의 변화와 함께 그 얼굴이 바뀌어왔다. 그동안 생산성 향상을 위해 시행했던 경지정리, 각종 수리시설 그리고 비닐하우스와 최근의 유리온실 등 현재 우리 농촌의 모습은 모두 우리나라 경제의 발전과 함께 변해 왔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공업중심의 경제성장에 따라 도시가 확대되면서 농업에 필요한 소수의 인력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농촌을 떠나는 현재와 같은 농촌의 모습으로 바뀌게 되었다.

 

# 판단할 때 조급함은 잘못

한편 도시가 안고 있는 많은 문제들은 도시 자체의 노력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 비싼 주택가격, 교통 혼잡과 주차문제, 대기오염과 수질오염 및 쓰레기 문제, 일자리 부족, 사회적 갈등 등의 도시문제는 도시 내부의 노력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 따라서 당연히 도시의 확대가 국가 발전의 미래 모습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이제는 우리나라가 당면한 다양한 경제적, 사회적 문제를 궁극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미래의 터전으로서 농촌의 기능과 역할을 재정립하고 재인식해야 한다. 결국 도시화도 한계점에 도달하면 오히려 분산돼 농촌으로 퍼지는 현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요즘 우리 농촌에 나타나기 시작하는 유턴 현상, 국토 균형발전 차원에서 강조되는 분산화, 지방화 역시 이런 경향으로 해석할 수 있다. 따라서 도시가 한사코 건조하게 변질돼 갈수록 농촌의 향수는 더욱 필요한 수분의 공급처가 될 것이다. 당장은 농촌을 애써 외면하는 비서정성이 요즘 도시의 풍속도이겠지만, 바쁠수록 한 박자 쉬어갈 수 있는 농산어촌의 쉼터 역할은 어느 때보다도 그 필요성이 한층 커진다. 그런 의미에서 다음 사례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산 교훈을 준다.

알렉산더 대왕이 친구로부터 귀한 선물을 받았다. 선물은 아주 훈련이 잘된 사냥개 두 마리였다. 사냥을 즐겼던 알렉산더 대왕은 기뻐했다. 어느 날 알렉산더 대왕은 사냥개를 데리고 토끼사냥에 나섰다. 그런데 사냥개들은 사냥할 생각이 전혀 없는 듯했다. 토끼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빈둥빈둥 누워 있었다. 알렉산더 대왕은 화가 나서 사냥개들을 죽여 버렸다. 그리고 사냥개를 선물한 친구를 불러 호통을 쳤다. "토끼 한 마리도 잡지 못하는 볼품없는 개들을 왜 내게 선물했는가? 그 쓸모없는 사냥개들을 내가 모두 죽여 버렸다." 친구는 알렉산더 대왕의 말을 듣고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그 사냥개들은 토끼를 잡기 위해 훈련된 개들이 아닙니다. 호랑이와 사자를 사냥하기 위해 훈련받은 개들입니다" 라고.

 

# 농촌의 발전이 곧 국가발전의 근간

이렇듯 토끼만을 잡기 위해 분주하게 돌아가는 도시의 일상, 그 경쟁 속도에 균형을 맞추기 위해 고층아파트를 바라보고만 산다면, 진정 호랑이나 사자를 잡을 수 있는 미래가 찾아올 것인가. 다행히 현재까지는 우리 국토의 공간에 농촌지역이 상당부분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이 고맙다. 반면 농촌이 살기 힘들다고 도시로 떠나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다는 게 씁쓸하다. 그래서 이번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는 우리나라의 미래발전을 위해서 ‘농촌의 발전이 곧 국가발전의 근간’이라고 인식할 수 있는 리더의 탄생을 기다리고 있다. 보통사람이 살고 있는 농촌, 추억이 방울방울 열려있는 농촌의 매력은 앞으로 우리 국민의 경제적, 심리적 자산이 될 것이라는 것만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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