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여름철 전기료 누진제 완화 개편안을 내놓은 가운데 한국전력공사의 이사회에서 개편안이 부결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이번 개편안으로 한전이 감수해야 할 손실액이 약 3천억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특히 작년 적자에 이어 올해 1분기에도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상황이라 한전 소액주주들이 배임 소송을 벼르고 있는 점을 사외이사들이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1일 한전 이사회가 예상 밖으로 정부의 누진제 개편안을 전기요금 약관에 반영하는 것을 전격 보류하면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전 사외이사들은 배임 혐의를 피하기 위해 정부가 한전의 손실을 보전할 방책을 내놓을 것을 요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전 이사회는 김종갑 사장 등 사내이사 7명과 김태유 서울대 명예교수 등 사이외사 8명으로 이뤄졌으며 김 교수가 의장을 맡고 있다. 안건 통과는 과반수로 되기 때문에 사외이사 전원이 반대하면 부결될 수 있다.

 

한전은 앞서 대형 로펌 2곳에 누진제 개편안을 수용하면 일부 소액주주들의 주장처럼 배임에 해당하는지를 자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임 부분은 한전이 올 1분기 6천억원 넘는 사상 최대 분기별 적자를 냈는데도 누진제 완화에 따른 부담을 연간 최대 3천억원가량 떠안는 것과 관련된 것이다.

 

일각에서는 로펌이 사실상 배임 가능성이 있다고 결론 내렸고, 그것도 가능성이 높다고 이사회에 보고했다는 설이 나오고 있다.

 

이미 한전 이사회에서는 "정부가 누진제 개편이라는 정책에 따른 손실 3천억원을 공기업에 다 떠넘기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불만이 터져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정부가 납득할 만한 손실보전책을 제시하지 못할 경우 자칫 누진제 개편안이 조만간 열릴 임시 이사회에서 부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부가 최근 확정한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에서 2040년까지 에너지 수요를 18.6% 줄인다고 했는데 누진제 완화는 도리어 수요를 촉진하는 모순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한전과 산업부는 아직 누진제 개편에 따른 한전 손실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배임 문제를 논하기는 너무 이르다는 입장이다.

 

한전 관계자는 "누진제 개편을 한전 약관에 반영하는 것이 배임에 해당되는지 부분은 원칙적으로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산업부는 한전 사외이사들이 우려하는 적자 보전 부분에 대해서는 함께 논의해 가급적 빨리 개편안이 의결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산업부 측은 "7월 전에 결정되는 것이 가장 좋지만 그렇게 못하더라도 소급적용해서 7월부터 혜택이 가도록 차질 없이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벌써 배임 운운하는 건 너무 앞서 나간 얘기"라며 "기본적으로 한전 의사결정을 존중하지만 정부 지원책 부분도 좀더 지켜봐달라"라고 말했다.

 

한전은 이르면 이번주 초 임시이사회를 열고 누진제 개편안 문제를 다시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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